국민대통합위원회가 괭이부리마을을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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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가 괭이부리마을을 찾은 이유는?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3.25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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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파괴된 마을, 모범사례로 홍보 반대" 피켓시위 만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이흥수 동구청장 뒤로 마을주민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위원장 한광옥, 이하 '대통합위원회')가 3월 25일 오전 인천 동구 “괭이부리마을”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지자체, 주민 대표들과 소통과 국민통합 방안에 대해 토론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지역소통 공감릴레이@인천』을 개최했다.

한광옥 위원장을 비롯한 대통합위원회 10명의 위원과 직원들은 대형버스를 타고 괭이부리마을에 도착해 오전 10시 반부터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건립된 임대아파트 지하 강당에서 지역주민들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합위원회 위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일부 지역주민들과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회원, 기차길옆 공부방 선생님 등이 "공동체가 파괴된 괭이부리마을을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활용하지 마세요." "삶은 상품이 아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괭이부리마을이 민·관 협력으로 공동체의 활력이 증진된 도심재생 우수사례로 선전되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간담회에는 동구청에서 의해 초대된 만석동 주민자치위원장과 세 명의 통장, 공동작업장인 굴작업장과 김치공장에서 일하는 주민 3명 등이 참석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보금자리주택으로 개발된 지역과 단절된 채 여전히 주거환경이 열악한 쪽방촌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한결같이 나머지 쪽방촌도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해달라고 요청했다. 굴 작업장에서 일하는 주민 이연례 씨는 "쪽방촌 주택이 위험하고 비가 새 불편하다. 반대쪽 보금자리주택처럼 개발해달라. 들어가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월순 만석동 3통장도 역시 집이 노후하고 지붕에서 비가 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체를 고쳐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이곳을 사람들이 찾아와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게 몹시 싫다며, 외지인들의 그런 눈초리가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이흥수 구청장은 "3,000만원을 들여 우선 지붕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건설 문제는 인천시와 협의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흥수 동구청장에게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우수사례로 홍보하지 말것을 호소하는 김중미 작가

이어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소통분과 위원인 법등 스님이 나서 "피켓시위를 한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진정한 국민소통과 통합으로 갈 수 있다."며 간담회에 초대받지 못한 만석신문 관계자에게 발언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최흥찬 만석동 기차길옆공부방 선생님은 "간담회에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대해 다른 관점과 시각을 가진 주민들과 관계자들은 초대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마을 공동체를 보전하기 위해 함께 논의해야 진정한 대통합의 가치가 실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연 만석신문 편집장은 "여러 주민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주민들 사이에 일상적으로 교류하고 화목했던 마을인데, 위쪽만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면서 주민들 사이의 위화감만 커졌다. 이런 점을 제1기 주민협의체에 참여해 얘기했는데, 행정이 예산과 시간에 쫓겨 일방적으로 진행하면서 결과적으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남겼다.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대규모 공공시설에 예산을 낭비해 가동도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업을 성공한 사례로 홍보하고 상품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흥수 구청장은 "개발사업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적극적으로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고 많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행정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을 상품화한 적은 없다. 다른 지역에서 성공사례, 모범사례로 찾아오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반대의견을 가진 분들과도 만나서 협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합위원인 법등 스님은 "재개발로 인해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불행하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찬반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품어 안아야 진정한 개발이 될 것"이라며 "동구청이 관료주의적 행정을 우선해 성과에 치중해 밀어붙이기보다는 적어도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간담회를 마치며 한광옥 위원장은 “보다 나은 주거환경에서 살기 위해 찬반의견이 있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견해가 다른 것이 좋은 것이고 발전이 있는 것이다. 서로 대화하고 소통해야 통합, 화합에 나설 수 있고, 그래야 정부에서도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간담회를 마친 대통합위원회 위원들과 직원, 주민들은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후 괭이부리마을의 현장을?둘러보고 현장을 떠났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오후 2시부터 인천광역시청에서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을 비롯해 인천지역 시민단체, 경제·사회봉사단체 등 주요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국민통합 인천지역 간담회」를 개최해 국민대통합에 대한 토론과 의견을 수렴했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지난 2013년 11월 충청남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4개 지역을 방문하여 지역소통을 위한 공감 릴레이를 지속하여 왔으며 이번 인천방문과 함께 금년도 상반기 중에 경남, 세종시 등을 방문해「지역소통 공감릴레이」를 마무리하고, 하반기에는 도·농 통합지역 등 지역현안 이슈가 있는 현장으로 보폭을 넓혀 ‘현장속에서’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등 대통합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이날 현장방문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우수사례로 홍보된 괭이부리마을을 찾은 것은 진정성이 부족해 보인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의 이성진 공동대표는 "국민대통합위원회라면 진정 갈등이 있는 현장을 찾아서 갈등의 원인과 대책을 깊이 있게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현장탐방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괭이부리마을 개발사업이 우수사례, 모범사례로 선전되는 것만 일방적으로 듣고 기념사진만 찍어서는 진정한 국민대통합이 이루어지겠느냐."고 지적했다.


만석동 '기차길 옆 작은학교' 공부방 건물에 걸린 현수막(사진제공=민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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