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나눔 부터 시작한 마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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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나눔 부터 시작한 마을운동
  • 이세민 통두레실록 '틈만나면'
  • 승인 2015.10.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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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두레 공동체 현장을 찾아 ④반딧불이 통두레

남구에 ‘통두레’라는 소모임들이 생긴지 올해로 3년째다. 지역의 리더를 중심으로 5명 이상 모여 마을환경개선 사업을 비롯, 방범·안전, 주차, 지역봉사, 육아 등의 마을 현안을 주민 스스로 해결해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나아가 지역공동체의식과 주민자치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기존의 관변단체가 아닌,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 통두레의 기본 특징이다. 남구에는 21개 동에 현재 53개의 통두레가 조직돼있고 참여인원은 모두 880여명에 이른다. <인천in>은 통두레 현장에서 활동하는 ‘통두레 실록’팀(팀명 '틈만나면')의 청년 작가들과 함께 통두레별로 현장을 찾아 그들의 활동을 취재, 연재한다.



처음엔 답답함이었다. 답답함을 시작으로 '반딧불 게시판'을 만들었고,  게시판을 시작으로 마을살이의 고민들이 모여 커다란 빛을 만들었다.  주안 5동에 위치한 ‘반딧불이 통두레’  마을을 치유하는 불빛의 이야기다.

 주안 5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염전이 들어서 있던 곳이다. 염전의 기능이 다 한 이후에도 주안공단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소금 같은 역할을 했던 이 동네를 사람들은 ‘염전골’이라고 부른다. 산업의 흐름도 시간과 함께 변화하여 더 이상 예전처럼 공단이 경제성장을 주도하지는 못했지만 동네는 또 다른 의미로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었다. 주안공단의 역사와 함께 해온 주민들과의 소통과 협동, 그리고 나눔을 통해 문제들을 치유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주안 5동 ‘반딧불 통두레’의 모습이다.

 

반딧불 게시판 - 마을의 낮은 곳을 밝히다

 

『홍보자료를 주면 뭐해요. 게시판이 있어야 부착을 하지! 그래서 우리가 통두레를 통해 게시판 제작과 도색작업으로 금액을 지원 받아서 군데군데 직접 도색을 하고 게시판도 직접 만들었죠. 전문가 분들로부터 재능기부도 받았습니다. 주민센터 옆에 염전을 그려놓은 그림부터 시작해서 동네에 4~ 6개의 그림들이 있어요.』

 

 통두레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첫 번째 문제는 관의 홍보자료를 부착할 곳이 동네에 마땅치가 않다는 것이었다. 주택 담벼락에 무분별하게 붙어있는 포스터들은 일반 포스터들과 뒤섞여 미관상 좋지도 않을뿐더러 내용 전달도 잘 되지 않았다. 이에 반딧불 통두레에서는 관 홍보자료만 따로 비치해 둘 수 있는 ‘반딧불 게시판’과 함께, 포스터 자국 때문에 얼룩 덜룩해진 벽을 도색작업과 벽화작업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포스터들을 걷어내고 나니 마을 깊숙이 있던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안 5동 역시 여타 원도심처럼 노령 인구가 많은 편이다. 다른 마을보다 상대적으로 독거 노인 분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반찬 나눔’이었다.

 

 『10만원 정도 걷어서 우리가 직접 어르신들에게 45인분 정도의 반찬을 만들어서 직접 찾아 뵙고, 이집 괜찮으면 다른 집 가서 보는 식으로 집집 마다 일일이 방문해서 상황을 확인했죠.』



<반딧불통두레 게시판>

  

마을의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움직임

 

 단순히 불우이웃을 돕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반딧불 통두레는 이들이 마을 안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주안공단에서 가져와서, 작업은 노인과 장애인들이 실행하고, 검수와 수·발송은 통두레 구성원들이 하는 식으로 천천히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마을 일을 하면서 알음알음 알게 된 관계들이 모여 보름에 한 번씩 ‘어울림 밥상’도 하고 있다. 각자가 집에서 먹지 않는 음식들을 가져와 모여서 나눠 먹는 식으로 진행하는 이 모임을 통해, 마을에 숨어있던 문제들과 새로운 관계들을 알게 된다.

 반딧불 한 마리의 불빛은 그리 밝지 않지만, 여러 마리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커다란 빛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같은 취지의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모여 함께 나아감은 마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과 변화를 가져오고, 모두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반딧불과 같이 세상을 밝히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해 나아갈 것이다. 현재 만족과 문제 해결 뿐 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미래를 생각하며 마을의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반딧불 통두레의 밝은 모습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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