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조계구역, 단순 눈요기 관광지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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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조계구역, 단순 눈요기 관광지로 전락하나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7.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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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존은 나몰라라, 일본풍 치장으로 관광객 유치 웬말


▲ 중구청 별관 모습 / 인천in 자료사진



중구는 지난 6월 중구청 별관 리모델링 공사와 함께 주변에 일본풍의 조형물을 세우는 사업을 완료했다. 특화거리 조성사업 일환으로 지역색을 살리고 홍보를 극대화하고자 근대개항장 거리인 일본조계구역(현 중앙동, 관동일대) 내 가로경관 개선 및 가로시설물 등을 설치한 것이다.

이는 ‘월미관광특구 관광진흥을 위한 특화구역 가로경관 개선사업 방침’에 따른 것으로 중구는 "관광특구의 이미지 제공 및 편의를 도모하고, 월미관광특구의 관광진흥을 유도하고자 한다"고 그 목적을 밝혔다.

지난해 11월에 시작해 올해 6월에 완료된 이번 사업은 설계비 8백40만원, 공사비 1억8천70만원으로 총 1억8천9백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중구청 별관 외관을 근대목조양식으로 리모델링, 조형물 설치, 관광안내도 제작, 포토존 설치 등이 주요 사업내용이다. 중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설계용역을 마치고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공사를 시행해 6월 완료했다.

중구청 관광진흥실 관계자는 중구청 별관이 있는 중앙동 1가 2번지 일대를 “130년 전 개항을 통한 열강의 이권침탈을 보여주는 교육의 장이면서 동시에 개항으로 인한 동서양의 만남으로 국제도시로서의 변화, 일제강점기 질곡의 현장 그리고 다문화의 상징적 공간에 이르기까지 시간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관관중심지”라고 소개했다. 설치된 복고양이(마네키네코)와 인력거 볼라드는 관광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며, 즐겁고 편안하게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지역명소로 탈바꿈해 지역 주민들의 인기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자평했다.

관광기획팀 관계자는 “중구청 별관 외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이와 어울리는 조형물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차이나타운에서 신포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눈에 띄는 조형물을 놓고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추가 설치 계획은 없다.
 

▲ 중구청 별관 리모델링 준공 전 / 중구청 제공 

 

▲ 중구청 별관 리모델링 준공 후(마네키네코와 인력거가 보인다) / 중구청 제공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사와 전통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관광만을 내세운 처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풍 건물은 기존의 콘크리트나 벽돌조 건물에 일본 상가건물의 목조기둥과 지붕모양만 부착해놓은 모조품이며, 조형물들이 개항장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것이다. 중구청 홍보와는 달리 이는 겉모습에만 치중한 단순 복원일 뿐이며 말로는 개항문화도시를 표방한다고 하면서 실상 관광산업에만 몰두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징표라고 비판한다.

최근 일본 아베 정부가 교과서, 위안부 문제 같은 과거사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통해 해외 군사파병을 시도하고 있는 마당에, 일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자고 인위적으로 중구청 별관을 일본식 건물로 리모델링하고, 심지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마네키네코까지 설치한 건 현실의 역사를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 블록 아래 있는 신로포 23번길에 있는 일본 제일은행지점과 18은행지점, 58은행지점은 인천시 유형문화재임에도 돌보지 않으면서 거리만 짝퉁 일본으로 꾸며놓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제일은행은 개항박물관으로, 18은행은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사용 중인데 본관 외부 축대 배부름 현상과 창고 보수 등 보수가 필요함에도 중구청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58은행지점은 외벽 균열뿐 아니라 내부 천장 배부름 현상까지 있지만 보수 계획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개항장 제물포는 일본인과 중국인을 비롯, 서양인들이 조계지를 형성해 거주한 역사를 갖고 있다. 1883년 개항과 동시에 각 개항장에는 외국인 거류지, 즉 조계라 불리는 구역이 설정됐다. 1883년 일본과 체결한 조선국인천항구조계약서에 의해 처음 일본 조계지가 생겼고, 다음해 4월에는 청국조계, 이어 10월에는 영국 등 서양국가의 각국 공동조계지가 들어섰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개항장 조계지는 서구열강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패권 쟁탈장이었으며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 하는 수탈의 관문 역할을 한 역사의 아픈 현장이기도 하다. 개항으로부터 근대가 시작됐지만 개항 이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개항장의 역사적 진실과 가치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우선시하지 않은 채 단순한 일본풍 치장으로, 또 일본풍 장식물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면 시간이 흘러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의 후손들에게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난만 사게 될 것이다.

김홍섭 중구청장은 지난 18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구가 인천의 중심에서 구도심으로 전락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면 옛 명성을 되찾기 힘들다”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쟁력 있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길은 관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포, 신흥, 연안권에 숙박단지와 세계 각국거리를 조성하고, 상권을 부활시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원도심 지역도 도시계획을 재검토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 관광 배후단지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중구의 오랜 숙원인 원도심 활성화를 관광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어떤 곳이 의미 있는 장소가 되려면 그곳에는 철학이 담겨야 한다. 그 장소가 정치, 문화,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공간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관광자원 활성화로 사람들을 끌어들여 상권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단순한 이목 끌기나 경제 중심의 활용지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겉모습에 끌려 한 번 눈으로 쫓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보고 또 보면서 깊이를 헤아릴 수 있는 안목을 관광객에게 심어준다면 오래도록 기억되고 다시 가고 싶은 아름다운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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