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인천서 세계적인 재즈무대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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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인천서 세계적인 재즈무대 볼 수 있을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0.1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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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코리아 재즈 웨이브], 알찬 기획력으로 호평 받았지만 미래 불투명

레조넌스 트리오가 [코리아 재즈 웨이브]에서 연주하는 모습.

지난 1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불꽃놀이축제가 열려 주최측 추산 약 50만의 인파가 몰렸다. 송도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문화관련 행사 중 최대치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 불꽃축제 이전에 열렸던 다른 번외행사들 또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으며 그 가운데서는 의미가 비교적 큰 것도 있었다.

오후 4시부터 6시 경까지 두시간여동안 현장서 진행된 [제 2회 코리아 재즈 웨이브]는 당일 이벤트성으로 열린 많은 행사들과 달리 나름의 의미를 크게 가질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몇십 만의 인파가 모여드는 무대에서 음악 장르 중 가장 ‘비주류’라는 평가를 받는 재즈 무대를 열고,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던 다른 번외행사와 달리 국내/외 정상급의 재즈 뮤지션들을 섭외해 알찬 무대를 꾸미려는 의도가 잘 보였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리아 재즈 웨이브는 송도 불꽃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긴 했지만, 진행은 ‘바텀라인 플레이’와 ‘홍예문컴퍼니’가 각각 주최과 주관을 맡아 주도한 것이었다. ‘바텀라인플레이’는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클럽으로 유명한 ‘바텀라인’에서 직접 이끄는 단체로, ‘바텀라인’의 주인장인 허정선 대표가 이를 이끌고 있다. 허 대표는 인천에서 재즈 문화의 정착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온 사람으로, 신포동 일대를 비롯해 인천의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 코리아 재즈 웨이브가 섭외한 뮤지션들은 과거 인천재즈페스티벌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연주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여기에 출연한 해외 뮤지션들은 가평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나 서울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국내 메이저 재즈 축제에서도 중심에 위치할 만한 수준을 자랑했다.
 

레조넌스 트리오의 피아니스트 폴 키르비.

우선 피아니스트 폴 키르비(Paul Kirby)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레조넌스 트리오(The Resonance Trio)는 이미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앨범을 내고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는 인물들. 여기에 러시아 출신으로 네덜란드에서 재즈를 수학한 보컬리스트 알리나 양기바랸(Alina Engibaryan)은 유럽에서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는 신진 뮤지션이며 국내 재즈 신에서 맹활약중인 정소휘, 한승민, 최윤미, 김성민 등의 뮤지션들도 각자의 소속팀을 통해 훌륭한 무대를 보여 주었다. 특히 해외 뮤지션들의 경우 국내의 대중들을 의식해 익숙한 넘버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The Next Step’이나 ‘Mornin'’ 등 정통 재즈 스탠더드 넘버들을 연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비록 소수였지만 코리아 재즈 웨이브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재즈 문화를 알고 있거나 공부를 해온 수준높은 시민들도 있었다. 악기 연주자들이 솔로 연주를 펼치는 시간이 많은 재즈 공연은 솔로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로 응원하는, 그러나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파악하고 타이밍에 맞춰 박수를 쳐 주는 관객들도 보였다. 그간 인천에서 열린 재즈 무대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실제 관객들 중 6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왔다는 시민 강모씨(52)는 “원래 재즈를 잘 몰랐다”면서 “재즈 공연에서는 악기들이 솔로 연주를 하면 그것이 끝나고는 박수를 쳐 준다고 지인에게 들었는데, 그렇게 귀동냥으로 들은 지식을 오늘 이용하니 기분도 좋고 공연도 더 잘 보인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코리아 재즈 웨이브는 진행상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순서가 끝난 뒤 바텀라인 허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실 관련 예산이 갑자기 삭감되는 등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서 이번 축제는 거의 못 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피아니스트 최윤미를 비롯한 여러 주변인들이 도움을 주어 올해는 어렵사리 유지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재즈라는 음악이 클래식과 다르게 이러한 행사가 아닌 한 관에서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내년에도 수준 높은 축제를 기획해 시민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인천 시민들에게 잠시 인사를 건네는 러시아 출신 재즈 보컬리스트
알리나 양기바랸(오른쪽). 왼쪽은 인사말을 통역해준 피아니스트 최윤미.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 만난 한 음악문화 전문가는 “인천 사람이 아니기에 확실히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천이 최근 국제도시와 아시안게임 등의 영향으로 길을 지나가다가도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도시가 된 듯한데, 문화도 그 외국인들의 유입에 맞춰 저변확대가 될 필요가 있다”면서 “시 재정의 어려움을 핑계로 황량한 토양에서 비주류 음악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줄이는 것은 비교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그는 “코리아 재즈 웨이브와 같은 축제에 드는 비용은 불꽃축제의 100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지원예산을 없앤다고 시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문화예술의 올바른 장려가 건강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 관계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은 재정적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간 적지 않은 문화관련 종사자 및 음악문화 평론가들에게 봄이나 가을 시즌에 재즈 혹은 월드뮤직과 관련된 페스티벌을 중형 이상 규모로 의미 있게 할 만한 적합한 도시로 평가되어 왔다. 지난 여름에 열렸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만난 한 중앙언론지 기자는 이와 관련해 기자와의 대화에서 “재정적인 부담이 크게 되지 않는 선에서 음악에 능통한 문화예술 기획자들이 인천시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볼 만한 주제”라며 “K-Pop을 주제로 하는 공연보다는 더 의미도 크고 관심도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었다.
 

재즈 밴드 소울로지. 트럼페터 김성민, 색소폰 주자 김수환 등으로 구성된 팀이다.

 

영상 : [2014 인천 코리아 재즈 웨이브] 중 알리나 양기바랸의 무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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