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마당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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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마당을 아시나요?
  • 디비딥 장윤석 블로거
  • 승인 2014.10.23 22: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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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딥의 인천이야기] 3


제가 수년전 취미삼아 카메라를 다시 잡고서 우연찮게 찾아던 곳이 바로 북성포구였습니다.


사실 관동,송학동에서 30대 초반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곳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사진을 찍게 되면서 알게된 셈이지요.

지금은 북성포구 일대가 정비되어 많은 사진가들과 낚시꾼들이 모여 드는 인기있는 사진포인트가 되었지만, 제가 처음 찾았을 때는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쓰레기더미와 정비되지 않은 길로 접근조차 쉽지 않았던걸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 안에 좋게 환경이 정비되었음을 느낄수 있네요.
 

 

그 북성포구를 끼고 돌아나가면 만석동이 나옵니다.

동구에서 인천역으로 이어져 중구로 이어지는 작은 교각 밑으로 세월이 비껴지나간듯한  옛 모습을 그대로 않고 있는 동네인데요. 당시에 제눈에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되면 찾는 이 만석동 나들이도 벌써 8년째 되어가고 있네요.

 

포구를 끼고 있는 다소 외진듯한 이 만석동 47일원은 한국전쟁 직후 이북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동네를 형성하고 낯선 땅에서 터를 잡고 새로운 삶을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도로공사에 사용하는 콜타르 기름종이에 입힌 자재로 지붕을 올려 몇 평 안되는 판자집을 지었고, 이런 판자집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400여 채가 다닥다닥 붙어 피난민의 정착촌이 된 것이지요.
 

이 동네 한복판에 공동화장실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만큼 위생적이지 못하고 철길 주변을 화장실로 사용하면서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똥마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네 인근에는 인천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대성목재>가 있었는데... 이 동네 사람들 대다수가 대성목재에 다녔을 정도로 서로의 관계가 각별했다고 합니다.

삶이 버거웠던 주민들은 하인천역에 정차해있던 석탄열차에서 구공탄을 훔쳐 팔기도 했으며, 석탄부스러기를 주워다 구공탄을 만들어 팔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고가도로가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옛날 풍경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고 ...그렇게 <똥마당>은 피난민들의 애환이 진하게 묻어났던 삶의 터전으로 아직도 인천인들의 기억에 남아있게 되었네요. 

 

아마도 척박하고 고달팠던 시대를 고스란히 안고 살았던 우리네 지난 시간들을 반영하는 동네의 또다른 이름이었지만 사람사는 내음이 가득했던 똥마당. 수세식 변기에 익숙한 우리네 삶의 뒤안길에는 이처럼 질곡의 세월을 대변하는 똥마당이 있었습니다.

 

갯벌이 사라지고 세워진 송도신도시나 보잘것 없었던 땅에 날이 갈수록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청라신도시 등 자꾸만 변해가는 인천의 뒷쪽에 자리잡은 구도심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이곳도 세월의 흐름 속에 소외되지 않고 함께 보다 살기좋은 동네로 변모해 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가 뒤로 돌아서면 나오는 인천에서 쭈꾸미요리로 유명한 그 곳, 그리고 깨끗하게 정비되어 인천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북성포구로 카메라를 들고 다시 한번 찾아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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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이 2015-04-14 12:44:27
똥고개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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