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짝퉁" 비판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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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짝퉁" 비판 쏟아져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7.16 23: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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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성과 진정성 없는 관광개발" "지가 상승으로 고유성 사라질 것"

중구청의 추진하고 있는 '개항 각국거리'를 비롯한 주변지역 관광 개발 계획도

인천 중구가 16일 착공식을 갖고 조성에 나선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이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 중구청(구청장 김홍섭)은 16일 김홍섭 중구청장을 비롯한 시·구의원, 관내 기관 단체장 및 신포지역 상인·주민 등 약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

중구가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을 진행하는 곳(위 지도 5번)은 신포시장 바로 아래 길로, 우현로 39번지길이다. 그 바로 아래 위치한 우현로 35번길은 러시아 특화거리로 조성될 예정이다.

중구는 착공식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우현로 39번길이 위치한 신포동의 순우리말이 "터진개"라는 뜻으로 화장품, 양장 등 개화물건이 가장 먼저 유입된 신문물의 전시장이자 각국 외국인이 내항을 통해 출입한 곳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큰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구는 최근 인천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 관광객 및 크루즈 관광객이 증가하는 시점에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관광객 유치 확대 및 원도심 기능회복,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착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홍섭 중구청장

중구에 따르면,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은 지난해 12월 추진계획이 수립된 후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실시설계 용역 단계를 거쳐 착공한 것으로, 전체 사업비 11억 5천만원을 들여 중구 우현로 39번길의 보차도(보도 및 차도 겸용) 정비 및 상징아치를 설치해 오는 9월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홍섭 중구청장은 착공식 기념사에서 '신포권역에 아시아누들타운 조성사업, 러시아특화거리 조성사업, 답동성당 일원 성역화 사업, 유럽풍 건축물 경관개선사업 및 신포국제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추진하여 신포동을 국제적인 쇼핑타운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히며 '신포권역 상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당부했다.

그러나 지역 문화계에서는 역사적 실상에 맞지 않는 거리에 '개항 각국거리'로 명명하고 겉만 치장하는 중구청의 졸속적이면서도 일방적인 관광행정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스페이스빔 민운기 대표는 착공식 현장에서 "짝퉁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반대한다"는 피켓을 벌이며 1인시위를 전개했다.
 

"개항장 역사문화 왜곡하는 '짝퉁' 각국거리조성사업 반대합니다"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선 스페이스빔 민운기 대표
 
이 같은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지역 내외의 문화계에서는 "가짜 역사를 만들어가며 스스로 싸구려 관광 식민지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적 반응이 쏟아지며, 지난해부터 일었던 송월동 동화마을과 비슷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인천 문화계 인사들은 SNS를 통해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조직적으로 알리기 위해 16일 저녁을 모임을 가졌다.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중구청이 추진하는 관광개발사업에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인천 문화계 한 인사는, "비단 송월동 동화마을과 개항 각국거리만 문제가 아니다. 송영길 전시장이 추진했던 러시아특화거리도 러시아 영사관이 있던 곳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에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구청 앞에 별관을 일본식 건물로 리모델링하고 그 앞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고양이 조형물까지 세워놓은 것은 참을 수 없다. 돈이 된다면 영혼이라도 팔아먹어도 좋다는 것이 지금의 중구청 관광행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도시건축 전문가는 "역사성과 진정성에 기반하지 않는 관광개발은 오래 가지 못한다. 또 위험하다. 중구의 관광개발이 당장 눈앞의 관광객을 유인하는 것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노리는 것은 지가상승이다. 지가상승이 이루어지면 지금 세를 들어 입점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모두 내밀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청의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추진을 계기로, 수년 전 지역문화계에 뜨거운 이슈를 몰고왔던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 반대운동처럼 지역 문화계가 다시 조직적인 대응과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으로 전개될지 지역 안팎의 문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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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윤 2014-07-17 17:59:39
장회숙 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지금 인천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갈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발굴하고 개발해야할 중구청이 그 기반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장회숙 2014-07-17 09:57:19
5월 선거 기간 동안 용동 함세덕의 본적지 함선지의 집 마루밑 우물 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국일관이 철거되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나름의 추억이 담긴 국일관 창고는 인천을 소재로한 근대 문학작가 강경애의 작품 인간문제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장소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이 만나 추억을 만들어가는 스토리 텔링의 한 장면이 사라진 것이다. 없애버린 문화 속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역사문화회랑 사업인 것인지 의문이다.

왕거미 2014-07-17 09:37:14
고작 유원지 놀이시설에 비견하는 그런 마인드인듯 싶네요
에고~~ 인천의 과거를 버리고 유원지로만 만들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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