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토박이와 떠돌이가 만나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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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토박이와 떠돌이가 만나는 도시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7.1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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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교수, ‘인천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다

인천의 대표 문학 계간지 중 하나인 ‘작가들’이 통권 50호를 맞아 16일 기념강연을 열었다.

인천작가회의 주최한 이날 강연에는 최원식 인하대 교수가 ‘인천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출간된 김금희의 <센티멘탈도 하루이틀>(창비, 2014) 책 속 문장을 인용, 떠돌이(타지인)의 환향의 꿈이 인천 주거의 토대이고, 그 이면을 따듯하게 접수하는 일의 중요성 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인천이 중요한 지역으로 떠오른 건 ‘근대 이후부터’라면서 “‘인천 토박이’나 ‘인천의 정체성’을 부각하거나 ‘옛날이 좋았다,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구호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근대는 토박이가 해체되면서 생긴 것이다. 인천은 일본의 전일적 지배를 허용하지 않은 도시다. 인천은 식민지에서 호출된 도시다. 호출 속에서 새로운 도시가 실험됐다”고 했다. 그럼으로써 토착 상권이 살아날 수 있었다는 점, 중국으로 가는 길이 살아있었다는 점을 인천의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최원식 교수는 인천을 두고 ‘굉장히 흥미로운 근대도시의 실험실’이라고 표현했다. 신분이나 계급은 뒤로 물러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는 것이다. 인천에 청국, 일본, 서양의 조계가 있었고, 그들과의 교섭이 활발했던 것도 근거 중 하나다. 인천에 가면 굶어죽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고 전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러한 현실이 강경애의 ‘인간문제’에 잘 나타나 있다고 소개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문학가는 ‘구체성의 변증법’을 내보인 소설가 현덕, 유치진의 제자이면서 유치진을 넘어서는 극작가였던 함세덕, 시인 배인철, 평론가 김동석 등이 있다. 최 교수는 특히 김동석 평론집 ‘부계의 문학’을 극찬했다. 이밖에 70년대 민족문학의 주류를 이끈 한남철의 작품과 생애를 되돌아보고 그가 해방 후 풍경을 소설 속에서 어떻게 묘사했는지 되새겼다.

최 교수는 도시에는 문화력, 즉 문화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가 흥할 때 문화가 따라 나온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50년대 인고, 동산고가 야구로 이름을 떨치던 시기 인천의 힘은 막강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천의 문화유산은 풍요롭지 않지만 풍요롭지 않는 것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전제한다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문학이 하락하는 지금이 문학할 때”라며 “좋은 옛날 것 위에 건설하지 말고 나쁜 새로운 것 위에 건설하라”는 브레히트의 좌우명을 소개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연에는 작가, 출판인, 일반인 등이 참여해 인천 문학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희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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