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국제도시 주민들, "SK인천석유화학 이전하라" 공식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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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국제도시 주민들, "SK인천석유화학 이전하라" 공식 요구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7.31 03:2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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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차원 안전매뉴얼 요구하며 국무총리 면담도 추진

저녁이 되면서 불을 밝히는 SK인천석유화학 시추탑. 바로 옆 청라국제도시 고층빌딩이 보인다. *사진=이희환
 
SK인천석유화학이 증설 공사를 완료한 파라자일렌(PX) 공장의 시험 가동을 마치고 24일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인접한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가동중단을 넘어 공장이전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방침이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1일,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나프타가 공기 중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흘만인 14일에는 또다시 SK공장의 가스 배출 설비에서 화염이 일고 타는 듯한 냄새가 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인근지역 주민들은 저녁마다 SK공장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은 공장 가동과 함께 24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공장 가동을 계기로 세계 최대 PX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중동,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의 초석이 마련됐다”며 “인천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서 세수 증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SK측은 증설된 공장의 안전성에 대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미국 회사 UOP(Universal Oil Products)의 최신 설계 기술을 적용했고, 친환경 청정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한다”면서 “지난 40년간 지역사회와 함께 해온 향토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환 SK인천석유화학 사장도 "시험운전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불꽃, 소음 등으로 주민들께 불편과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고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히고 "인근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안전한 공장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법에서 정한 기준 이상의 안전.건강.환경 경영 목표를 정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인근지역 주민들은 밤마다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와 가스냄새로 인한 악취로 인한 두통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SK공장 굴뚝에서 나는 화염으로 인해 고통스럽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야간에도 불을 환히 밝히고 있는 석유 시추탑 불빛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다. 이에 인접한 석남, 신현, 원창동 주민들뿐만 아니라 청라국제도시 주민들도 나서 안전대책 촉구와 가동중단에서 벗어나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을 국가산업단지로 이전시키자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1월 2만7545명 수준이었던 청라국제도시 인구는 2013년 1월 5만6801명으로 2배 넘게 급증한 이후, 올 1월 기준으로는 7만1078명을 돌파했다. 청라국제도시의 계획인구가 9만명으로, SK인천석유화학로 인한 민원은 앞으로 더욱 급증할 수밖에 없다.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은 청라국제도시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chengna/97559)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대응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정부와 인천시, 서구청 등이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사고 발생시 대책 매뉴얼이 부재한 상황을 질타하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새벽 2시 15분경에 냄새가 나면서 나타프가 누출됐을 당시, 4시간이 지난 아침 6시에 SK에 전화를 걸었지만 경비실과 당직자는 누출사고를 알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는 서구청 당직실을 통해 청라주민들에게 가스 누출 사실을 알리고 서구청은 즉각 각 단지 관리실을 통해 주민들에게 창문을 닫게 하거나, 심한 경우 학생들의 아침 등교를 중지시키는 안내방송을 해야 하지만, 이런 안전 매뉴얼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라국제도시 회장연합회 관계자는 "세월호의 안전 매뉴얼이 인천 서구에서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SK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소방차의 진입을 막고 자체진화를 고집하다가 결국 화재가 재발생하는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고 지적하고 우선 "첫째, 정부기관의 재난 대비책을 요구할 것이며, 두번째 SK에는 공장 이전을 법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청라국제도시 회장연합회에서는 네 가지 투쟁 방향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SK 주변위험시설 국가산업단지 이전 및 국무총리 면단 요구 서명용지
*사진제공=청라국제도시 네이버카페

우선, SK 주변 위험시설을 울산이나 여수의 국가산업단지로 이전할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증설에 1조2천역을 투자한 국민연금공단을 방문에 항의하는 한편, 각 단지별로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서명을 전개하고, 이를 통해 국무총리 면담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주민들은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국무총리실 차원의 국가재난 대비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청라 주민들은 또 늦어지고 있는 감사원의 감사청구를 요구하고 변호사 선임을 통해 준공승인 취소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는 한편, 7월 11일 누출 사고의 피해.손해에 대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공장증설을 허가해준 서구청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대책을 제시할 때까지 1만세대 이상이 참여하는 재산세 납부 거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969년 당시 도시 외각의 해안지대인 서구 원창동 일대에 경인에너개발주식회사로 설립돼 운영이 되기 시작한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은 1994년 한화에너지(주)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1999년 인천정유(주)을 거쳐 2006년 SK(주)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래 2013년 SK인천석유화학으로 새출발했다.

인천시와 서구청에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의회와 서구의회가 특위를 가동한다고 나섰지만, 법적인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별다른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연이은 사고로 인해 안정성 문제까지 도마위에 오른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의 존재는 인접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의 부동산 가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공장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집단적인 대응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청라국제도시와 인접해 야간에도 환히 시추탑에 불을 밝힌 SK인천석유화학 공장(오른쪽)
*사진=이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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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기주의 행태 2014-08-04 08:51:00
청라신도시가 개발되기 전부터 이미 공장은 있었고, 굴러운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는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이는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허위 사실 유포는 물론, 애초에 청라에 입주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 집단 이기주의 행태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모습이구나...ㅉㅉ

깨끗한 인천 2014-07-31 10:56:51
청정에너지LNG를 사용한다고 배기오염이 안생기나. 연간 수만톤의 유해물질 뿜어내는게 더 위험하지. 탐욕에 눈이 어두운 SK가 주민들 안전은 등한시하고 돈벌이에만 열중하는 모습이 제2의 세월호사건이 날까 두렵네요. 총수도 돈에 눈이 뒤집혀 횡렴협의로 감옥에 가 있는 마당에 계열사도 똑 같이 돈에 환장해서 주민들 안전을 위협하며 공장을 가동하는게 주민들을 위한 상생인지.. SK 정말 싫다

무지개천사 2014-07-31 08:57:06
SK 석유화학 건은 참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이며 주민들의 안전과 우려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대기업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지만, 이러지도 저리지도 않고 또 엎드려 눈치만 살피는 행정의 모습이 더 한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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