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쟁연습으로 정의와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상태바
[기고] 전쟁연습으로 정의와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 유정섭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국장
  • 승인 2014.08.18 23:3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황의 한반도 평화메세지와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18일 인천시청에서 개최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중단 촉구 기자회견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다. 정의는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하여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보동한 믿음에 바탕을 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메시지다.
 
이 말씀을 곱씹어 본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용서와 관용으로 불의를 극복하기보다는 군사적 힘으로 상대를 제압함으로써 평화를 찾아보고자 하는 어리석음이 한반도의 평화를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8일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민,관,군 50만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쟁연습이다. 이번 연습은 맞춤형 억제전략, 작전계획 5027, 국지도발대비계획, 충무계획 등의 전략 및 계획에 따라 B-2 스텔스 폭격기 등이 동원되어 대북 선제타격, '북한 급변사태 대비/유도 훈련, 대북 안정화 작전 등을 연습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연례 방어 훈련”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연 사실일까?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서 전면 적용된다는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사용위협 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 단계로 나누고, 사용 징후만 보이더라도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억제전략’이란 원래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막고, 만약 전쟁위기가 조성되었을 때는 이 위기가 전쟁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이 핵, 미사일 사용 징후만 보여도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방안을 담고 있어, 전쟁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촉발하는 전략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사용이 임박(이에 대한 정보와 판단의 정확성을 차지하고라도)했다고 해서, 곧 위기가 조성됐다고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위기를 평시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을 아예 봉쇄하게 된다. 따라서 한미연합군이 ‘맞춤형 억제전략’을 따라 작전하게 되면 2013년도 봄과 같은 한반도 위기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이러한 선제공격은 전쟁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 헌장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럼, 북한은 가만히 있겠는가 ?

북한은 미국의 거의 유일한 핵 공격 대상국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압도적 열세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선제공격을 당할 경우, 핵 사용 궁지에 몰리게 된다. 최근 북한은 “핵에는 핵으로 맞받아 나갈 것”, “우리식의 가장 강력한 앞선 선제타격” 발언을 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발언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므로 용인될 수는 없다. 이처럼 ‘맞춤형 억제전략’을 적용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한반도 핵전쟁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리의 우려가 결코 기우로 치부될 수만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또한, 올해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서는 ‘국지도발대비계획’의 일환으로 한미 해병대가 북한의 서북도서 도발에 대비해 백령도에서 연합항공유도훈련을 실시한다. 이 훈련은 지상군이 해상과 공중전력에 지상의 정확한 공격 좌표를 알려주는 훈련으로, F-15K 등 한국 공군 전투기는 물론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 헬기까지 유도한다.

2013년 한미 합참의장이 합의한 ‘국지도발대비계획’은 북한이 국지도발을 해올 경우, 북한의 도발 원점은 물론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선제공격에 따른 반격이라 해도 도발 원점을 넘어서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는 것은 국제법상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 불법 과잉 대응이다. 만약 2010년의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북한의 지휘부 즉 평양을 타격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제2의 6.25전쟁과 같은 전면전으로 확전되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위험 천만한 계획인가?
 
일본 아베 정권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로 동북아 긴장이 팽배해지고 있는 요즘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해주는 연습이 될 것이다. 한미일은 수년전부터 탄도미사일 방어 훈련인(퍼시픽 드래곤훈련)을 실시해 오고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로 일본에게는 미군 함정과 미군기지를 향하는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임무가 주어졌다. 이때 한국군이 탐지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보는 미국과 일본에게 제공될 것이며,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훈련이 미일 집단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해 주기 위한 훈련으로 되는 것은 필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는 북한에서도 선수단과 응원단이 대거 참여한다. 모처럼만에 열린 남북교류와 화해의 마당에,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북한에 제안하는 한편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서 남북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진전됨에 따라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남북 대화를 추진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그 어떤 한미연합연습보다도 공세적인 2014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즉각 중단하거나 방어연습으로 그 목표와 성격과 과제를 대폭 전환, 축소해야 한다. 공세적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중단하고 5.24 조치를 해제하여 남북, 북미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는 것만이 비정상적인 남북, 북미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지금 필요한건, 무력시위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다.
 
국민들은 평화를 원하고 있다. 아니 평화를 택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민족이 사는 길이고, 나아가 국가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이제는 과거의 대결과 전쟁에 연연해 하지 말고 ‘관용과 협력으로 정의를 실현’하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한번 더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창규 2014-08-20 09:21:56
저것들 또 나왔네 심심하나 밥벌이 힘들어?ㅉㅉ 어지간히 해라

김청규 2014-08-19 22:40:32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 백번 옳고 좋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 난다' 는 말처럼 교황 방한 중에도 무력 시위하는 저들에게 머리 숙여가며 관용 배풀어야 하는 건지...'상대방에게 지나치게 힘 과시해도 혐오감 주지만, 나약하게 보이면 한없이 없신여김 당한다' 는 속설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변 듣고 싶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