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학생들, 법정전입금도 안 내는 한진그룹 재단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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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학생들, 법정전입금도 안 내는 한진그룹 재단 비판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12.18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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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배 전 총장 사퇴 후, 대학구조조정 반대, 낙하산 총장 거부 움직임

봄날의 인하대 정석호 주변 풍경 (사진 출처 =인하대학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겸 정석인하학원 이사의 '땅콩회항'과 '재벌3세의 갑질'이 커다란 사회적 논란이 된 가운데, 인하대 학생들이 대학에는 법정전입금조차 지원하지 않으면서 낙하산 총장을 내세워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한진 재단을 비판하고 나서 향후 추이가 관심을 모은다. 

인하대학교 12개 단과대 학생회 연합(이하 단과대 학생회)은 지난 16일 [박춘배 총장의 무책임한 사퇴에 대한 입장](이하 '사퇴에 대한 입장')을 인하대 포터사이트 인하광장에 발표하고 학교 당국에 박 총장이 재임시절 추진했던 구조조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인하대의 10개 단과대학 학생회와 2개의 학부 학생회는 박춘배 전 총장의 돌연한 사퇴를 "3년간 불통, 독단, 무능 논란에 자유롭지 못했던 박춘배 총장이 끝까지 무책임한 사퇴"라고 규정했다.

이들 단과대 학생회는 차기 총학생회 당선자들과 함께 [구성원 동의 없는 구조조정 추진 중단 약속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있는 답을 해야 할 총장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함으로써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박 전 총장이 교직원들에게 전체메일로 발송한 사퇴입장서를 확인해본 결과 본인이 어떤 이유에서 사퇴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언급조차 되어있지 않다며, 박 전 총장 3년간 드러난 인하대의 총체적 문제점을 거론하고 학교당국에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단과대 학생회는 또 박 전 총장 재임 3년간 인하대는 개혁이 아닌 퇴보의 길을 걸었고 한진그룹 재단에게만 이익이 되고 구성원들은 희생됐다며, 송도캠퍼스 건립비용에 대한 재단의 지원은 없었던 점, 송도캠퍼스 개교 연기와 맞바꾼 60주년기념관에 대해서도 재단의 지원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인하대 구조조정을 통해 재단은 앞으로도 인하대에 대한 지원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또 단과대 학생회는 한진그룹 재단이 이제 법적으로 내야 할 전입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면서 2014년 법적으로 내야할 전입금 31억도 덜 낸 사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인하대 1년 전체 예산은 2800억 정도인데, 그 중 재단으로부터 들어오는 법인전입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재단이 내야 할 법인전입금은 법정부담전입금(법적으로 내야 할 전입금)과 60주년기념관 같이 토지와 건물을 취득하거나, 건설비 등 자산적 지출과 관련해 법인이 지원하는 전입금인 자산전입금, 그리고 법인이 대학 운영에 지원하는 경상비 전입금 등으로 나뉜다.

인하대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은 그러나 자산전입금은 근 10년간 0원이었으며 법정부담전입금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4년 자산전입금을 22억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60주년기념관을 지을 때 GE기업이 인하대에 기부한 돈으로서 기부금 전입으로 잡혀야 할 돈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재단은 사립학교법 상으로 재단이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는 교비에서 지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해 편법을 수년째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또 이것조차 부담하지 않을 명분을 갖기 위해 독립채산제를 통해 구성원이 알아서 재정을 책임지라는 식의 시스템 전환을 꾀해왔다고도 비판했다. 정석인하학원은 또 실질적인 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경상비 전입금도 2014년 6억 등 전체 예산 대비 0.2%~0.4%를 기록하며 학교운영에 재단의 지원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단과대 학생회는 이어 인하대 재단이 사립대학을 가짐으로서 해서 온갖 세재혜택과 적립금 축적(현재 1500억), 사회적 명망을 얻을지 모르나 인하대 구성원들에게 재단의 존재는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도리어 총장의 선임부터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의 관철과 재정에 대한 간섭만 더해가면서 책임과 의무는 하지 않는 재단이라고 규정했다. 

단과대 연합은 박 전 총장이 사퇴 전 재정절감을 부르짖으며 남긴 수 없는 난제들에 대해서도 거론하며 학교 당국의 대책을 듣겠다며 총장대행과의 직접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거론한 난제들로는 단과대통폐합/독립채산제 등을 통한 인하대 구조조정 문제를 비롯해 서호관 식당 및 교직원 식당 직접운영 문제, 인하대 학생복지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생활협동조합 퇴출 압박 문제, 60주년기념관 건립으로 인한 학교 전체 공간 조정 및 건립재정 마련 문제, 2015년 송도캠퍼스 11공구 매립공사 완료여부에 따른 캠퍼스 건립계획 및 재정 문제, 2015년 1월부터 시작될 2015학년도 등록금 책정 문제 등이다.  

이들은 재단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해 산적한 난제에 대해 무책임하게 사퇴한 박 전 총장을 대신해 총장대행을 맡고 있는 교학부총장과의 직접면담을 통해 세 가지 요구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가지 요구는 ① 박춘배 총장이 사퇴한 지금, 학교 본부는 인하대 구조조정에 대한 추진 중단을 선언하라, ② 기타 산적한 문제들이 총장의 업무 공백으로 인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조속히 차기 총장 선출에 돌입하라, ③ 재단의 낙하산 총장 임명이라는 '2012년의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성원의 민주적 의견수렴과 공정한 절차를 거쳐 차기 총장을 선출하라 등이다. 

이들이 거론한 '2012년 과오'란 총장공모를 통한 간선제가 실제로는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재단측에 의해 뽑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단이사회(이사장 조양호,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조원태 포함 14인)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총장후보 공모를 받는데 재단측 인사가 6인, 학교구성원(교수 및 동문회) 인사 5인으로 구성돼 결국 재단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총장으로 뽑혀 '낙하산 총장'이 임명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향후 총장 선출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단과대 학생회 연합의 면담 요구에 대해 인하대 본부에서는 학생 대표와의 면담을 수락해 오는 22일에 조명우 교학부총장(총장대행)과의 면담이 이루어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과대 학생회의 이러한 움직임이 겨울방학을 맞이한 인하대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호응을 얻고 학교 당국을 실질적으로 압박해나갈지 주목된다. 때마침 터진 '조현아 파문'과 6년 전 일어났던 홍승용 총장의 중도사퇴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인하대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의 경영방식에 어떤 파급이 미칠지 주목된다. 

그러나 인하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학생들만의 움직임으로는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 인하대의 변화는 물론 재단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면서 "인하대를 구성하고 있는 교수들이 학교의 투명한 경영과 재벌 재단으로부터의 독립과 지원을 제대로 확보하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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