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역사 왜곡 화도진축제에 지나친 '성조기 마케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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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역사 왜곡 화도진축제에 지나친 '성조기 마케팅'까지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5.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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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 아닌 사실 밝혀졌어도 조인식 재현 예정
 
 

인천 동구(청장 이흥수)가 오는 5월 23~24일 이틀 동안 화도진공원과 동인천역북광장 일대에서 펼치는 제26회 화도진축제를 홍보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은 한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장소를 내세워 길거리에 성조기를 내걸고 홍보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 동구의 화도진 축제는 개항 직후인 1879년 인천 앞바다의 해안경계를 위해 설치된 화도진별장의 이름을 딴 축제로 올해로 26회째를 맞고 있다. 화도진은 서구의 연희진과 함께 외세 침략을 방어하는 군사시설로 고종의 지시로 당시 어영대장인 신정희가 축조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불타 버린 화도진이 다시 복원된 건 지난 1982년이다. 향토사학자 최성연 선생이 화도진 평면도를 남겨둬 이를 비탕으로 화도진을 복원했고,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인천시 지정 기념물 2호로 지정됐다.

그런데 최성연 선생은 1959년 간행한 저서 <개항과 양관역정>에서 미국 선교사이자 인천 내리교회 목사였던 존스 선교사가 1901년 1월에 <코리아리뷰>(The Korea Review)란 잡지에 쓴 '새로운 세기'(The New Century)라는 글을 근거로 조약 체결장소를 '화도진'이라고 단정했다. 이후 복원된 화도진 내에는 조약을 체결하는 모습을 담은 인물을 재현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후 학계에서는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체결장소로 구 영국영사관이 위치했던 파라다이스호텔을 유력한 체결지로 주장하는 박철호 목사의 견해가 제시되면서 파라다이스 호텔에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라는 표지석이 들어서 있는 상태다.

이러한 혼란은 2013년 9월 구한말 세관사를 연구하는 김성수 서울세관 조사관에 의해 유력한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체결장소를 보여주는 지도가 발견되면서 자유공원 내 석정루 바로 아래 위치한 옛 한국관 자리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확계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세관 공무원인 김성수 씨가 지난해 발굴한 구한말 인천해관 문서 제물포지도. 지도의 D39 필지번호에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이다. (지도제공=김성수)

 

김 씨가 발견한 제물포지도를 보면 좌측 화상조계(청국조계)와 일본조계 경계면 상단 부근에 정사각형 모양의 부지에 'D lot No 39'라는 고유지번이 있고, 오른쪽에 한자로 '稅務司公館'(세무사공관)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Commissioner's present residence'라고 병기돼 있다.

이와 관련, 구한말 미국공사로 활약한 알렌(H. N. Allen)이 작성한 연표를 보면1901년 4월 항목에 '조미통상수호조약 체결장소는 인천해관세무사의 관사터'라고 적고 있다. 이번에 바로 그 해관세무사 관사터가 지도를 통해 발견된 것이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은 1882년 5월 22일 조선이 서양 국가가 맺은 최초의 조약으로, 1882년 당시에는 인천해관장의 관사에 건물이 지어지지 않아 우선 조약체결을 위해 급하게 천막을 쳐서 조인식을 가졌다. 이 자리는 특히 같은 해 6월6일 영국과의 조약, 6월30일 독일과의 조약도 체결한 장소일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조사가 시급한 상황이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와 관련해 강덕우 인천시사편찬위 전문위원은 "새롭고 명백한 사실이 밝혀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전문가들이 모여 이를 비정하는 것을 놓고 논의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향토사학자인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도 지난해 <인천일보>에 이와 같은 사실이 보도된 직후 특종이라고 평가하면서 관련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문제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장소가 이처럼 새롭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문화재 당국이나 문화재청 등에서 이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덕우 인천시사편찬위 전문위원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롭고 명백한 사실이 밝혀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전문가들이 모여 이를 비정하는 것을 놓고 논의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장소가 확인된 후에도 관할 구청인 중구청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상태로 역사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역사적 사실일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동구청은 또다시 화도진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됐다는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축제를 홍보하고 심지어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동구 길거리에 내거는 과도한 '성조기 마케팅'을 벌여 시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동구청은 화도진축제 기간 공식행사로 한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을 재현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동구청은 5월 22일 저녁 어영대장 축성행사를 마친 행렬이 화도진 동헌마당에 이르면 당시의 태극기와 성조기를 게양하고 미국 국가를 연주하면서 축포 21발을 발사해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을 축제 형식으로 재현할 계획이다. 

이 행사를 위해 동구청에서는 슈펠트 제독과 쿠퍼 함장을 대역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주한미국대사관에 발송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지켜본 한 문화단체 관계자는 "동구의 역사를 재현하겠다며 시작된 화도진축제가 역사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축제를 벌여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는 축제, 화도진 축제가 아닌 '한미수교기념축제'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화도진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됐다는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 만들어진 화도진 인형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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