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류 바람에 먹물 쏟아 붓나?
상태바
인천, 한류 바람에 먹물 쏟아 붓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8.28 18:2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류 축제 ‘The K Festival’ 문제... 보름 남은 행사 프로그램 아직도 ‘준비 중’


여름과 가을을 지나는 동안 인천지역서 열리는 문화예술축제들이 하나같이 내용의 부실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만도 인천서 제대로 치러낸 문화예술축제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 하나라는 지적을 들을 정도로 부끄러움의 진행과 행정 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인천도시공사 주최로 열리는 한 한류 축제 역시 자칫 인천의 문화예술 이미지를 제대로 망쳐 놓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는 다음달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한류문화축제 ‘The K Festival’을 연다. 그런데 기자가 내용을 살펴보니 안 그래도 부실하다 평가를 들었던 첫 회보다도 더욱 내용 없이 관객 수 등 '공직자 위주의 성과'에만 급급한 듯보이는 행로를 취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다양한 한류음악’, 아이돌 위주로 ‘단조롭게’ 소개?
 
일단 출연진과 행사 장소의 선정은 일각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출연을 확정한 국내 가수들이 TV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돌 위주로 재편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난해 10월 열렸던 첫 회만도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관객 몰이에 실패하긴 했으나, 그래도 첫 회에는 아이돌 가수들뿐만 아니라 데이브레이크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등과 같은 인디 뮤지션들이 고르게 출연해 적어도 10~20대의 젊은 친구들이 다양한 음악 문화를 접히고 그것을 해외 관광객들에게 알릴 기회였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2회의 출연진은 그것마저 없어졌다. TV에서 잘 볼수 없는 가수들을 꼽아봐야 타이거JK와 더원 정도인데 이들 역시 빈번히 방송 전파를 타는 가수들이다. 더 다양하게 한류 음악 문화를 담지 못한 것은 분명한 패착이다.
 
특히 인천도시공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 2만여 명이 이번 페스티벌에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류의 음악 문화를 아이돌뿐만 아니라 인디 혹은 방송 활동이 뜸한 기성 가수들을 고르게 배치해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출연진 섭외의 편협함이 자칫 행사 분위기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관객 수의 성과에 급급해 인기 있는 아이돌 위주로 섭외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일리가 있는 논리다.
 
공연기획 계통에 종사하는 김모씨(38)는 “‘The K Festival’이 지난해에도 뮤지션 섭외에 대한 기획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꽤 있었는데 지난해에 대한 복기 및 기획 의도와 방향성 등의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진행하려 하다 보니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장소 선정 문제... 주경기장 활용 명분 마땅한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전경. 활용 방안에 대해 지역사회가 많은 의견을 내고 있다. 이곳서 공연을 하려면 새로 무대를 설치하고 행사 종료 후 해체해야 한다.
 
이미 인천시에는 펜타포트를 성공적으로 열기 위한 상설무대가 설치돼 있는 상황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펜타포트의 경우 10만에 가까운 관객들이 이 무대를 통해 뮤지션들과 호흡하는 장을 연출하며 성황리에 행사를 종료하고, 이후 공중파 방송이 이 실황을 전파로 내보내기도 했다. 상설무대가 설치돼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음향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반에서 유리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펜타포트 외에 다른 음악 축제를 용이하게 치러낼 수 있다는 장점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일부 전문가와 애호가들은 ‘The K Festival’이 이런 장점들을 죄다 포기하면서까지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무대를 펼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 그래도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도시공사 측에서 이 페스티벌을 위해 주관사에 넉넉한 입찰액을 제시했을 리도 없고, 때문에 기존 시설들을 이용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추가로 무대를 설치하고 해체하는 예산을 들여서까지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이용하려는 것은 시민 입장에서 납득이 어렵기 때문. 더군다나 주경기장의 활용 방안으로 본다 해도, 신규가 아닌 기존 행사의 성격인 ‘The K Festival’의 활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일각서 제기되고 있다.
 
한 공연기획자는 “도시공사에 의해 선정돼 공연을 기획하는 주관사 입장에서 보면 기존 상설무대의 사용 규정이나 훼손 시 보상 등의 가능성을 염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 현 송도의 상설무대를 조율할 수 있는 수준의 업체가 몇 없는 현 상황 등이 감안되어야 한다”면서 “추가로 예산을 들여 자신들이 콘트롤을 할 수 있고 LED와 특수조명 등 아이돌의 무대에 걸맞는 성격의 무대를 설치하고 주경기장의 활용 명분까지 끌어내겠다는 계산을 했다면 그게 틀렸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획자는 “시민 입장에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인데 공기업인 도시공사에서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타 중앙언론사 문화부 기자는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활용이라면 수익과 공공성 창출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행사를 새로 기획해 결과를 내야지, 기존 상설무대에서 잘 열리고 있는 행사를 옮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송도 상설무대를 통해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을 가지고 장소만 옮겨서 관객 수와 티켓 판매 수를 이야기하면, 그게 과연 주경기장 활용에 대한 타당한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의견에 도시공사 관계자는 “상설무대의 활용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며 “아이돌보다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기존 상설무대의 성격을 바꿔 조명과 LED 등을 장비들을 추가 설치해 구성하는 것과 새 성격의 무대를 경기장에 설치하는 비용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다보니 방송사까지 들어오는 세팅을 감안해 이같이 결론을 내게 된 것”이라 해명했다.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무료화... 문화예술 인식 오히려 '황폐화'
 

인천시의 대표적인 유료 음악 축제인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유명 밴드 ‘프로디지’가 공연하는 모습.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연에 대한 대가 지불이 당연하다 인식되지 않는다면, 현재 잘 나가는 이 음악 축제마저 고꾸라질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The K Festival’이 지난해 송도서 개최할 당시에는 5만 원 가량의 유료 티켓을 구매해 입장했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무료로 전환됐다. 물론 티켓 구매 사이트 등 온라인상에서 티켓을 발권해야 하고 그 발권에 대한 수수료 등이 지급되기는 하나, 일련의 금액을 합해 한 명당 3,500원이면 티켓을 발권 받을 수 있다. 물론 적게나마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을 거치기는 하지만, 이것을 유료로 인식할 관객들은 사실 많지 않다.
 
실제 인천을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열리는 대형 축제들 상당수가 무료로 진행되는데, 그러다보니 안 그래도 열악한 공연업계의 인프라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연을 돈 주고 보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서 팽배하고 있다는 것. 실제 서울의 한 공연클럽에서 소위 ‘선택 후불제’를 시범 도입했다가 돈을 지불한 관객이 8%도 채 되지 않았다는 뉴스가 관련 업계에게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던 터에, 관 주도로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켜 업계의 황폐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연기획 종사자 김모씨는 “대형 스타들의 경우 자신들의 단독 공연을 통해 수익을 챙기고 다른 축제는 그저 출연료를 받는 행사로 치부하는 성격이 있어 유료 입장 무대라면 대부분 출연을 거절하는 현 가요계의 현실과, 통상적으로 유료 축제에 들어가지 못하는 공중파 방송사의 참여 등 환경을 전제해야 한다”면서 “출연진의 섭외 등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주관사로서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인천도시공사가 공연예술의 현황과 문제에 대한 인식 없이 그저 관객 수 올리기의 ‘성과’를 목표로 기존 유료축제를 무료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할 만한 사항”이라 말했다.
 
한편 이같은 내용에 대해 도시공사 관계자는 “첫 회에 유료로 진행을 하긴 했었는데, 통상적으로 그렇게 되면 출연진들의 개런티가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뛰어 오른다”며 “그들 출연료를 위해 시민들에게 비싼 티켓 가격을 걷을 수는 없다”고 반론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공중파 방송사가 들어오면 통상적으로 공연이 무료화되고 출연진들의 개런티 역시 방송출연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만큼 나름대로 장점이라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행사가 코앞인데... 아직도 게재되지 않은 프로그램
 

‘The K Festival’의 홈페이지 상 프로그램 메뉴를 클릭하면 아직도 ‘준비중입니다’이라는 메시지(이미지 가운데 있음)가 올라온다. 행사 시작 보름여 앞을 두고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인천도시공사 측은 ‘The K Festival’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축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용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실제 이 홈페이지는 28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출연진 하나하나의 개요 및 타임 테이블(뮤지션들의 출연 시간과 요일 등을 기재한 계획표) 등 세부 계획이 올라와 있어야 할 프로그램 메뉴에 대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주경기장이라는 수만의 인파를 모은다는 행사가, 시작까지 보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아직 아무 프로그램도 관객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연진들 중 AOA의 팬이라며 페스티벌에 참여키로 했다는 시민 강모씨(26)는 “지역신문들 보도에서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볼 수 있다 해서 갔지만 ‘준비중입니다’라는 메시지만 보고 사이트를 닫아야 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어떤 행사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도시공사 측 관계자는 “이 축제가 아무래도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관광업체와 연결이 되어 있다보니 프로그램보다 라인업 발표에 집중했던 감이 있는데, 그렇다고 프로그램들을 아예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부분으로 인정한다”면서 “음식과 패션, 뷰티 등에 대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해 놓았고 먼저 소개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중국 측과 손잡고 마련된 문화교류의 장도 있는 만큼 우리로서도 속히 소개하고픈 마음이 있기에 빨리 손을 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인 이한구 시의원(계양4,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업자 선정 과정서부터 전반적인 문제가 감지돼 해당 부서에 관련 자료들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인데 아직까지 자료 제출과 보고 등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시의회 문복위 의원 차원에서 의혹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질타할 것은 하고 수정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 말했다. 같은 문복위 소속 공병건 시의원(연수2, 새누리당) 역시 “신규로 자료 요청을 해 자료들을 받는 대로 지적되는 사항을 세밀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홍길이 2015-08-31 12:18:21
문화의식 부재의 도시공사 애들이 하니 저 모양이지.... 간단하잖아? 가수 몇 명 불러 노래때리고 가면 그걸로 한류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어물쩡 넘어가기 편하지... 머리를 굴릴 생각 안하고 그저 돈만 퍼들여 저런 보여주기식 행사 하는것...이제 시민들이 혼내줘야죠,,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