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조기상환은 ‘의료복지’를 외면해야 할 정도로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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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조기상환은 ‘의료복지’를 외면해야 할 정도로 중요할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11.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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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시 조기상환 3,000억, 인천의료원 부채 200억... “조기상환 이유로 의료복지 외면하나”

인천의료원. ‘시립 공공의료기관’임에도 시의 지원이 미진해 현재 200억 원 정도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시민의 의료복지를 위한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는 ‘인천의료원’에 대해 인천시가 부채 탕감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와 지역정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시가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상환도래부채 외에 수천 억 원의 부채를 조기상환할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예산 사용에 대한 우선순위에 의문을 표시하며,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시가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12일 인천의료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의 질문은 인천의료원의 부채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 4일 시가 자체적으로 출자 및 출연기관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파악한 결과 인천의료원과 인천신용보증재단의 평가점수가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이 이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13일 시의원들과 인천의료원 관계자, 시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인천의료원이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신규 기숙사가 아직 건립 중에 있는 관계로 간호사들의 정주 여건이 좋지 못해 잦은 이직을 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근속자 퇴직금 지급보유분 등을 확보하지 못해 떠안고 있는 약 243억 원의 부채다.
 
사실 간호사의 수급 문제는 인천의료원이 잘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인천의료원 뿐만 아니라 전국 민간병원이 간호 인력을 제때 수급하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또 인천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45명의 간호사가 퇴사하긴 했어도 54명의 신규 간호사가 채용되기도 했다. ‘지속성’의 부분에선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안 그래도 어려운 환경임을 감안했을 때 이 부분은 나름 선방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부채다. 총 243억 원 중 30억 원 정도는 매달 지급하게 되는 일시적인 지급분이므로 이를 제외하게 됐을 때 의료원 측이 밝힌 부채는 214억 원 정도. 가장 큰 비율은 장기근속자 등 직원들의 퇴직예치금 미보유분이 12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약 10개월여 치의 약값 등이 밀려 생긴 유통부채가 약 50억 원, 기타 시에 줘야 하는 상환액 37억 원 등이다.
 
부채가 많으면 일반적으로는 병원이 왜 돈을 못 버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천의료원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민간 및 대학병원이 환자 대상으로 비급여진료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충분한 영리를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건강보험 체계가 비급여진료를 진행하지 않으면 흑자를 내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 이는 인천의료원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립의료원’인 인천의료원이 만약 시민들을 상대로 민간병원과 같은 방법으로 수익을 챙길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인천의료원은 지금 같은 겨울철 노숙자 및 알콜 중독자에 대한 긴급진료를 의무감에 기반해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병원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시립’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대시민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인천의료원의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이 선서에 임하고 있다.
 
실제 이날 행감에서도 시의원들 중 두어 명이 “왜 수익을 내지 못하고 경영 꼴찌를 하느냐”는 류의 질문을 이어가는 분위기가 역력히 보였다. 병원 적자를 ‘경영 마인드’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의료원의 지리적 불리함이나 비급여진료 문제도 있고, 긴급치료를 해 드리는 분들 중에서는 노숙자나 알콜중독자 분들을 중심으로 현실적으로 치료비를 내기 어려운 분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그분들 치료를 안 할 수는 없다”면서 “물론 적자 상환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환자들에게 수익을 챙겨 부채를 보전하는 건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답변하기도 했다. ‘시립의료원이라는 존재 가치’를 놓고 보면 조 원장의 말은 틀린 것이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인천의료원이 “의료수준도 떨어지는 병원이 빚덩이에 얹혔다”고 폄하하는 분위기도 있기는 하다. 대부분 의료민영화를 찬성하는 일부 보수층의 정치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실제 인천의료원의 진료 수준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의료의 질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병원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는 상황.
 
임정빈 시의원(남구3, 새누리)이 전해준 바에 따르면, 근자에 한 환자가 지역의 모 대학병원에서 “3일도 못 견딘다”는 판단을 받고 보호자들이 낙심한 상황에서 인천의료원을 찾았는데, 조 원장이 이 환자와 환자의 데이터를 보고 “돌아가시지 않는다, 고칠 수 있다”라며 20여 일간 정성껏 치료한 결과 원래 상태보다 더 낫게 퇴원해서 일반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또, 지난 6월 국내에 메르스가 퍼져 온 국민이 불안감에 떨었음에도, 인천의료원이 인천공항 등 가장 가까운 일선 현장에서 검역작업을 벌여 인천지역에 단 한 명의 메르스 환자도 발생하지 못하도록 노력한 것은 인천시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이 실적은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이 놀라움을 표시했던 일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가 인천의료원의 부채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경영실적을 이유로 낮은 평가를 하는 행정에 대해, 여러 지역사회에서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시가 상환도래부채 3,200억 원 외에 지금 당장 갚을 필요는 없는 3,000억 원의 부채를 조기상환할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인천의료원의 부채에 대한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당분간은 그냥 쥐고 있어도 되는 3천억 원의 돈을 갖고 의료원이나 시급한 복지 현안 등에 지원했으면 지역 현안 여러 가지가 해결됐을 일을, “당장 빚지는 거 싫다”는 이유로 이 모두를 외면해 버린 것이다.
 
이러한 행정에 지난 9일 참여예산네트워크는 “당연히 줘야 할 돈을 안 주면서 당장 안 갚아도 되는 돈을 갚겠다는 건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송도지구 등의 매각 계획으로 세외수입이 잡혔을 때, 어디에 어떤 순서로 어떻게 쓰느냐는 문제는 시의 가장 중요한 행정인데, 유 시장은 본인의 공약부터 지키고 보자는 일방적인 행정을 펼쳐 결국 보건과 복지 분야를 어지럽히고 있다”면서 “인천의료원도 마찬가지로 조기상환을 해 줘야 하는 돈에서 조금만 떼어 지원해줬어도 공공기관인 의료원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시 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행감에서 박영애 의원(비례, 새누리)은 “시민 의료복지를 최일선에서 실천하고 있는 인천의료원의 부채는 성격이나 규모 등에 있어서 시가 지원해서 탕감해줘야 하는 일임에도 의회가 그렇게 하도록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의료원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의회 상임위다. 문복위가 향후 회의 일정에서 인천의료원의 문제를 얼마나 생각해줄지, 그리고 최종 예산을 반영하게 될 새누리당 위주의 예산결산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중요해졌다. 참고로 지난해 시와 시의회 예결위는 복지정책을 외면한 듯한 행로를 보이며 약 40%에 달하는 관련 예산을 우선순위로 삭감했던 바 있다.
 

12일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인천의료원의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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