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냈다고 소방공무원 수당 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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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 냈다고 소방공무원 수당 안 준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11.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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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송 했으니 늦게 주는 것”... 시민사회 “갑질하냐” 비판

지난 9월 남동공단서 일어난 대형화재를 소방공무원들이 진압하고 있는 모습 ⓒ인천소방본부
 
인천시가 재정난 등을 이유로 관내 소방공무원들의 수당 지급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수당 지급 지연을 사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소방공무원들에게 그렇지 않은 공무원들과 수당지급시기에 차별을 둔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있다.
 
인천시는 최근 인천시의회에 ‘2013~2014년도 행정 및 민사소송’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시와 관련된 소송 내용을 의회에 제출하는 것인데, 이중 ‘진행중’으로 표시돼 있는 내용 중 11건이 소방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할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못해 진행되고 있는 행정소송으로 나타났다. 4건이 2심, 7건이 1심 진행 중이다.
 
이 행정소송의 내용은 지난 2012년 제기된 것이 아직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지난 2006년 12월 1일부터 2009년 11월 30일까지의 초과근무수당과,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의 초과근무수당 등 6년여 기간에 해당하는 초과근무수당을 시가 아직 지급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차후 정확한 통계를 확인해봐야 하나 현재 소방관들에 대한 미지급액이 450억 원 대 정도 규모고, 지금까지 지급을 진행한 액수는 1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아직 350억 원 정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소방공무원들이 2교대를 하던 시기였고, 그 이후 2012년까지는 3교대에 해당하는 근무시간으로 기준이 나눠진 것이다. 또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 표기된 기준 근로시간은 월 192시간이 기준 근로시간이다. 이들 소방공무원들은 2교대 당시 월 360시간, 이후 3교대에는 240시간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늘어난 시간만큼의 초과수당 지급은 당연하다는 것이 소방공무원들의 입장. 또 규정이나 타 지자체의 사례 등을 견주었을 때 이들 초과수당의 지급은 사실 틀린 부분은 없다. 실제 소방공무원들의 초과수당 지급이 전국 지자체별로 제때 지급되지 않아 문제였지만, 현재 상당수 지자체가 이를 대부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시가 현재 재정난에 따른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다소 줄여 받는 경우는 ‘재정위기단체 지정 및 재정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으니 비난의 여지가 그리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정작 이들 소방공무원들이 실망하는 것은 시의 태도다.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기다려 준 소방공무원들에게는 내년 지급을 약속한 반면, 행정소송을 제기한 소방관들에 대해서는 최종 판결 때까지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이미 세운 것이다. 수당을 아예 못 받는 것은 아니겠지만, 행정소송을 했다는 이유로 초과수당을 늦게 주겠다는 것. 일반 기업에서 속칭 ‘밉보인 직원’들에게 하는 ‘갑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인천과 같이 소방공무원들의 초과수당 미지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지자체들 대부분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공무원들이 있었음에도 이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이러한 초과수당을 이미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보다 더 규모가 크거나 비등비등했던 경북(550억 원)이나 부산(440억 원), 충남(400억 원)을 비롯해 300억 원 대의 전북과 전남, 대구 등도 이미 초과수당에 대한 미지급금을 모두 지급해줬다. 더군다나 이들 지자체는 인천과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공무원들이 있었고, 1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에 관계없이 이를 모두 지급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소방공무원들에게는 내년 중으로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입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미 인천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들의 경우 2010년 초과수당을 지급하라는 행정소송을 했음에도 당시 시가 “수당은 반드시 지급할 테니 소송은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일선 소방서에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2012년 행정소송을 제기한 공무원들 역시 소송을 제기했다 해도 2년 여 간은 시의 공문을 믿고 참아 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소방공무원과 그렇지 않은 소방공무원을 사실상 차별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는 내년도 시 예산에 이미 반영해 두었다”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의 미지급금은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지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박재성 운영위원장은 “다른 분들도 아니고 일선에서 시민 생명을 지켜주는 소방공무원들 분들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을 주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해야지, 행정소송 제기했다고 이렇게 차별을 둘 수 있느냐”면서 “어차피 지급해주면 소송 다 취하할 거고, 또 만나서 얘기도 해 보고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속 좁은 행정으로 시 이미지를 망치느냐”고 말했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한 소방공무원은 “우리가 요구하는 초과수당은 임금을 더 올려달라거나 하는 게 아니라, 화재 현장 등에서 때론 목숨을 걸고 일했던 대가를 규정에 따라 받아야 할 것만 달라는 내용”이라며 “사실 지금도 우리 소방관들이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업무에 임하고 있는데 소송을 제기하고 안 하고를 이유로 지급에 차별을 두어 언제 줄지도 모르는 상태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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