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강하게 터진 ‘성모병원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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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강하게 터진 ‘성모병원 사태’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1.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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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현장 천주교 신도들이 급습 강제 철거... 갈등 ‘평행선’


보건의료노조 측  “신도들이 미사 전후로 두 번 농성장 습격”

지역사회로부터 보험금 착복 및 노조 인권 유린 등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을 둘러싼 갈등이 새해 들어서도 끊이질 않고 격화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몇몇 시민단체들이 두 병원의 경영진을 파견하는 천주교 인천교구에 대해 ‘결자해지’의 목소리를 높이며 답동성당 입구에서 단식 농성을 하자 신도들이 농성 현장을 습격까지 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성모병원 정상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보건의료노조, 인천민주노총 등 인천지역의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들은 4일 중구 답동성당 앞에서 '2016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곳은 지난달부터 성모병원 사태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을 요구하며 홍명옥 인천 성모병원노조지부장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대형 스피커까지 동반해 집회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된 이들의 기자회견은 하루 전이었던 3일 답동성당의 평신도협의회 소속 신자 30여 명이 농성 현장을 습격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 답동성당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던 홍명옥 지부장의 텐트와 현수막, 집기 등을 강제 철거했던 것.
 
이 신도들은 미사를 마친 뒤 다시금 농성장을 ‘2차 공격’하고 강제 철거된 현장에 주차를 해 재설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지난해 연말까지 보험금과 인권 등 문제에 합리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병원과 교구측이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19일째 단식을 하며 해결을 촉구했던 여성노동자의 간절한 호소를, 인천교구가 신도들을 동반해 폭력으로 짓밟았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특별희년’을 선포한 새해, 인천교구는 자비가 아니라 외면과 냉대를 넘어 폭언과 폭력으로 이 사태를 짓누르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국제성모병원이 보험금 불법 착복을 위해 진료기록부 등 문서를 허위로 꾸미고 인천성모병원이 노동자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병원과 교구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했으나, 신도까지 동원해 농성 현장을 폭력으로 장악해 버린 것”이라 규정하고 “절대 이 저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바티칸 원정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교구 측은 병원의 문제가 교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인 만큼 병원에다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구 관계자는 “우리는 병원의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고 실제 병원 운영에 대해서는 교구 안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는 만큼 병원 측에 가서 따져야지, 여기서 농성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론하고 있다.
 
신도들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것에 대해서는 평신도협의회 측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난달 16일, 농성 현장에 설치된 텐트와 기물 등을 모두 철거하라고 공문으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성모병원 측은 검찰 수사가 끝났고 일부 벌금형으로 결론지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 관계자는 “내원한 환자들 중 병원에 오지 않고 진료한 기록에 대해서는 만성질환자 등이 환자의 친척 등을 대리로 해 약을 받아오게끔 하는 경우가 있다는 등 구체적으로 모두 해명했고 병원 시스템 상 환자들의 진료기록부를 누군가가 허위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노조의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
 

답동성당 신도들이 농성현장을 강제로 훼손하고 사라진 후 홍명옥 인천 성모병원노조지부장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 ⓒ보건의료노조


성모병원 사태 결정적인 문제는 ‘보험금 부당착복 의혹’
 
지역사회가 이처럼 성모병원과 인천교구에 대해 비판의 여론을 높이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언급이 되나 결정적으로는 국제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로부터 대규모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환자들의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작은병원도 아니고,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대형 대학병원의 도덕적인 문제가 결부돼있다.
 
지난해 4월 이 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퇴사를 하는 과정에서, “국제성모병원이 부당히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내부 직원들을 동원해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기록부를 만들었다”며 검경에 이를 고발하고 시민단체들에게 알리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던 것.
 
당시 이와 관련된 보도 등으로 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알게 됐는데, ‘천주교’라는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돈벌이를 위한 불법 행태'이기에 지역사회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천주교가 최근 세월호 참사에 강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등 사회적 부조리함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기도 했던 만큼, 지역사회에서 ‘이미지’에 강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천 서부경찰서가 이를 조사한 결과 약 3,400여 건에 대해 환자 본인부담금이 면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서 한 곳이 전체를 조사할 여력이 없었던 관계로 우선 ‘샘플’의 차원에서 50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중 80%가 넘는 41건이 가짜 환자로 드러났는데, 경찰이 이후 검찰로 이를 넘기면서 검찰에서 병원장 등 세 명의 직원에게 총 900만 원의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하고 종결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검찰이 3천 건이 넘는 수를 조사하지도 않고 세 명의 직원에게 수백 만 원의 벌금으로 무마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단식 농성을 비롯해 교황청에까지 호소하는 등 사태의 정당한 해결을 위해 활동을 계속해 왔다.

한편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가 운영하는 보건 의료 관련 단체들의 설립 목적과 정신, 그리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재정 운영 등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구로 ‘보건의료 기관 담당 특별위원회(Special Healthcare Commission)’를 출범시킨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는데, 당시 이 위원회를 통해 성모병원 사태가 전환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지역사회가 주목했다.
 
반면 병원 측은 “41건에 대해서는 환자의 친인척 중 해당 환자의 약을 대리 수령해도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환자 대신 와서 약을 타가는 일명 ‘대리진료’로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경찰이 와서 조사를 했을 때 누누이 해명을 했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도 다 갖고 있다”면서 노조와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식농성중인 홍명옥 지부장이 성모병원과 천주교 인천교구에 대해,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이를 영상으로 담았다. ⓒ배영수
 

언중위, 성모병원 편에서 편파 보도한 매체에게 ‘재제’
 
한편 성모병원과 관련해 지역사회가 성모병원 측에 유리하도록 편파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는 한 의료 전문 매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가 약간의 재제를 취한 것으로 밝혀져 이후 사태 전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언중위는 최근 의료 전문 매체 ‘시사메디in’에 대해 “국제성모병원 진료비 부당청구 사건은 ‘제보자의 개인적인 분풀이’라는 내용으로 사설을 게재한 것에 대해 반론보도를 내라”는 결정을 내렸다.
 
언중위에 따르면, 지난 21일 ‘시사메디in’은 지난 11월 6일자와 16일자 사설에 ‘국제성모병원에 20억 요구한 공갈범과 보건의료노조’, ‘개인 분풀이에 휘말린 보건의료노조’ 등의 제목으로 게재된 기사 등을 통해, 보건의료노조가 국제성모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 사건 제보자의 개인적인 분풀이에 휘말려 이용당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당시 기사는 11월6일자 사설에서는 인천지검에서 국제성모병원에 대해 의료법 위반을 적용하며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 기소한 결과와 함께, 보건의료노조 등이 주장했던 국제성모병원의 허위 및 부당 진료, 환자 유인 행위가 사실상 진실이 아닌 것으로 검찰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 보도한 바 있다.
 
또 11월 16일자 사설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천성모병원 홍명옥 노조위원장이 제출한 노조 인권유린 등과 관련해 각하 결정한 소식과 함께 한 병원 직원의 개인적인 분풀이에 휘말려 체면을 구겼다는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가 이 보도에 대해 사실 왜곡 등으로 강력히 반발, 지난달 초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보건의료노조는 “검찰은 부당청구 여부는 수사하지 않았으며, 환자 유인 행위는 일부 수사했지만 ‘시사메디in’은 국제성모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 사건 자체를 무혐의로 왜곡보도 하고, 국가인권위의 각하 판결은 ‘국제성모병원이 국가인권위법상 조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사유인 만큼, 국제성모병원에 인권침해가 없다는 결정은 아니었다”는 게 이유였다.
 
보건의료노조는 당시 정정보도를 신청하면서 “이 매체의 지분에 국제성모병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 지분 구조를 따져보면 사실상 국제성모병원이 실소유주나 마찬가지고, 이 때문에 해당 매체는 지속적으로 왜곡 보도를 해 왔다”면서 “비록 기자들이 개별 취재를 하지 않더라도 보건의료노조가 이와 관련해 보도자료들을 계속 배포해 왔기 때문에 반론을 게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이에 언중위가 이를 검토했고 그 결과 ‘시사메디in’ 측에 “보건의료노조는 국제성모병원 제보자의 개인적 이해관계와 무관하다”는 반론보도를 요구키로 결정했다. 언중위가 사실상 ‘시사메디in’의 보도를 ‘편파’로 해석한 셈이다.
 
언중위는 “해당 매체는 결정 확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홈페이지 사설 면을 통해 언중위가 요구한 반론보도를 게재 표시하고, 게재 직후 기사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함으로써 기사 검색 시 함께 검색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사메디in’ 측은 언중위의 반론 보도 요구를 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 관계자는 “국제성모병원이 우리 매체의 지분에 일정 참여하기는 하나 편집권은 사실상 독립된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면서 “우리 내부에서는 기사 내용을 사실로 인지하고 있고, 또 보건의료노조에 취재요청을 했지만 취재에 응한 적이 없기도 해서 현재 언중위의 결정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 한편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이날 오후 5시 30분 경 단식 중이던 홍명옥 지부장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구급차로 인천의료원으로 후송됐다고 전했다.
 

답동성당 입구에 도열해 있는 보건의료노조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모습. ⓒ 배영수


보건의료노조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 뒤로 한 천주교 신도의 승용차로 추정되는 차량이 주차해 있는 곳이 단식농성을 진행하던 곳이었다. 현장서 만난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강제 철거 이후 저 공간에 주차를 해서 농성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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