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거리예술가 모집'에 상처 입은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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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거리예술가 모집'에 상처 입은 예술가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4.25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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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식 공고 내고 의무만... SNS "부조리한 행정" 성토 봇물
 
 
인천시의 15일자 공고 중 거리예술가 공고문. 현재도 인천시청의 ‘고시/공고’란에서 날짜별로 거슬러 올라가면 15일에 공고가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시가 '거리예술가 참가 모집'(버스커) 공고를 재능기부 형식으로 내면서 문화예술인들을 처지를 무시하는 내용으로 일관, 예술인 및 시민들이 SNS 등을 통해 비판하며 성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고도 “공고가 뭐가 문제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은 발단은 지난 15일 시가 ‘2016년 인천 거리예술가 참가모집 안내’라는 이름의 공고(인천시 공고 제 2016-544호)를 올린 내용이다. 공고 내용은, 인천시가 개인 혹은 소규모의 거리예술가를 모집해 심사를 하고 선정된 사람들은 ‘재능봉사’의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아무 대가 없이 공연을 하고, 음향 등 무대장비도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버스커들의 상징인 즉석 지불(홍대 등에서 활동하는 버스커들이 모금함이나 악기 케이스 등을 앞에 놓으면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동전이든 지폐든 자유롭게 지불하는 문화)이나 뮤지션들의 경우 자신들이 제작한 CD 판매 등을 ‘상업적 이익 행위’로 규정하고 모두 금지하고 있어 모두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재능봉사자’를 모집한다면서 월 1회 의무적으로 공연을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공연자로 정해진 사람들에게 ‘특전’을 준다면서 그 내용으로 참여 자격의 자동연장과 인천시민의 날 표창자로 ‘추천할 수 있다(표창 의무 없음)’는 등의 내용을 써놓고 있다. 거리예술가들은 이에 대해 시가 위에서 ‘갑’의 위치에 있으려 하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라고 SNS에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천시가 거리예술가 공고를 하며 홍보하는 이미지.
  

시의 이러한 공고가 부조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예술단체들을 무보수로 참여시켜 일정 부분의 성과를 거둔다고 전제했을 때, 그 성과가 예술인들이 아닌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그해(여기서는 올해) 실적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크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고에 따르면 시로서는 상부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으면 그 혜택(성과수당 등 대가들)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 특혜는 부서 공무원들이 취하면 되고, 예술가들에게는 시장 표창(표창장 외 다른 대가는 전혀 없음)을 추천하거나 “지정된 데서 공연 더 해라” 정도로 허가만 해 주면 된다.

‘예술인들의 재능기부’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행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만 시가 이야기하는 재능기부는 시가 주체가 되고 예술가들에게 요구하는 형태이어서 그 자체가 ‘재능기부’라는 의미에 맞지 않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이는 굳이 인천시가 아니더라도 전국적으로 아마추어/프로 여부에 관계없이 예술인들이 꾸준히 지적해 온 내용이다.
 
지자체의 이러한 재능기부를 이용한 행사가 유효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가 일정부분 예술단체들에게 지원하는 예산에 대해 자신들의 요구를 잘 따라주는 단체들을 골라 지원해주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인천지역서 활동하는 뮤지션 이모씨(29)는 “주변 예술가들과 사석에서 만나면 시에 재능기부에 적극적으로 임해온 단체들이 나중에 지원사업을 꼭 따낸다는 얘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가 본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해당 공고문을 공유하자 2천 회가 넘는 좋아요 수와 5백이 넘는 댓글, 4백이 넘는 공유 횟수가 나왔다. 참고로 기자의 페이스북 친구는 약 1,4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시민들도 해당 공고가 상식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는 증명인 셈이다.
 
 
일부 예술가는 이에 대한 내용을 SNS로 올리며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SNS 댓글 내용은 “예술가들을 노예로 부려먹으려는 거냐”부터 “해당 부서 공무원들도 월급 및 수당 등 받지 말고 의무조항 붙여 재능봉사로 일하라”, “인천시민으로서 부끄럽다”, “월미은하레일에 쏟아 부을 돈은 있고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대가로 줄 건 없냐”, “예술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아나” 등등이다. 
 
이러한 ‘좋아요’ 표시나 댓글 및 공유로 의견 표시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술직에 종사하는 단체 및 개인이 아닌 일반 시민의 빈도가 더 높다. ‘공고’라는 것은 어느 한 쪽만 취하는 게 아닌 상호간 모두 이윤과 기증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상식을 간과하고 있고, 더군다나 지자체가 “예술은 아마추어가 하면 굳이 대가가 없어도 되는 대신 의무는 질 수 있다”는 부조리한 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한섬 플레이캠퍼스 대표는 “공무원들이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니들이 재밌고 좋아서 하는 거 아니냐, 우리가 판 벌려주는 거니 고맙게 생각해라’ 등의 시각으로 예술을 노동의 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산업화 시대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그간 이러한 행정에 부글부글하던 여론이 끓어 넘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끓어 넘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지역 단위로 이러한 문화행정을 규탄하는 세력이 만들어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예술단체들이라 해도 자발성을 갖고 시민들을 위해 재능기부에 임하려는 단체들이 없지 않은데 그들을 주체로 시가 옆에서 도와주는 행정을 취해야지, 시가 전권을 휘두르고 단체들을 이용해 그들이 모두 뛰게 한 다음 자기들이 그 성과를 취하려는 것은 고약한 심보”라고 꼬집었다.
 
 

인천시 공식 페이스북 계정의 해당 공고 알림글에 대해 달린 댓글들. 비상식적임을 지탄하는 내용이 꽤 많다. 계정에서 댓글에 대해 상당 부분 피드백을 달아주는 시의 공식계정은, 이들 댓글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실제 이 내용을 공고하고 스스로의 SNS에 공유한 인천시의 공식 페이스북에도 비판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 25일 오전 11시 현재도 “거져먹기식의 행사를 하면서 아름답게 포장하지 마라” 등 비판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아마 시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고 결국 좋은 이미지 구축에 실패한 이 프로젝트는 누군가의 책임이 되어 그 사람에게 패널티가 가해질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해외에서 좋은 사례가 있어서 아마추어들에게 적용하려고 하는 거고,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비용은 집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건 처음부터 예산을 들이면 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고 자체에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들이 참여하라고 만든 것이고, 미처 그런 내용을 집어넣지 못해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그런 오해를 불러온 것은 불찰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우리가 강제로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하겠다는 단체도 있었고 고마워하는 단체도 있었는데 왜 우리가 그런 여론에 미안하다는 표시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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