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역 개통의 역설, 상인 피해주는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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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역 개통의 역설, 상인 피해주는 젠트리피케이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5.04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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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외지 건물주들 임대료 인상 요구에 '분위기' 가라앉아

신포동 시장 옆 골목. 수인선 인근임에도 경제효과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상당수 건물의 임대료가 오르는 실정이다. ⓒ배영수
 
2000년대 후반,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던 신포동과 동인천에 남아있던 오래된 건물들(일제시대 공기관 건물이나 관사, 그리고 80년대 이전 지어진 노후한 건물들)이 언제부턴가 새롭고 독특한 문화공간들이 창출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넘어 스마트폰 등을 통해 SNS로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이러한 공간들이 입소문을 탔다. 특히 수인선 (신포역) 개통을 확정하면서는 프랜차이즈 업소들의 경쟁적인 입점이 시작됐다.

그러자 건물주들은 집값을 올리기 시작했고, 애초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상가 사람들은 다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불어 오랜 기간 지역에서 영업을 하던 사람들까지 결국 임대료의 부담을 견디지 못해 동네를 떠나고 있다.
 
최근 매스컴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수인선 개통 전후로 신포동과 동인천에서 나타나는 ‘건물주들의 집값 올리기’ 역시 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가수 싸이와 테이크아웃드로잉 카페 간에 일어난 갈등이 전국적으로 뉴스화되며 언론매체 여기저기서 사용하는 용어가 되기도 했다. 사실 전국적으로 뉴스 보도가 나올때만 해도도 서울 홍대를 비롯해 ‘서울의 일’이겠거니 했던 분위기였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인천에서도 이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 외부서 유입된 부동산업자들 “우리는 돈만 벌고 떠나면 돼”
 
지난 2월 말 수인선 개통 후, 신포동과 동인천 일대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수심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거의 모두가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 요구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수인선 개통이 경제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를 전후로 건물주들의 '횡포'가 더 심해졌고, 아직까지 상권이 올라오지도 못해 매상은 그대로인데 부담만 늘어났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였던 것. 그리고 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인천지역서는 이곳이 제일 심한 편이라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는 신포동에 들러 인근에서 영업하던 몇몇 곳을 방문했다. 실제 그곳의 상인들이 모두 그렇게 증언을 하고 있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부동산업자들이 유입된 이후 건물 임대료가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
 
이들 상인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 업자들이 인근에 건물을 매입해 들어온 다음, 주변의 타 지역 사람들에게 건물을 사게끔 유도하면서 임대료 급등 현상이 시작이 됐다는 것이다. 근래 생겨난 지역의 분위기 그리고 수인선 개통 등의 기대효과를 노린 부동산업자들의 ‘가격 담합’인 셈. 그렇게 건물을 매입한 사람들에 의해 가격이 오르면 원래 건물을 갖고 있던 사람들 역시 임대료를 올리게 되고, 아직 영세한 기존 세입자들은 그대로 내쫓기는 현상이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이 동네 상인은 “여기 분들이면 다 아는, 금강제화 건물 주변에 오래된 미용실이 하나 있는데 얼마 전에 문을 닫아 이유를 들어보니 딱 이런 케이스”였다면서, “그렇게 나간 경우가 이 동네에는 이제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업자 몇 명을 확보해 그들을 직접 찾아갔지만, 모두 대화를 거부했다. 이중 한 업자는 “우리가 동네 분위기나 공동화 우려 등을 왜 신경 써야 하느냐, 여기서는 돈만 벌고 가면 끝이다”라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쏟아내기도 했다.
 
◆ 계약 때마다 ‘횡포 조항’ 늘어나... 고건물 상당수도 이미 외부인들 잠식
 
기자가 실제 이 현상을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면, 상인들의 증언이 있었다 해도 그들이 막상 겪은 계약 상 부조리함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인들 대부분에게 기자는 “임대차계약서를 한번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말을 했지만 번번이 거부를 당했다. 계약서가 공개되면 집주인들이 이를 확인해 또 어떤 불리함을 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국, 기자는 세입자 자격으로 일반음식업에 종사하는 한 상인에게 ‘확인 구별이 어려울 정도의 모자이크 처리’를 약속받은 후에야 계약서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계약서 이미지에 모자이크를 해둔 것은 이러한 약속 때문이다).
 

신포동의 한 가게 업주가 ‘모자이크 공개’를 약속하고 기자에게 보여준 집주인과의 계약서. 


2년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상가 등은 통상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함)는 이 업주는 “기존의 계약 내용에서 조항이 계속 늘어났는데 그 내용은 모두 세입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자가 확인한 계약서상 내용 중에는, 해당 건물이 노후 상태라는 점을 건물주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건물 보수 및 비용을 모두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세입자는 계약해지를 할 수 없으나 임대인은 계약해지를 할 수 있고 이때 세입자는 유익비나 권리금 등을 요구할 수 없다는 아주 불리한 내용까지 들어 있었다.
 
이 업주는 “오래도록 영업을 하던 곳을 90년대부터 인수를 받아 영업을 하는 상황인데 계속 그런 불리한 조항들이 늘어나 결국은 계약서가 한 장이 더 늘어나기에 이르렀다”면서 “2년 전에도 보증금이 무려 50%나 올랐고, 이번엔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10%씩 올라갔다”고 말했다. “올린 이유가 뭐라더냐”고 묻자 대답이 가관이었다. 해당 건물주가 자식한테 건물을 물려주면서 생기는 세금(증여세인 듯)을 세입자들에게 사실상 ‘전가’했다는 것. 자신에게는 “수입이 적으면 장사 되는 거 골라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태연히 말했다고 한다. 건물주들의 ‘끝없는 횡포’를 인천에서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 동네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오래된 고건물들 상당수가 이미 지역 사람의 것이 아닌 외부인의 소유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하루에 확인한 것만 10개소가 넘었었는데 이를 토대로 공기관이 소유하지 않은 고건물들 다수는 이미 외부인의 소유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에 가게를 차린 다른 업주는 “알아보니 건물주가 서울과 부천 등에도 건물을 여러 개 가진 사람이었다”면서 “‘투기’가 목적인 그들에게 고건물 혹은 동네가 가진 역사적 가치 등은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 ‘도심 활성화시킨 사람들’로 혜택 본 건물주가 이들을 내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본디 이 지역에 특별한 콘텐츠를 갖고 왔거나 독특한 분위기를 오랜 기간 가져 오면서 SNS 시대에 입소문을 타게 만든 사람들이, 결국은 부동산업자와 건물주들에게 쫓겨나다시피 하면서 나가게 되고, 특색을 갖춰나가던 동네에 다시 그 특색이 없어지면서 결국은 다시 공동화 현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만난 상인들을 비롯해 몇 년 사이 유입된 예술인들 상당수가, 이미 이러한 문제와 적잖이 직면해 있는 상태였다.
 
실례로 동인천역 인근에 소재한 ‘콘서트하우스 현’의 조화현 대표는 “이번에 계약하면서 10% 정도 보증금이 올랐는데, 월세까지 올릴 상황이 못 되다 보니 월세 올리는 것은 막았고, 다소 부담은 좀 있지만 다른 오른 곳들에 비하면 그래도 양호하게 계약을 했다”면서도 “건물주가 다음엔 보증금과 월세를 모두 올리겠다고 말하고 간 상태라 다음 계약하는 2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사실 우리가 이 지역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들어왔을 당시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가 결정적이었고, 저렴했던 이유는 상권이 거의 다 죽어있었던 상황에서 건물주들도 가격을 올릴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뭔가 독특한 특기가 있는 사람들인 이 일대 건물로 들어와 활동을 하거나 영업을 하면서 동네의 ‘유니크함’이 알려진 측면이 분명 있는데, 막상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분위기를 올려놓으니 집주인들이 잇속을 챙기려 세를 올리고, 이 사람들은 또 나가게 되는 안타까운 현상들이 벌써부터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인선 신포역. 향후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이 역을 사람들이 그리 많이 이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배영수
  

◆ 수인선도 ‘도심 공동화’는 못 막아... 벌써부터 현상 나타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는 ‘상업적인 눈’으로서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 서울의 주요 상권 말고는 다시금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인구 자체가 ‘숨 쉬지 못할 정도’로 많은 서울은 어떻게든 동네가 굴러갈 순 있다 쳐도, 그렇지 못한 인천은 공동화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 건물이 아닌 곳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에게는 이것이 직접적인 타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중구 소재 LP카페 ‘흐르는물’의 안원섭 대표는 “임대료로 걱정이 많은 상인들이 내 주변에도 꽤 있는데, 정말 문제가 되는 건 수인선 개통 이후에도 정작 여기 상인들은 매상이 특별이 오른다고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물 가격만 올라 결국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라며 “실제 나도 여기서 거의 매일 영업하는데, 수인선 효과 등 변화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 전했다.
 
실제 안 대표가 언급한 “수인선 개통 이후에도 매상의 긍정적 변화는 없다”는 발언은 다른 업소에서도 증언이 됐다. 다른 한 LP카페 업주는 “우리가 LP카페 중에서는 수인선 신포역 등지에서 멀지 않은 편인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말했고, 록 밴드들의 공연이 자주 열리는 ‘글래스톤베리’ 측과 몇몇 호프집 업주들은 “특히 총선 이후로는 장사가 너무 안 된다, 이래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역대 최악의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른 업소 관계자는 “감자 한 개에 천 원 하는 세상에 시민분들도 돈 쓰기가 무서울 것”이라며 “특히 신포동, 동인천 등의 동네는 사람들이 나와서 경제활동을 하고 그래줘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안 되니까 타격을 먼저 좀 입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포시장의 한 상인은 “수인선이 생겨봤자 경제 효과를 누리는 곳은 차이나타운 쪽 중국집들과 바로 인접한 몇몇 곳에 불과한 상황”이라면서 “여기 상인들도 전통시장 상인으로서의 활동을 버리고 먹거리 장사나 해야 할까 하는 걱정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인천시-관할구청 “생각도 못 했다”... 뉴스가 그렇게 나왔는데도?
 
안타까운 점은 젠트리피케이션 자체가 사경제권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지자체 차원에서 사실상 손쓸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나 관할구청 내부에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임대료에 관한 문제는 민원을 들어본 바가 없었다보니 사실 몰랐다”면서도 “사실 임대료에 대한 문제가 사경제의 분야다 보니, 공공경제 분야를 주로 다루는 우리 시에서는 소위 ‘터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타 시도의 경우 서울 성동구나 대전시 등이 건물주와 세입자 등에 대한 상생협약 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성동구는 “관내 건물주의 55% 정도가 시의 상생협약에 동참키로 했고, 미참여 건물주에게도 꾸준히 설득해볼 참”이라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시와 관할인 중구청은 아예 손을 쓰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내용을 전해 들으니 고민해야 될 부분이기는 하다고 판단되고, 놓친 부분이라고 인정한다”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고 타 지자체의 사례도 보겠다”고 전했다. 
중구청 담당부서 관계자는 “부서 공직자들이 모두 올해 부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젠트리피케이션)을 비롯해 전체적인 현안을 모두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중구 내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있다는 말도 기자에게 처음 듣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포동 로데오 거리에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입점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여기에 수인선 계획에 의한 경제효과 등을 기대하고 입점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효과는 거의 없이 임대료만 큰 폭으로 올라 있다. ⓒ배영수
 
◆ 여론화 움직임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
 
다행히 이것을 지역사회 일부에서 공론화 혹은 여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이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6월 중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시민 토론회를 진행해 해답을 모색하고자 하고 있고, 신포동과 동인천의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놀던동네늬우스’는 이번 달 제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를 다룰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유제홍 의원(새누리당)은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 입장에서 봤을 때)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건물주들이 장사가 잘 되기 시작한 업소에 대해 임대료를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신포동 등지에 많이 분포돼 있는 영세한 청년사업가나 공방 예술가 등에도 임대료 폭탄이 떨어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서울 성동구청의 사례를 인천서도 모델화하거나, 세입자들이 임대료 상승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장치들을 지자체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 등이 있을 것 같고, 시의원 차원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현황을 알아볼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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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랑 2016-05-08 08:22:06
좋은 기사입니다. 지역이 잘되려면 바람직한 공동체의식이 생겨야 합니다. 주민, 상인, 건물주, 지자체 등이 나서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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