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개발만능’으로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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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개발만능’으로 빠지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8.19 17:1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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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도시재생의 세계적 추세 의식하고 지역 공론화도 거쳐야”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조감도. ⓒ인천시
 
인천시가 최근 개방된 인천항 1.8부두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방향에 대해 지역사회에 여러 의견들이 오가는 가운데, 시민에게 개방된 이 공공구역을 시가 일방적으로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인천시의 최신 현황자료에 따르면,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은 예술공간 및 정보통신기술 산업기지로 조성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내용의 상상플랫폼 조성사업과, 민간투자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내항 1,8부두의 재개발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미 1,8부두는 개방이 돼 있는 상태.
 
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국토부의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시가 공모를 하면서 진행이 됐고  계획서를 인천발전연구원이 만들게 됐는데, 이 계획서에 적시된 상상플랫폼 등의 아이디어는 시 유관기관 내부의 문화 전문가 등에 의해 의견이 개진돼온 것이었다. 국토부의 당시 공모 취지가 ‘도시재생’에 역점을 두고 있었던 만큼, 이후 시에서는 도시재생 부서가 이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상상플랫폼 사업 공간에는 문화영역과 ICT 첨단기술 융복합단지를 함께 조성케 되는데, 여기에는 민간과 공공영역이 다 들어오며 전용극장이나 영화관서부터 일반적인 매점 등까지 다 들어오고, 여기서 임대수익이 발생하면 세외수입으로 잡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인접해 있는 아트플랫폼이 기존 역할대로 순수예술의 영역을 담당한다고 전제했을 때, 그것을 비즈니스적인 영역으로 풀어내는 것이 향후 상상플랫폼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토부와 시 모두 개발토건주의 우선” 지적
 
이 사업은 현재 지역사회에서 그렇게 곱지만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다. 물론 사업이 국토부의 도시재생 목표로 공모된 사업이기는 하나,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전체 구성이 당초 검토됐다고 하는 문화예술영역보다 사실상 '토건주의'가 우선시되고 있는 모양을 잡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시민사회 전반에서 개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많은 인천문화재단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의견들이 꽤 많은 것으로 포착되고 있다.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재생해서 아트플랫폼과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방향이 엇나가고 있다는 것이 상당수의 의견.
 
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상상플랫폼의 아이디어들이 문화예술 전문가들에 의해 개진돼 오다 국토부 공모에 지정된 이후 시 도시재생과가 담당하면서 사업의 성격이 개발과 건축 중심으로 진행돼 오면서 사업이 다소 변질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해당 부서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시에서 사업을 위해 위촉한 민간전문가들이 대부분 건축분야 전문가들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시 내부서는 건축 중심으로 생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위해 시 내부 태스크포스 팀이 있고, 얼마 전에는 전문가 세 명을 위촉해 총괄 코디네이터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시에서 위촉한 3인의 전문가는 김경배 인하대 교수, 조상운 인발연 박사, 신규식 ㈜유아컨설턴트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다. 3인 모두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문화재단 관계자의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될 만한 부분이다.

 

폐쇄된 맥주양조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독일 베를린의 쿨투어브라우어라이(KulturBrauerei). 문화예술을 유입해 도시재생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베를린관광청(http://visitberlin.de)
 

◆ 도시재생의 세계적 추세는 ‘문화예술의 직접 유입을 통한 재건’
 
지역의 문화분야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고 해도 재생의 방법으로 ‘전근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형적인 ‘불도저식 재개발’의 효과는 크지 않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내 한 대학 교수는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은 국토부가 ‘경제 기반형 도시재생사업’으로 공모한 것으로 표면적인 목표만 갖고 따지자면 시 도시재생부서가 추진하는 방향이 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이미 공동화돼 있는 도시의 재생을 도모할 때 일방적인 재개발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있는 것을 최대한 살려 여기에 문화예술을 유입해 재건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과거 경제 중심으로 발전했던 도시의 모습이 이제 사람 중심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부도 그렇고 시도 그런 발상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경제 기반형 도시재생사업으로 타이틀을 못박아놓다 보니 시에서도 경제적 효과를 넣으려는 노력들이 더 많았던 것 같고 실제 대기업 유치까지 검토가 됐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초 상상플랫폼의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인천 내 문화예술의 생태계가 빈약하기 때문에 그림이 그려진 거라 보는데, 시에서 경제 효과만을 먼저 보고 단기적 접근만 하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천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아마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경우 지역 내 문화 분야 전문가들은 이것이 근래 유럽에서 방향을 잡는 도시재생의 경우처럼 문화예술인들의 유입으로 재생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을 거라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토부 취지 자체가 ‘경제 기반형’이라 아예 못을 박아 버리니 시에서도 도시재생 부서가 전면 담당하는 것을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업 추진에 여전히 시민사회와 소통 부재” 지적도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에서 크게 대두되는 문제 중 하나는 수십 년 동안 일반 시민들은 출입이 되지 않았던 공간이 최근에야 개방이 돼 아직 시민들이 개방 여부조차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공론화도 시키지 않고 ‘국토부 공모사업’이라는 구실 하에 개발주의에 입각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 내 개발행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사실 개발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사업의 경우에도 오랜 기간 동안 시민들이 들어가지 못했던 공간이고 최근 개방이 돼 시민들이 아직 개방이 됐는지도 잘 모르는데, 개방이 된 이후의 정보를 시민들이 알고 나름의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과 기간이 있어야 함에도 이를 속도전에 의한 개발주의로 뒤덮으려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지역 극단 ‘플레이캠퍼스’의 장한섬 대표는 “개방된 공간을 시민들이 가 보고 나면 그들에 의해 여러 의견들이 나올 것이며, 시는 그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음에도, 정보를 먼저 접한 몇몇의 의견만을 듣고 공론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표면상 문화예술사업이지만 사실상 토건사업이나 다름없었던 인천아트센터가 인천 문화판에서 ‘블랙홀’로 평가받는 등 개발주의로 인한 부정적인 사례들이 인천 곳곳에서 많지 않느냐”면서 “재정난에 허덕인다는 시가 개발만능주의에 빠져 실패의 패턴을 계속 반복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꼬집기도 했다.

 

인천항 8부두.
 
◆ 1,8부두 재개발, 사업성에서 ‘박한 평가’ 받기도
 
문제는 또 있다. 국토부와 시에서 그리는 경제 기반형 재생사업, 그러니까 개항창조도시 사업 내용 중 민간투자로 이루어지는 1,8부두 재개발의 청사진이 그렇게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1,8부두의 재개발 공모를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두 차례나 진행했지만 관심을 보인 사업자는 두 차례를 모두 통틀어 1개 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관심을 보인 업체가 사업을 맡을 수 있을지, 또 자발적으로 맡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해당 업체가 제출한 것은 ‘사업 의향서’로 ‘사업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 업체가 정말 사업을 맡기 위해서는 오는 9월까지 사업계획의 세부 방안을 중앙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는 해당 구역의 재개발이 경제 중심의 시선으로도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의 부문을 크게 내어줘야 하겠지만 이는 타당치 않다. 시민 품으로 돌아온 곳이 결국 일부 토건사업자의 배불리기에 이용되는 꼴이기 때문.
 
시민사회와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임기 내에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에 결국 토건업자들만 즐겁게 하느니, 오랜 기간 숙고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들은 뒤에 개발을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지역사회 전반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장이 자신의 치적에 함몰돼 그릇된 도시행정을 펼쳐서는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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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16-08-22 21:56:35
내항1.8부두에 대한 개방과 이에 대한 활용(재개발)에 대하여 지금의 진행사항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진다.
내항 1.8부두는 여러해전에 0000의 요청으로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을 그대로 두고 아주 조금만 고치거나 그대로 활용하면 모든게 좋을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개발이 주택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는 그런 방식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1.8부두의 재개발은 현재를 그대로 두는듯하게 보이면서 사람들이 갈수있도록 하면 좋겠다.

송정로 2016-08-22 10:22:44
고춘님의 지적 감사합니다. 저희 네트워크의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하신 것, 내용에 반영토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춘 2016-08-22 00:44:51
인천IN 기사를 읽다 보면, 인천문화재단과 일부 인사들의 의견만으로 편중되어있다는 느낌을 갖게되는데, 보다 다양한 시각과 보편적 의견을 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정작 인천의 원로 인사들의 의견은 배제되어 있다는 인상을 갖게되는데, 인터뷰가 어려운건지, 아니면 그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일부러 배제하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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