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 화재, ‘초동대응 실패’에 ‘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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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 화재, ‘초동대응 실패’에 ‘운’도 없었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9.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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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소방본부 늑장 대처” 의혹... 산림청 헬기지원 가능시간 “애매했다”

초동진압에 실패한 비조봉 산지가 밤새 활활 타고 있던 모습. 일몰 이후와 지형 상 이유로 공중과 인력투입 모두가 불가능했던 15일 밤 10시 경의 상황이었다. (덕적도 주민 제보 사진)


 
 
추석연휴였던 지난 15일 당시 외부 트레킹족의 부주의로 추정되는 불씨가 커져 약 3만 3천여 ㎡(약 1만 평)의 임야를 태운 덕적도 산불에 대해 소방당국의 늑장 대응 의혹과 함께 선투입된 소방헬기가 초동 대응에 미숙한 점을 보였던 등의 문제가 주민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시간상 문제로 산림청의 헬기가 초기에 지원되지 못하면서 피해면적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19일 인천중부소방서와 인천소방안전본부, 산림청 관계자 등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덕적도에 산불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지난 15일 오후 4시 45분에 접수됐다. 이에 덕적도 현지의 119지구대가 먼저 출동을 했고, 인천 및 중앙소방본부에서 두 대의 헬기가 준비과정을 거쳐 출동해 오후 6시경 주민들이 헬기 확인을 했다.
 
그러나 산불이 난 지역이 바위산이었던 등 비조봉의 특성과 초동대응의 실패, 일몰로 인한 헬기 이륙 불가 등의 상황이 겹치며 당일 큰 불길을 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산림청의 헬기는 익일이었던 16일 오전 6시경 서울에서 한 대가 출동했고, 한 시간 여 뒤 진천에서 두 대가 지원을 나오면서 16일 오전 8시 40분 경 큰 불길을 잡았고, 이후 오후까지 작은 불길까지 잡아내며 화재를 진압했다.
 
인력은 산불 당일에는 덕적도 119지구대의 직원 네 명과 주민들이 직접 움직였으나 비조봉의 산세가 험준해 인력 투입에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더욱이 바위산과 절벽 등으로 이루어진 산세로 인해 일몰 후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아 손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 소방당국 관계자들의 전언. 익일인 16일 오전 5시에 중부소방서 소방관과 관할구청 직원들, 군인과 주민 등 1백여 소방인력이 지원됐고, 헬기가 큰 불길을 잡으면서 인력들이 작은 불을 위주로 진압을 해나갔다는 게 관계자들이 전한 산불 진화 과정이다.
 

◆ 덕적도 주민들 “소방본부 안이하게 늑장 대처” 의혹 보내
 
그런데 주민들 사이에서 소방본부의 초동 대응이 늦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잦아들지 않고있다. 소방당국 상황실이 접수를 받은 시각과 실제 주민들이 소방당국에 산불 신고를 한 시간이 현저히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소방당국이 최초 접수를 받은 시각은 15일 오후 4시 45분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덕적도에서 산불을 목격한 주민 중 몇 명이 그전에 신고를 접수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초기 신고를 했던 한 주민은 “밭일을 하고 있다가 산불을 목격해서 신고한 시간이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분명히 4시에서 4시 30분 사이였는데, 당시 신고를 하자 ‘이미 신고가 접수됐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주민이 4시 30분 이전에 신고를 했고 그 상황에서 이미 신고가 접수됐다면 최소 20분여에서 최대 40분여의 간격이 존재한다. 주민이 신고 이후 주민들과 이 사실을 공유해 현재 많은 덕적도 주민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다른 주민은 “신고한 그 주민이 신고접수를 넣었던 시각과 소방본부가 말하는 신고시각이 다르다면 안일하게 대응했거나 늑장 대응했다는 의혹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명절이었던 이 시기 배를 타고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는 덕적도 출신의 한 시민은 “내가 세 시에 인천항서 출발하는 배를 탔고 그 배가 4시 10분에 도착했는데 부모님 댁이 있는 서포리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면 4시 30분 안쪽으로 가게 되는데, 그때 덕적도 지구대의 소방차가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신고접수가 들어왔다고 하면 분명 4시 30분보다 빠른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오후 4시 45분의 시각이라면 신뢰할 수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15일 오후 5시경 산불 초기단계 당시 덕적도 비조봉 인접지 현장. 꽤나 험준한 지형임을 간파할 수 있다. 실제 비조봉은 산세가 비교적 험준한 편으로 취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외부 트레킹족들의 흡연 이후 부주의가 산불의 원인으로 강하게 지목되는 이유다. (덕적도 주민 제보 사진)
 

◆ 소방당국 헬기의 화재 진화 ‘아마추어’ 수준?
 
일부 덕적도 주민들은 “신고를 한 게 오후 4시 경인데 헬기는 6시가 되어서야 모습을 보였다”면서 늦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헬기의 이륙에는 사전예열 과정과 진압용수 준비 등 과정이 따른다.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국민안전처에 사전 보고가 들어가기도 하니 보고와 준비를 같이 하는데, 섬 지역에 헬기가 없어 육지에서 가야 하는 만큼 시간은 걸릴 수밖에 없다.
 
소방당국의 헬기가 덕적도에 도착한 시간은 소방당국 자체에서도 정확히 확인되지 못했다. 대응 매뉴얼이 공유되지 못하다 보니 소방당국서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 다만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청 헬기 기준으로 준비하고 이륙해서 덕적도 정도의 섬까지 가는 시간은 한 시간이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소방본부의 헬기나 산림청의 헬기나 이동 자체가 비슷하다는 점을 전제했을 때 소방본부의 헬기가 오후 5시경에는 이륙했다는 얘기로, 이동이 크게 늦거나 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덕적도 비조봉의 산세와 바위산의 특징 때문에 이들 헬기가 초동진압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덕적도의 주민들 상당수가 “소방당국 헬기의 산불 진압이 산림청의 헬기에 비해 미숙했다”고 말하고 있다. 초동진화의 실패가 비조봉의 특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진압에 나선 헬기의 진압 조종이 능숙하지 않아보였다는 것이다.
 
현장서 화재를 목격한 한 주민은 “헬기가 산불이 난 곳에 정확히 물을 뿌려야 하는데 소방헬기는 그걸 제대로 못 잡더라”면서 “익일 도착한 산림청 헬기가 능숙하게 물을 뿌릴 곳에 뿌리는 모습을 보면서 소방헬기의 미숙함을 주민들이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덕적도의 다른 주민 역시 같은 주장을 하면서 “제 시간에 와서 물을 애먼 곳에 뿌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 산림청 헬기 지원 가능한 시각 지나 산불 규모 더 커졌다
 
한편 덕적도 주민들은 “초기 두 대의 소방헬기가 진화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익일 1만 평을 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도착한 산림청의 헬기가 오전 7시 경까지 추가로 3대가 도착해 큰 불길을 잡았는데 산림청의 지원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하는 상황이다. 실제 소방당국이 산불이 난 초기 상황에서 산림청에 헬기 지원을 요청했으나 산림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덕적도 주민들은 “산림청의 헬기가 일찍만 지원을 나왔으면 1만 평이나 임야를 태우진 않았을 것”이라며 “산림청이 인천 일이라고 홀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산림청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고를 받은 시간이 다소 늦다보니 일몰 이후로 헬기가 뜰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익일에 총력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산림청 측은 “우리 청에 지원요청이 왔던 것이 17시 15분 경이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서울이나 진천기지에서 헬기를 출동시켜야 하므로 현장에는 한 시간이 좀 더 걸리고 그렇게 되면 덕적도에는 18시 20분을 넘겨 도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당시 덕적도의 일몰 시간이 18시 40분인데 그렇게 되면 뜬 헬기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돼 어쩔 수 없이 지원을 나가지 못한 것”이라 해명했다. 정리하면, 신고접수를 받고 출동하려 한 시간 자체가 굉장히 애매했다는 얘기다. 소위 '운'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
 
산림청 관계자는 “비조봉을 직접 가보니 지형 상 일몰 후 인력 투입도 아예 불가능한 상황으로 모든 작업을 익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면서 “동이 터 오고 헬기가 떠도 문제인 게 소방용 헬기는 급유 문제로 최대 두 시간 이상을 공중에 뜰 수가 없어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한 것이, 진천에서도 헬기를 띄워 총 3대의 헬기를 지원하고 이들 헬기의 급유를 위해 영흥도에 헬기 급유용 유조차를 배치하는 등 준비작업을 면밀히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림청서 출동시킨 헬기와 관련해서는 오전 6시 경 서울서 1기의 헬기가 출동했고, 이어 오전 7시 경 진천서 2기의 헬기를 추가 출동시켰고 이들 헬기는 한 시간 여 후 현장에 모두 투입돼 진화작업에 임했다”고 전했다.
 
 

오전 7시경 산림청의 헬기 한 대가 진화작업에 임하는 모습을 현지 주민이 스마트폰에 담아 기자에게 제보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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