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결국 민-관 협력으로 풀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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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결국 민-관 협력으로 풀어내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0.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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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 주최, 지역사회 각계 참여 '열띤 토론'

 
최근 인천서도 신포동 등을 중심으로 그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에 대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해법을 고민하고자 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5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본보와 인천문화재단의 공동 주최로 ‘젠트리피케이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지역의 경제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인천시의회 의원, 지역 임차 상인 및 예술인 등 다양한 영역의 지역 구성원들이 모인 이번 토론회에서는 사실상의 경제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임대료가 급등하는 여러 요인들과 해결책 등을 놓고 여러 의견과 해법들을 나누었다.
 
이미 문화재단은 지난 6월 말 ‘목요문화포럼’을 통해 같은 주제를 놓고 해법을 고민하는 토론회를 열었던 바 있다. 지난 번 토론회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개념을 잡는 의미였다면, 이번 토론회는 좀 더 깊이 주제를 다룸으로써 실질적인 해법들을 잡아보자는 의미였다고 할 수 있었다.
 
토론회의 시작은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해외 사례를 취재하기도 했다는 지건태 기호일보 기자(경제부장)의 주제발표로 시작했다. ‘슬럼화한 주택가를 고급화하다’라는 사전적 용어를 인용해 ‘신사화가 아닌 둥지 내몰림’이라는 발표문을 갖고 온 지 기자는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둥지 지키기의 측면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열심히 일한 댓가가 임대료 인상으로 돌아왔다”며 문제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밝혔다.
 
지 기자는 “과거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던 신포동은 제물포구락부와 일본 제1은행 등 일제시대부터 있던 고택들이 그대로 보존된 곳으로 국내에서 네 번째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지정된 문화지구”라며 “근자에 수인선이 부활하며 개통되는 시점에서 임대료가 상식 밖으로 폭등하는 등 오래된 동네 상인들과 지역 활동가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 33주년을 맞은 신포동의 재즈 클럽 ‘버텀 라인’을 비롯해, 최근 40% 가까운 임대료 압박을 받고 차후 몇 년 안에 가게를 비워주기로 했다는 카페 ‘바그다드’ 등 중구청 인근의 신포동 일대 수많은 점포들이 급등한 임대료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밀려난 상인이나 예술가들의 빈자리가 요즘 프랜차이즈 카페 등의 입점을 통해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어 지 기자는 자신이 이 문제와 관련해 취재차 출장했던 뉴욕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를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뉴욕의 할렘 거리가 과거 다소 위험한 구역이기는 했어도 버스킹 연주자 등 지역 특색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있었던 점에 비교하면 현재는 프랜차이즈가 즐비해 특징이 없는 곳들이 다수 생겼다는 것이다. 또 그곳의 한인타운에서도 실제 같은 문제로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인들이 꽤 있는 현실도 언급했다. 그러나 뉴욕의 경우 임대 인상 억제를 제도화하면서 이 문제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지 기자는 몬트리올 등 해외의 사례를 통해 해법이 충분히 있음을 제시하면서 인천시와 관내 군,구청이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부분에 아쉬움을 표했다. 1825년 세인트로렌스 강의 라신 급류가 지나가도록 형성된 운하인 라신운하 인근지역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운하 폐쇄와 뱃길 차단으로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도시가 쇠퇴하자 가난한 예술인들이 둥지를 틀면서 이곳의 특별한 스토리들이 생겨났고, 여기에 몬트리올 시가 ‘레 까흐치 큘츠헬르(Les Quaryiers Cultturels-이웃문화지구)’라는 사업을 통해 예술인 입주 건물에 입주 후 5년간 임대료 인상 금지 등을 제도화하는 등 해결책을 구체화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또 일본의 경우 태평양전쟁 이후 쇠퇴했던 도시 쿠라시키를 오래된 건축물 등 고유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지역을 활성화시킨 사례와 버려진 산업폐기물 처리장이었던 나오시마 섬의 재생 프로젝트, 그리고 근자에 건물주와 임차인의 중간에서 상생협약 및 임차인 보호제도 등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와 서울시 등의 사례도 언급하며 인천시나 중구청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 및 개념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또 김광석 거리로 유명한 대구 방천시장의 경우처럼 임대료 인상 억제를 위한 조례 제정이 건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다시금 동네가 쇠퇴하는 실패 사례도 함께 언급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 ⓒ배영수
 
지 기자의 주제발표 후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지역 공동체의 붕괴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 문화재단과 몇몇 언론사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과 대책들이 개진됐다.
 
김용구 (사)홍익경제연구소 남구사회적경제센터장은 “인천시와 같은 국내 대도시들의 경우 대규모 도시개발정책에 따라 도시가 변화하는 특성이 있고 그 특성에 따라 크게 보면 세 번 정도의 대규모 개발이 있었는데 신포동 역시 그러한 정책에 따라 쇠퇴한 경우”라면서 “그렇게 낙후한 신포동에 예술인들이 입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교적 최근 휴게음식점이나 문화예술업종의 증가와 함께 부동산업자들이 소위 ‘먹을 것’을 찾아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김 센터장은 “평당 3천만 원 까지 부르는 신생동 일대를 비롯해 버텀 라인 인근과 중구청 인근 등이 현재 신포동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시화된다고 보면 되는데 2011년 정도서부터 들어온 투기자본은 주로 인천사람들의 것이었다”면서 “물론 강제로 규제할 수는 없겠지만 정책적으로 방향은 충분히 잡을 수 있고 시의회를 통해서도 잡을 수 있는 부분으로 시의 조례 제정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 차원에서의 공간 확보를 통한 문화예술단체 지원이나 성동구의 사례를 참조한 상생협약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 정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인천사람들’의 김하운 대표는 “근래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에서 내몰리는 단어’로 우리말화했는데, 그것을 사전적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면 신포동에서는 그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람이 보호대상인지, 아니면 나중에 들어온 예술가 등이 보호대상인지가 지역사회에서 다소 불명확하다”면서 “그런 개념부터 잡아나가고 이를 통해 지역의 가치를 공론화시킬 민-관 협동의 지역공동체가 먼저 꾸려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포동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점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로 말할 수 있는데 문제인데 그렇다면 시정부가 임시 점포를 마련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지역의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서 “역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도시공동화)에 대해서도 지방정부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원의 입장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짚은 유제홍 인천시의원. ⓒ배영수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속의 유제홍 인천시의원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보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라며 “인천 외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되는 곳들을 보면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유입되는 사람들이 나름의 특징을 조성하고 이로 인해 특성화거리로 지정되거나 하면 유동인구의 증가와 함께 지가 상승이 자연적으로 따라와서 일어나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그런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지역 정체성이 상실되면 결국 그 지역이 다시 슬럼화될 수밖에 없어 결국 치고 빠지는 부동산업자들에게만 좋은 일 해주는 꼴”이라며 “서울시가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조례 제정이나 지원책 등을 강구하는 것에 비해 인천시는 내부 공직자들이 아직 개념을 못 잡고 있다”면서 “시의회에서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고 시범지역을 운영하면서 확산시키는 등의 정책방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고 시의원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여한 전순미 샌드앤코 대표는 “신포동 정착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고 자부해 놨는데, 결국은 지금 있는 공간을 주인이 직접 하겠다면서 2년의 시간을 줄테니 나가라는 답을 받았다”면서 “인테리어 등을 하느라 1억 3천여 만 원 가량 투자했는데 결국 약간의 권리금을 받고 나가야 한다”면서 집주인들의 ‘횡포’에 대한 체감을 직접 전했다. 전 대표는 “신포동이 문화예술적으로 정말 재밌는 동네고 나 역시 문화적 혜택이 참 많기에 허락만 되면 여기에 정착하며 여러 가지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자 했는데, 지금 내 앞에는 머지않아 떠나야 한다는 현실만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주로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해 왔다고 밝힌 채은영 '임시공간' 디렉터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동안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때문에 계속 동네를 이동하다 결국 서울을 나와야 했는데, 유년시절을 보낸 인천으로 최근에 오게 된 경우”라면서 “놀라웠던 점은 수인선이나 내항재개발 등 개발호재도 있었지만 중구청의 인테리어 지원 등이 결국 건물주의 부동산가에 반영되는 현실이었는데, 관할 구청에서 예술가 등에게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집주인들의 담합으로 이게 부동산 지가에 모두 반영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채 디렉터는 “중구청의 지원책은 임차인들에게는 지원사업 없이 대출만 해주고 있었고 집주인들이 리모델링을 하면 수천 만 원씩 지원을 해주며 결국 건물주들에게만 좋은 일 해주고 있더라”면서 “실질적으로 임차인들에 대한 리모델링 지원 없이 그렇게 지원을 받은 곳이 지역에 공헌하는 부분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구청의 지원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채은영 디렉터. ⓒ배영수
 
플로어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 소식을 듣고 직접 참여했다는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비롯한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에 인천시는 눈이 어두운 것 같다”면서 “시의원들이나 공직자들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고, 중구 시민 임모씨는 “구청장이 자기가 청장 되고 나서 특정지역 땅값 올렸다는 등의 말을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걸 보고 어떻게 저런 말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나 싶었다”면서 “결국 문제에 대한 실천이 중요하며, 캠페인 등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지역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찾아 관할 관청이나 의회 등에 여론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말미에서 유제홍 시의원은 “나중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되면 조례 제정도 힘들어지는 만큼 시와 의회에서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중구의 경우 마침 김정헌 시의원이 산업경제위원회에서 위원장을 하고 있는 만큼 그에게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역서도 공론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시의원으로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여론 형성이 돼서 시가 정책화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해야 하는데,  의회와 시민, 활동가들이 함께 움직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와 의회 차원의 노력,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해야한다 등의 대책에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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