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말 많은 '비밥' 상설공연 퇴출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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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말 많은 '비밥' 상설공연 퇴출키로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0.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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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얼 담은 상설 공연 추진... 비밥 정리 후 빈자리 채울 것”

현재 비밥 공연팀이 상설무대로 사용하고 있는 트라이볼 내부 전경. 비밥은 시로부터 공연장 지원을 받고 올해만도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등, 내년까지 4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시로부터 지원받는 상황이다.
 

인천시가 중국인 관광객 등을 상대로 상설공연장까지 제공하며 ‘인천 콘텐츠’라며 보여줘 비판을 받고있는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 공연(이하 비밥)을 내년까지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천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인천in>과의 통화에서 유정복 시장이 지난 18일 틈문화창작지대(옛 시민회관 쉼터 옆)에서 발표한 문화주권 발표회에서 “인천 공연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표에 대해, “인천의 얼을 담은 공연을 열어 현재 열리고 있는 비밥을 정리하고 그 자리를 대체할 계획을 전제하고 세운 정책”이라고 밝혔다.
 
유 시장이 당시 문화주권 발표회에서 사용한 PT자료에 따르면, 인천뮤지엄파크 등 7개 역점사업의 마지막 7번째는 ‘상설 공연할 인천 대표 공연이 탄생합니다’라는 주제로 오는 2022년까지 인천만의 역사와 문화가치를 담아낸 창작공연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천시가 내년까지만 비밥의 상설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접으려는 것은 시민단체들은 물론 시의회 등 지역사회에서 비밥의 상설공연 추진과 이에 대한 막대한 예산 지원을 수년 째 문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에 도움이 된다’를 이유로 이를 더 진행하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밥은 지난 2014년 중구문화회관을 아예 상설공연장(다른 공연장들이 공연할 수 없음)으로 잡아 무대를 올리면서 지역사회의 극심한 비판을 받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실제 시 관광진흥과에 따르면 비밥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3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 상황이다. 관내 지역 문화단체들(모든 단체들은 아님)에게 지원되는 보조금 전체 예산이 이의 1/3이 채 안 되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특혜’와도 같은 혜택을 비밥 공연단체에게 주었던 것.
 
올해의 경우 트라이볼로 상설공연장을 옮기면서 공연비에 7억 원, 시설지원에 3억 원이 투입됐다. 또 내년 예산안에도 비밥의 지원액에 8억 원을 요구해 의회에서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로부터 “재미도 별로 없다”는 평을 듣는 공연 하나가 ‘혈세 먹는 하마’가 된 상황.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물론 지역사회 전반과 시의회까지 나서 비밥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했다. 열악한 지역 문화단체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은 판에, 공연장소 한 곳을 인천의 정체성도 없는 공연단체에 대관해주면서 수십 억 원의 예산 지원까지 하는 행정 자체를 지역 문화계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노릇이었다.
 
그러자 비밥 공연단체와 시, 인천관광공사 등은 짜장면 관련 퍼포먼스를 첨가해 “지역의 정체성을 넣었다”고 홍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짜장면을 집어넣었으므로 인천의 색깔이 입혀졌다”는 것이 당시 관광공사 등의 주장이었는데, 지역 문화계 등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비밥 공연 모습. 공연을 봤다는 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인천의 정체성은 고사하고 순수 작품성도 별로였다”면서 “이런 공연에 수십 억 예산이 들어갔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공연 기획자는 “과거 시에서 매주 수요일 점심식사 시간마다 하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여러 문화단체에 30~50만 원 정도의 페이만 주고 장비는 알아서 챙겨 오라는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참여를 요구하면서도, 비밥에는 예산 지원에 상설공연장까지 마련해주는 것에 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인사는 “비밥에 퍼준 돈을 인천에 있는 다른 단체들에게 배분 지원을 해 주기만 해도 그들의 유지는 물론 엄청난 문화 콘텐츠들이 나올 수 있음에도 중국 관광객을 이유로 비밥에 퍼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지역 문화계가 비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시의회에서도 문화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연일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 문복위 소속 이강호 의원(남동3, 더민주)은 “비밥이 송도 트라이볼을 상설 공연장으로 쓰면서 많은 인천 문화예술인들의 공연 횟수에 영향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 “비밥 정도면 지역에 크고 작은 상설 공연으로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만큼 비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지역 퇴출’을 강조한 것이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인 황흥구 의원(남동1, 새누리) 역시 “기획도 잘 모르는 관광협회가 예산을 가져가 전문성 없이 집행해 나온 것이 바로 비밥”이라며 “인천 예술인들이 열악한 여건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중국 관광객 유치’라는 명목 하에 이를 외면하다 못해 부실한 운영기관에 보조한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내부에서도 단계적으로 비밥을 정리해 퇴출시키겠다는 기본 입장을 세웠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인천만의 상설 공연은 내년부터 ‘쇼케이스’와 같은 형태로 시범적으로 해 보고, 지역 문화계와의 협의를 통해 스토리를 계속 찾고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오는 2022년까지는 완성할 계획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밥은 차차 그 규모를 축소해 내부 정리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방향성이 잡힌 지 얼마 안 된 관계로 지역 문화계라면 어떤 단체들, 어떤 인사들과 협력을 추진할 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지역에 알려지지 않은 예술단체들도 있고 그들이 기존에 해놓았던 스토리텔링 작업들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은 그 콘텐츠에 대한 파악이나 검토 작업을 먼저 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관광진흥과 관계자도 “인천만의 상설공연이 없어 그간 비밥이 이를 대체하긴 했지만, 유 시장이 그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인천만의 공연작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왔기에, 이번 유 시장의 문화주권 발표회를 계기로 우리 과에서도 비밥을 차차 정리하고 인천만의 상설공연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비밥의 정리 및 퇴출시점이 시의 내부 계산과 달리 연장될 가능성도 아직은 없지 않다. 급하게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보니 당분간은 비밥 공연 유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인천 상설공연 작품이 내년에 바로 나오지는 못하기에 비밥을 바로 중단하기엔 어려움이 있으니, 내년까지는 비밥을 그대로 하고 내년 하반기에 해당 작품이 공연이 될 것 같으면 내후년서부터는 바꾸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 투자심사위에서도 이렇게 얘기가 된 것”이라면서도 “대체 작품이 그때까지 개발되지 않는다면 약간 연장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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