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왜 이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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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왜 이러나 ?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8.05.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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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의료사고에 뇌물비리 수사까지
 ■ 물혹 제거 수술하다 멀쩡한 신장 제거
 
길병원에서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의료사고가 발생해 또 시민들의 구설에 올랐다.
 
길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50대 여성의 난소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다가 멀쩡한 신장을 떼어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지난 3월 개인병원에서 난소에 혹이 보인다는 진단을 받고 길병원 산부인과를 찾아 물혹 제거수술을 받았다. 대장 부근에 악성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있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이를 제거했으나 의료진이 떼어낸 것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신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A씨 가족이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사고로 인한 보상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려 드러났다. 길병원은 수술 절차 상의 문제는 없었으나 난소 물혹이 아닌 신장을 제거한 것은 잘못이라고 과실을 인정했고 환자에게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어이없는 사고인 데다, 길병원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시민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길병원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다고 할 만큼 고속성장을 해 규모 면에서 인천의 대표 병원으로 자리잡았지만 의료사고 및 금품 로비 등 병원 운영을 둘러싼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5년 3월에는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은 군인에게 간호사가 처방전과는 다른 주사약을 투약해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수술 후 친구들과 휴대폰으로 대화를 주고받던 환자가 주사를 맞은 후 의식불명에 빠졌고 한달 여 만에 사망했다. 사고발생 이후 사고 약품을 치우고 간호기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병원측이 조직적으로 사고를 은폐하려 한 사실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드러나기까지 했다.
 
2014년 11월에는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전공의가 위생장갑도 끼지않고 3세 유아의 턱 봉합 수술을 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경찰청, 복지부 공무원 상대 금품로비 수사중
 
금품제공 등 비리사건에 대한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12월 길병원이 복지부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을 전달한 정황을 잡고 길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회계장부와 재무자료 등을 압수했다. 경찰청은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길병원이 법인카드를 제공해 이 공무원이 거액을 사용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8월에는 길병원 시설팀장이 청소용역 업체의 자금 16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불거져 시설공사와 관련한 비리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2014년 4월까지 8개월간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병원 관계자 4명을 비롯 인천시 공무원 등 10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횡령자금 상당액이 이사장 비서실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잡고서도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았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 일었다.
 
지난 1988년 3월에는 전경환 전 새마을운동본부 회장이 각종 비리로 구속될 때 길병원 이길여 이사장이 인하대병원 개설을 막아달라며 전씨에게 4,7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인하대 의대생들이 항의 시위를 했을 만큼 지역사회의 충격이 컸고 자기 일을 되게하는 로비가 아니라 남의 일을 못되게하는 로비까지 했다는 비난을 샀다.



                     < 이길여 이사장 >
 

■ 이길여 이사장 성공사에도 흠집

길병원은 병상 수로 전국 10대 병원에 들어갈 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10여개 크고 작은 병원 건물이 밀집해 있는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 본관 일대는 시민들에게 ‘길 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다.

길병원의 잇따른 구설이 그동안의 고속 성장 과정에서 빚어진 일종의 부작용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공이 있으면 과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의료사고와 비리사건은 근본적으로 질보다는 양적 성장을 추구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또 시민들은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 대해 일반 기업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잇단 의료사고와 뇌물비리 사건은 길병원 성장사에 작지않은 오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길병원의 성장사는 이길여 이사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없다. 지난 1958년 중구 용동에서 산부인과를 개업한 이후 현재까지 지난 60년간 길병원의 성장을 이끌어온 이 이사장은 길병원의 상징 그 자체다. 그동안 뛰어난 경영 능력과 수완을 발휘해 길병원의 성장을 주도해 왔다. 성공한 의료인이자 성공한 경영자로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도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다.
 
이 이사장은 동안으로도 유명하지만 올해 80대 중반을 넘어섰다. 길병원의 잦은 구설이 이 이사장의 성공사에 흠집이 될 수있고, 그렇다면 이는 시민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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