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화재 “아무 정비없이 중고차 선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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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화재 “아무 정비없이 중고차 선적 '문제'”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5.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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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판매 관계자 “결함차량들 강제 선적 중 사고 가능성 높다”

23일 오후 인천항 화재 선박 상부를 개방한 후 인천문화재단 청사(옛 동인천등기소)에서 촬영한 사진. 인천시는 23일 오후 3시28분 “인천항 화재 선박 상부개방 작업에 따라 연기가 확산돼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 꼭 마스크를 착용 바란다”고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시민들에게 통보했다.

 
21일 오전 발생한 인천항 중고차 화물선 화재는 근본적으로 아무 정비없이 결함있는 중고차를 선적하는 과정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40분 경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해 있던 파나마 국적의 5만 2,422t급 화물선 ‘오토배너’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초기 진화를 하지 못하면서 선체 내부의 연기와 열기로 인해 진화작업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피해가 커졌다.
 
이에 소방당국이 배에 구멍을 내고 오후 3시 20분 경 배의 선미 부분에, 오후 5시 20분에 배의 선수 부분을 통해 진화 인력들이 진입하면서 불길을 잡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대형 폭발로는 이어지지 않았고, 이튿날인 22일까지 화재 진압을 하고 있는 가운데 큰 불은 모두 잡았다. 22일 오전부터 오후 1시 현재까지 잔불진화 등 마무리 단계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지역 중고차 딜러 등 중고차 판매업계 관계자들에따르면 화재가 난 인천항의 화재사고가 어쩌면 예상 가능했던 일이었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내국인에게 판매하는 중고차의 경우엔 일정 부분 정비를 하고 판매하는 일이 대부분이나, 해외에 수출하는 중고차의 경우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배에 싣다가 결함 혹은 발열 등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는 것이다.
 
인천지역에서 10여년 중고차 업계에 종사했다는 남동구 시민 김모씨(45)는 “현행법에는 중고차에 대한 검증 절차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수출신고서에 차대번호 등을 기재하는 간단한 세관절차만 통과하면 되고 정비가 필요하다면 현지에서 정비하면 되기 때문에, 업자 입장에서 굳이 국내에서 번거롭게 정비 작업을 한 다음 수출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말했다.
 
김씨는 “실제 이렇게 검증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중고차로 수출하지 않고 부품 혹은 고철로 수출하는 경우도 인천항 내에서 번번이 이루어진다”라며 “정비가 안 된 중고차를 강제로 끌고 들어가다 보니 기계적 결함이나 마찰열 등이 생기면서 지금 같은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사이드 브레이크가 풀리지 않은 차량을 그 상태에서 억지로 끌고 들어가게 하거나, 엔진 등 점검을 하지 않은 채 끌고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팬벨트 같은 부품들은 물론 바퀴축, 서스펜션 등 차량 부품들이 온전치 않은 경우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사고에 대해 인천항만공사가 엔진과열 현상을 일으켜 불이 난 것으로 추정 중에 있고, “차량이 선박 안에서 이동할 때 마찰열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인천중부소방서 측 관계자의 언급이 있었다.
 
차량의 구조적 결함을 제대로 손보지 않고 선적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났을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국내 중고차의 연간 수출량(약 18만 대 정도) 중 약 90%에 해당하는 수의 차량이 인천항을 통해 수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이런 사고가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때문에 중고차 수출업계 일부에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경매방식을 도입해 임대부지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하고 수출검사를 시행해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면서 품질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인천항에 세워져 있던 한 중고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가 출동한 일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고 소방당국에 문의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중부소방서 측은 “19일 오전 9시 30분 경 8부두에 있던 차량들을 배에 선적하는 과정에서 소나타 차량 내부에서 오일이 새서 차량을 뒤로 물러냈는데 그 이후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차량 보닛 앞부분만 태우고 진화시킨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중부소방서 측은 “당시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화재조사팀이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소방당국은 23일 오후까지 진화작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이날 오후 3시경  화재 선박 상부를 개방해 막바지 작업을 벌였다.
 
인천소방본부는 “철재로 된 배의 특징 때문에 더 많은 소방수와 시설이 들어가야 해서 진화작업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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