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경영이 부른 을의 반란
상태바
갑질 경영이 부른 을의 반란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8.08.03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병원 새 노조 설립 7일 만에 제 1 노조


“길병원은 노사문제에 있어 그동안 무풍지대였습니다. 새 노조가 설립된 후 열흘도 안돼 1천명 이상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제 1 노조가 된 것은 ‘사건’입니다.”
 
노동계 한 인사의 말처럼 길병원에 새로운 노조가 생겨 단숨에 조합원 수에서 제 1 노조가 된 것에 노동계는 물론 의료계도 적잖이 놀라고 있다.
 
길병원 새 노조인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설립된 것은 지난 7월 20일.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에서 설립 총회를 가진지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아 조합원 수가 1천명을 넘어섰다. 노조가 지난 7월 27일 공개한 조합원 수는 1052명. 준비한 가입 원서가 모자랄 정도로 가입자가 몰리는, 새 노조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길병원은 ‘의료계의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무관리를 철저히 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99년 8월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한 뒤 관할 구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냈으나 10년 전인 1988년 8월 이미 노조가 설립됐다는 이유로 반려되는 일이 있었다. 이 일로 병원 측이 활동이 전혀 없는 유령노조를 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노조 결성 직원들과 병원 측이 한동안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손해배상청구 소송등 노조 결성 직원들에 대한 병원 측의 강경한 대응으로 노조 결성이 결국 무산됐다.
 
□ 잇단 의료사고, 억대 뇌물 추문으로 새 노조 공감대
 

이번 새 노조 설립 과정에서도 감시, 회유 등 노조가입 방해는 물론 노조 간부에 대한 미행에 이르기까지 부당노동행위를 둘러싸고 노조측과 병원측의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져 경찰이 출동하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이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병원측의 철저한 노무관리에도 새 노조가 설립과 동시에 제 1 노조가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기존 노조에 대한 직원들의 실망감 △병원측의 갑질 경영 두가지를 노동계와 의료계는 꼽고 있다.
 
기업노조인 기존 가천대길병원노조는 조합원 수가 520여 명이다. 새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가 1천명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많은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새로 노조에 가입한 셈이 된다. 이는 기존 노조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5월 물혹을 제거하려다 멀쩡한 신장을 떼어낸 어이없는 의료사고 [인천in 5월 18일 보도] 와 연구중심병원이 되기 위해 복지부 고위 공무원에게 3억5천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비리사건 [인천in 5월 29일 보도] 이 잇달아 터진 것이 직원들의 새 노조 설립 및 가입에 촉매제가 됐다.
 
□ 순탄치 않을 새 노조와의 노사관계 예고
 
때마침 ‘길병원 직원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오픈 채팅방을 통해 병원측의 갑질 경영 사례가 속속 드러나 아픔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던 참이어서 이슈가 뜨거웠고 분노도 컸다. 울고 싶은 데 빰 때려준 격이 됐다.


 
        지난 7월25일 보건의료노조 노조원들이 중부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새 노조의 한 간부는 “채팅방을 통해 모아진 직원들의 고충과 억대 뇌물로비 사건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기존 노조와 병원측에 전달했으나 무응답이어서 허탈해하고 분노하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새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밝혔다.
 
새 노조가 조합원 수에서 제 1 노조가 됨에 따라 앞으로 길병원 노사관계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 노조의 경우 사측과의 교섭권은 노조 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합의가 안될 경우 조합원 수가 많은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다. 새 노조가 교섭권을 기존 노조에 양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앞으로는 새 노조가 병원측과 단체교섭을 벌이게 된다.
 
새 노조는 조합원들의 새로운 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근로조건 및 근로환경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설 개연성이 크다. 새 노조가 소속돼 있는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25일 중부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길병원이 새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길병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 [인천in 7월 25일 보도] 했다. 이어서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38개 단체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길병원 노사관계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임이 이미 예고되고 있다.


 
        이길여 길병원 이사장의 갑질 경영을 보도한 jtbc 뉴스 화면 캡쳐 사진

 

□ 갖가지 갑질 경영 행태까지 공개돼 길병원 도덕성 끝모를 추락
 

앞으로의 노사관계도 부담이지만 새 노조 설립 과정에서 공개된 갑질 경영은 병원측이 안고가야 할 더 큰 부담이 될 수있다. 이길여 이사장 생일 축하 영상을 제작하는 데 부서별로 직원들을 동원하고, 이사장 전용 VVIP병실을 운영하며 이용요금은 면제해주고, 출근 기록만 있고 퇴근은 기록하지 않아 시간외 근로가 인정되지 않는 등의 갖가지 갑질 경영 행태가 TV와 신문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5월 잇달아 터진 의료사고와 억대 뇌물로비 비리로 길병원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된 터에 갖가지 갑질 경영 행태까지 더해짐에 따라 길병원의 이미지 훼손은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렀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고울리 없다.
 
앞으로 새로운 노사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깊은 나락 속으로 떨어진 도덕성과 이미지를 어떻게 추스리고 회복해야 할지 길병원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보건의료노조 "길병원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길병원, 연구중심병원되려고 억대 뇌물


 -길병원 왜 이러나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