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광역버스 폐선 신고’ 회신 기한 넘길 듯
상태바
인천시, ‘광역버스 폐선 신고’ 회신 기한 넘길 듯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8.13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일까지 회신해야 하나, 당장 내밀 카드 없어


 
13일 오전 10시 경 인천 광역버스업체 관계자들이 인천시청 정문 앞에 모여 준공영제 및 적자폭 보전 등을 인천시에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배영수

 
  
광역버스의 운영업체들이 지난 9일 인천시에 폐선신고<인천in 8월9일자 보도>한 가운데 시와 광역버스 업체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시는 13일 현재까지 이렇다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서 회신기한을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인천시와 광역버스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6개의 인천 광역버스업체는 지난 7일부터 광역버스에 대한 준공영제 도입 및 적자 규모 보전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며 오전 시간에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오전에도 이들 업체들은 인천시청 정문 앞에 버스들을 주차시킨 뒤 이들 버스에 호소문을 내걸고 집회를 이어갔다. “우리의 요구사항을 시가 들어줄 때까지 계속 한다”며 “경기도는 준공영제 도입에 적극적인데 박남춘 인천시장은 놀고 있느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며 준공영제 도입 및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최근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큰 연관이 있다.
 
적자 구조 속에서 힘겹게 운영하는 상황 속에서 최저시급 인상 도입 및 운수종사자 휴게시간 보장법 신설로 적자폭이 심화돼 운행횟수를 줄이는 등 열악한 구조 속에서 종사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다.
 
다음 달 중으로 시는 별도 추진하고 있는 용역을 통해 정확한 적자 규모를 산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 버스업체들의 적자폭은 적지 않다. 시에 따르면 현재 인천 광역버스 1대당 1일 운송원가는 56만 9,480원이나 운송수입은 53만 6,130원으로 지난해 이들 6개 업체의 적자는 총 22억 원 선이었다.
 
현재 인천 광역버스가 준공영제 적용을 받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도가 관내 시·구 중 동의를 얻은 기초단체의 재정분담 협조를 얻어 일부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적용(반대로 시내버스는 적용하지 않음)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시에 준공영제 도입 및 재정지원 압박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6개 업체들이 운영하는 버스노선은 인천에서 서울 강남지역을 오가는 9000번대 노선과 서울역 등으로 이동하는 1000번대 버스 등 총 19개 노선으로, 이들 노선의 배치 차량 수는 총 259대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 버스업체들이 노선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날짜는 오는 21일. 이들 노선이 국철1호선과 함께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중요한 이동수단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상태로 20일을 넘기면 ‘출퇴근 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간 인천지역에서 시내버스 등이 파업을 할 경우 시가 임시로 전세버스를 투입해 대체운영하는 등의 사례는 있어 왔으나, 259대라는 대규모의 차량 수를 시의 임시방편으로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천시청 정문과 인천시교육청 정문 사이에 주차된 광역버스에 버스 운영의 적자폭에 대한 시의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메시지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배영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 담당부서도 난처하다. 당초 시는 추후 준공영제 도입이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우선 이들 적자분에 대해서만 임시방편으로 재정지원을 해준 뒤 방법을 모색하자며 추경 예산안에 적자분만큼의 금액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시 재정부서에서 “지원 근거(관련법, 조례 등)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것을 전액 삭감시켰다.
 
광역버스와 관련된 업무보고를 받은 박남춘 시장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시민 혈세로 1회성 지원을 그렇게 쉽게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당분간 시의 입장이 전향되지 않는 한 이 버스업체들에 대한 일시 지원은 어렵다.
 
사실상 이들이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한 배경 역시 이들 적자분에 대한 지원이 막힌 것에서 비롯된 셈이다.
 
결국 시가 이들 버스업체들을 달랠 수 있는 것은 추후 준공영제 도입을 약속하는 것뿐인데,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준공영제 도입 여부를 검토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만큼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시는 오는 16일까지 이들 버스업체들이 낸 폐선 신고에 대해 수용 혹은 반려의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16일까지 회신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면허권한은 인천시에 있지만 광역버스 노선이 경기도 일부와 서울을 오가는 만큼, ‘경유지’에 해당하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동의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회신을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시로서도 그간 광역버스 업체들의 적자 수준이 한두 해가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좀 더 멀리 보고 이들 업체들이 운행중단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기 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인천시는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이유로 국비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비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움직이는 것과 버스 운영을 위해 대책을 세우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비판의 요지 중 하나다.
 
과거 ‘버스사랑동호회’로 활동했다는 한 인천 시민은 “시가 광역버스 운행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면서, ‘근거 없는 임시 지원’이 어렵다면 준공영제를 하루빨리 도입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면허권자가 시가 아니냐, 정부 등 타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돌리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