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청년문화창작소 ‘반쪽짜리’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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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청년문화창작소 ‘반쪽짜리’ 될 판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9.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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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 시설에 '얹힌' 구조에 ‘특정장르 분야 챙기기’ 등 문제 지적돼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청년 등의 문화예술 활동을 배려하자는 취지로 조성하고 있는 인천청년문화창작소(가제)가 ‘반쪽짜리’ 조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문화단체가 입주해 있는 곳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선에 그치면서 온전한 청년들의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도 아닌 데다, ‘장르를 국한하지 않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하게 특정 분야에 기울어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문화재단은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청년문화창작소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재 인천예총이 미추홀문화회관으로 사용 중인 옛 인천여고 건물의 2층 일부와 3층 유휴공간(사용면적 약 657㎡)에 조성하고 건물 뒤편으로 이 공간의 출입구를 조성한다는 기본 안을 갖고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청년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였다.
 
청년문화창작소 조성사업은 지난해 시작돼 올해 본격화되고 있는데 올해 안으로는 개관하고, 오는 2019년까지는 설계한 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시와 재단의 목표다.
 
이 공간에서 청년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사무공간을 포함해 총 7개로 나눈 공간(방)이다. 디자인 및 제본을 제외한 인쇄가 가능한 공간과 영상 및 사진 촬영 등 미디어 및 커뮤니티 활동 공간을 기본 안으로 했다. 음악 등 분야가 제외된 사유에 대해서는 인천시와 부평구 등이 음악도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복’의 우려가 있었다는 게 문화재단 측 설명.
 
이날 재단의 설명에 따르면 매년 5인의 청년활동가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이들이 1년 동안 의무적 혹은 자율적으로 할 예술 프로젝트를 심의하고 창작주체로 직접 활동도 한다. 공간을 직접 이끄는 운영위원들은 1명 정도를 제외하면 연임하지 않는 것을 기본 안으로 했다.
 
행정지원을 위해 문화재단 직원 소수가 상주하고, 이들이 예산 및 정산 절차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운영위원 활동 등을 체크할 예정이다.
 
그러나 청년문화창작소가 온전히 청년들의 공간으로 자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예총이 미추홀문화회관을 운영하며 사용하는 공간에 영향을 받아 청년문화창작소의 진입을 위해서는 건물 뒤 별도 뒷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실상 인천예총 공간에 ‘얹혀 있는’ 셈이다.



인천문화재단이 공개한 청년문화창작소 도면 일부. 건물 앞 정문(파란색 표시)는 이용할 수 없고 뒤편 별도의 문(빨간색 표시)를 이용해야 한다. 

 
 
또 설계도면을 확인한 결과 1층 공간과 달리 천정이 3m도 되지 않는 2~3층의 공간에서 연습 등 활동을 하기엔 충분치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3층은 화장실이 없다.
 
청년들이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분야를 반영하겠다던 말도 현재로서는 지켜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날 공개한 도면에서 전체 7개의 방은 공간부족으로 디자인 등 시각예술 중심으로 돼 있다. 상대적으로 촬영 미디어 분야는 다소 뒤편으로 밀려있다. 이 두 분야를 제외하면 나모머지 분야는 사실상 배제됐다고 봐도 될 정도다. 
 
음악분야를 비롯해, 다른 영역에서 기성 예술인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업 분야는 청년들의 공간에 반영해야 했음에도 반영하지 못한 것은 한계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 조성사업과 관련해 지역 청년 및 청년단체들이 이미 언급한 여러 문제점을 제기해 왔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개선의 정도나 의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이들 청년들은 올해부터 더 이상의 의견 개진을 하지 않기로 결의한 상태다.
 
실제 이날 설명회에서도 재단 직원과 기자 한두 명을 제외하면 참석한 청년들은 서너 명 내외였을 뿐이다. 
 
이에 대해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온전한 청년들의 공간으로 조성하지 못한 점을 비롯해 언급한 문제점들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실제 건물 전체를 써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으나 막상 반영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사용되는 공간이 주로 낮에 활동이 이루어지고, 청년들의 공간들은 주로 저녁 이후 활동이 이루어지는 점 등을 감안해 그러한 방향으로 조성코자 한 것으로 이해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의견들은 계속 수렴해 최대한 반영코자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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