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갖춘 서울 공립학교 55개, 인천 '꿈같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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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갖춘 서울 공립학교 55개, 인천 '꿈같은 얘기'
  • 이혜진 시민기자
  • 승인 2018.10.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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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생존 수영수업 의무화... 각자 알아서 배워야하는 현실


서울시 강남 대치동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에 설치된 체육센터, 이 학교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은 체육 정규수업으로 매주 2회씩 이 곳 수영장에서 수영수업을 받고 있다. 뿐만아니라 4,5,6학년 학생들은 체육센터 1층에 마련된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체육 정규수업으로 2주에 한 번씩 전문 강사에게 골프 수업을 받는다.



<서울 강남 도곡초등학교 스포츠센터>

<도곡초교 수영장 내부>

 
등록금을 별도로 내야하는 사립초등학교 이야기가 아니다. 급식비를 무상지원받고 있는 일반 공립 초등학교의 현재 모습이다. 서울시 강남구청과 강남교육지원청이 함께 이 학교 운동장 한편에 체육센터를 지었다. 2014년에 문을 연 체육센터는 지하1층에 수영장, 1층에 헬스장과 골프연습장을 2,3층에는 학교 전용 층으로 학교 카페테리아와 도서관과 실내 체육관이 자리잡고 있다. 체육시설은 수업시간 외에는 사설업체가 임대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아이 데려다 주면서 저도 아침 수영반에서 수영을 하는데 당연히 가까운데 있어서 좋죠. 아이는 학교 수업시간에 이 곳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어요.”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는 매일 시설을 이용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을 뿐 아니라 사립학교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교과과정의 전문화와 다양성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 또한 교사들의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쯤 되니 같은 세금 내고 학교를 보내는 인천의 학부모로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어떻게 인천이랑 이렇게 달라?”
“이 학교만의 특수한 상황일까?”
 
이 학교만이 아니라 서울 강남구에 8개 학교에 수영장이 있다. 서울 전 지역에는 총 55개의 초·중·고등학교에 수영장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 강남구의 경우처럼 구청과 교육지원청이 협약하여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결과이다.
 
물론 사업계획수립부터 시행되기까지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학교부지(운동장)를 활용해야하는 특수성이 있어 학교시설을 소유, 관리하는 학교장과 학부모들의 협의과정이 필요하고 공사기간 동안 학습 분위기 저해 등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었다. 또한 운동장 면적이 줄면서 발생할 문제점과 사업비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교육청의 예산 집행 여부도 쉽지 않았다. 노후화된 학교시설에 예산이 우선 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교육청 그리고 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오랜 기간 계획과 협의를 거쳐서 현재 서울시내 55개의 수영장이 운영되고 있고 서울 초등학생은 의무적으로 무상수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건설된 시설을 관리 유지하는 일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주민이 모두 만족하는 성공적인 체육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영장이 없는 학교의 경우에는 주변 수영장과 연계하거나 이웃 학교의 수영장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서울시 초등학생들은 누구나 수영수업을 정규적으로 받고 있다.


인천초등학교 내 수영장 한 곳도 없어
 
그렇다면 인천의 상황은 어떨까? 초등학교 안에 수영장을 설치 운영하는 인천지역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인천체고와 해양과학고 두 곳의 특수 고등학교에 수영장이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천에는 수영 정규수업을 하는 공립학교도 없다. 섬에 위치한 학교에서도 수영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바닷가 근처라는 지리적 특색이 무색할 만큼 인천지역 학생들은 알아서 수영을 배워야 하는 현실이다.
 
뒤늦게 인천시는 시교육청과 함께 수상안전교육에 관한 위원회를 설치·운영 관련 업무를 총괄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비영리법인·단체 등과 협력해 수상안전교육센터도 설립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내년부터 인천지역 학생이면 누구나 년 4시간 이상의 생존 수영을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생존 수영으로 수영을 배우기 불가능 해

하지만 생존 수영수업 몇 시간으로 수영을 배울 수는 없다. 생존수영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구조가 올 때까지 물에 떠있는 방법 등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수영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필요한 수업이지만 서울시의 수영 정규 수업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시는 왜 초등학생들에게 수영 수업을 시키는 걸까?
수상재난 및 사고 발생 시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신운동이 가능한 수영을 배워 학생들이 기초체력을 높이고 성장 발달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 이처럼 좋은 걸 인천에도 곧 하겠지? 생존 수영도 하는데 수영장도 곧 짓겠지!”
 
인천시 교육청에 전화를 했다.

“혹시 인천시교육청이 서울시처럼 학교내 수영장 건립계획이 있습니까?”
 
“수영장이요? ...없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수영장’같은 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뉘앙스로 시교육청 교육시설과 직원은 답했다.
논의조차 된 적 없다는 직원의 설명으로 인천교육 현실과 직면했다.

그렇다. 기자는 인천에 살고 있는 것이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큰 격차,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신도시의 과밀학급문제, 꾸준히 제기되는 기초학력 부진문제, 서울시와 비교해 줄어드는 교과전담교사 비율 등 산적한 문제를 두고 ‘수영장’ 같은 꿈같은 소리를 했는지 모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취재하다말고 개인 걱정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인천에서 아이를 키워도 되나? 서울로 이사가야하나?”
 
산적한 교육관련 문제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지금, ‘대학입시’ 때문만이 아니라 초등학교 교육여건 때문이라도 시민들이 인천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또한 꿈 같은 일이다. ‘인천의 교육여건’이 집값이 꿈쩍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해도 억지는 아닐 것이다.
 
얼마전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무상 교복지원을 실시를 선언하면서 다른 시도의 무상 교복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 이제 학부모들이 혹할 교육 내실화와 컨텐츠에도 변화를 가져올 획기적인 제안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지난 8일 ‘500인 시민시장에게 듣는다’ 원탁토론회에 직접 토론자로 참석한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시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몇 십 년째 같은 일 해온 공무원들인데 지역사회 문제를 아직 몰랐나? 매번 시장 바뀌면 토론하는 이유가 뭐람?”

서울지역 학교 수영장 취재로 한껏 뿔난 기자로서는 인천시나 시교육청 정책홍보 기사에 쉽게 동조하기 힘들다. 이번 시장은 토론만 하다가 임기를 마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시정홍보 기사 창을 닫는다.
 
매일 화제가 되는 서울 집값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에는 있고 인천에는 없는 것들'을 헤아리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도 지도자들이 바뀌었으니 한번 믿고 4년을 더 기다려 봐야하나? 그러면 우리아이 대학입시 해야 할 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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