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네서점들의 ‘특별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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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네서점들의 ‘특별한 변화’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12.31 13: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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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커뮤니티 활성화 등으로 달라진 서점들




 
2000년대를 전후해 프랜차이즈의 물결이 본격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프랜차이즈의 물량공세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우후죽순(雨後竹筍)격으로 늘어났다. 동네 서점도 이 물결을 피할 수 없었다. 달라져야 했다. 이 즈음 “물량으로 이기지 못한다면 특화점이라도 갖자”는 마음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서점들이 있다. 이들은 지금도 생존하고 있음은 물론 젊은 세대로부터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중 대표적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하고 있는 곳들, 혹은 그런 방향의 체질개선을 목표로 시작부터 다른 방향을 가고자 하는 서점 및 책 중심의 문화공간들 일부를 소개한다. 
 
 
◆ 중구 아트플랫폼 내 ‘인천서점’
 

인천서점 내부. 이의중 건축가가 조성한 복층 구조의 서가는 안쪽이 더 볼만하게 조성돼 있다.


 
인천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현재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곳이라면 인천과 관련된 서적들을 수집하고 전시 및 판매까지 하는 ‘인천서점’이라 할 수 있다. 지역 출판사에서 오래 일해 왔던 윤승혜씨가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 H동을 빌려 기존 카페 공간을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인천에서 원도심 재생 전문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의중 건축가가 북아프리카 암석사막 위 요새도시 ‘크사르’를 모티브로 만든 복층 구조의 서가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몄다. 좁은 공간들과 통로로 조성해 오히려 책에 집중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놨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아늑한 공간에서 편히 독서할 수 있다. 아트플랫폼 시설 및 근대문학관 등과도 인접해 있어 책과 예술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도 좋다.
 
 
◆ 남동구 내 협동조합 서점 ‘마샘’
 

남동구에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형서점 마샘 내부. 웬만한 프랜차이즈 서점의 오프라인 공간 못지않게 조성해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남동구 논현동에 조성돼 개장 1년여만에 ‘명소로 알려진 복합문화공간 마샘. 협동조합이 설립한 서점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서가 외에도 문구점과 동아리 회의공간, 카페, 갤러리와 공연장까지 갖춰 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개장 1년을 넘긴 요즘 하루 방문객 수가 평일에는 300명, 주말에는 600명에 이를 정도로 지역사회에 안착하고 있다. 주민들도 “프랜차이즈 서점에 비해 전혀 모자람이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지난해 7월 ‘협동조합 마중물문화광장’(이사장 유해숙)이 창립돼 9월에 문을 연 곳이 지역사회와의 호흡을 통해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 동구 배다리 ‘나비날다책방’
 

나비날다책방 내부로 들어서면 운영자보다 고양이가 먼저 손님을 반긴다.


 
배다리전통공예거리 근처(헌책방거리 입구)에 자리한 나비날다책방은 지역에서 문화 및 사회활동가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청산별곡(본명 권은숙)이 운영하는 곳으로 배다리 일대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론된다. 고양이와 관련된 서적들을 ‘메인’ 공간에 구비하고 환경 및 인권활동과 관련한 '큐레이팅'으로 운영자의 취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취향을 파는 가게’의 흐름과 이어지며 이목을 끌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과거 제수용품이나 생활용품을 판매했던 조흥상회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다.이곳은 매일 주인과 품목이 바뀌는 ‘요일가게 다 괜찮아’와 옛 물건을 모아 과거 사진과 함께 전시해둔 공간 ‘생활사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글쓰기와 원서 읽기 등 문화활동도 이뤄진다. 소설가 이재은, 시인 이설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북큐레이션을 하기도 하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작가회의가 진행하는 ‘2018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 연수구청 인근 ‘세종문고’
 

세종문고 내 휴식공간에서 소소하게 진행되는 교양강좌 형식의 수업은 주민들에게 서서히 각광받고 있다.

 

연수구 샘말로 8번길에 소재한 세종문고는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동네에서 운영을 했던 오래된 서점이다. 199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대를 이어 현재 30대의 젊은 서점지기 이의형-강서경 부부가 운영해 오고 있다. 으레 ‘동네 서점’이라 하면 나이든 운영자들을 생각하기 마련이나 이 젊은 두 '서점지기'는 자신들의 감각을 더해 지난 2017년 말 서점 내 휴식 공간을 조성해 지역주민 내지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시작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올해 책 중심의 활동이 간간이 있었다가,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와 청학도서관의 ‘테마가 있는 동네서점’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하반기 경부터는 거의 매주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졌다. 서점의 프로그램인 만큼 책 중심의 활동이 메인 메뉴이지만 목도리 등의 뜨개질 수업은 물론 오목대회, 최근의 크리스마스 소품 만들기까지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강서경씨는 “서점 내 공간을 주민들이 공유하게끔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임 활동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 계양구 경인교대 인근 ‘책방산책’


책방산책 내부. 아기자기하면서도 내실 있게 구성돼 있다.

 

계산동 경인교대 단독주택가에 위치한 책방산책은 주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독서모임을 활발히 진행하는 곳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홍지연 대표가 “책방을 산책삼아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문을 연지 1년 반 정도 운영을 하면서 아이들부터 청소년까지의 서적들을 많이 구비해 왔고, 인문학 분야 등의 책도 구비해 오면서 주민들도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방산책의 특화점이라면 인천문화재단 등 공기관의 독서 프로그램이 주로 성인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에 반해 여기는 청소년 및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소설 작가 등과 만남도 진행한다는 점이다. 실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홍 대표가 부모의 시각을 갖고 운영한다.
 
 
◆ 강화군의 책 명소 ‘국자와 주걱’
 

국자와 주걱 공간 중 책 큐레이션 공간.



강화군 양도면에 있다. 이곳은 서점지기 김현숙 대표가 대청마루를 보존하고 있는 가정집을 꾸며 책방으로 만든 공간이다. 시골마을에 위치한 책방이지만 김 대표의 책에 대한 정보수집이 무척 빨라 대형서점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서적들을 구비하고 있는 것도 국자와 주걱만의 강점이다. 또 옛 가정집의 구조를 통해 책과 북스테이 프로그램, 북 콘서트 및 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강화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꽤 알려져 있다.
 
국자와 주걱은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의 공간지원사업 ‘동네방네 아지트’에 참여해 ‘시골책방에서 힐링 Up 활력 Up’이라는 주제의 독서모임을 하면서 김태훈(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김진수(티베트의 아이들), 시인 김연희 등 작가들과 함께 북 콘서트 및 작가와의 만남 등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오기도 했다. 책을 읽으러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열려 있고 그들이 계속 드나들며 휴식할 수 있게 하는 게 이곳의 '지상목표'라 할 수 있다.
 
 
◆ 책방 모도, 연꽃빌라, 북극서점
 

책방 모도. 과거 담배가게였다고 한다.


 
동인천 화수동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서점인 ‘책방 모도’도 특이한 공간이다. 오래된 담배가게가 있던 자리에 “담배 대신 책을 팔자”는 취지로 조성됐다고 하는데, ‘모 아니면 도’라는 말에서 서점 이름을 따왔다는 것이 재미있다. “붐비지 않지만 자유롭게 드나들고 인천 내에서 재미있고 멋진 일을 꾸미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되고자 한다”는 게 책방 모도의 비전이다.
 
부평 신트리공원 건너편에 위치한 ‘연꽃빌라’는 작은 서점과 커피전문점을 겸하고 있는 곳이다. 무레 요코의 소설 ‘세평의 행복, 연꽃빌라’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이 잠시 ‘멍’을 때리고 쉬어가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자 하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환영한다. 부평구 원적로에 위치한 '북극서점'은 신간과 중고책 외에도 독립출판물과 외국 빈티지소품 등까지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곳이고 서점 옆에 ‘북극홀’이라는 곳에서는 그림 전시 등도 하고 있다.
 


연꽃빌라 내부. 민간카페를 겸한 공간답게 모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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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2019-01-01 21:28:07
인천에 이렇게 멋진 책방들이 있었다니!! 시간내서 꼭 한 번 가보려고요.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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