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닌 정죄·혐오로 세 불리는 '개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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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아닌 정죄·혐오로 세 불리는 '개독교'"
  • 윤종환 기자
  • 승인 2019.10.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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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추락은 어디까지인가' 157차 생명평화포럼 열려





독립운동, 해방과 남북분단, 이후 군사독재와 민주화운동 과정... 

한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한국기독교는 한국의 여러 단면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로 평가된다. 

이에 현재 여러가지 문제점(극단적 보수주의·교회지도자의 막말 논란 등)을 안고있는 '기독교에 대한 새롭고 올바른 이해'와 나아가 '진정한 종교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생명평화기독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생명평화포럼이 제157차를 맞아 '한국교회 추락은 어디까지인가? - 개독교로 회자되는 현상에 대하여'를 주제로 10일 오후 7시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157차 포럼은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마련됐다.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보인, '추락한 한국 교회'의 모습을 성찰하고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진행된 자리인 것이다.

이날 포럼은 최형묵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의 강연 및 함께 자리한 30여명 시민들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최 목사는 이 자리서 '기독교가 개독교로 회자된 배경과 역사적 측면에서의 검토', '기독교의 내면세계에 대한 성찰 및 교회의 내적 기제들'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이어 '우리는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를 물으며 참여 시민들과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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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목사는 "목사라고 부르니 목사라곤 하는데... 진정한 목사란 무엇일까?"라는 화두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어 허울 뿐인 일부 목사와 무비판적인 교인들을 지적하며, "작금의 교회 문제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기에, 교회 전반의 변혁과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 결성된 한국기독교총회(한기총)를 현 기독교 문제 발발의 기점으로 지목했다. 최 목사에 따르면 1988년 NCC선언(한국기독교회 선언)에 따라 반공주의에 대한 참회 및 민주주의·인권·평화 등에 대한 기독교 내부의 진보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에 균열·위기의식을 느낀 반공기독교 계파 및 보수 정치세력 등이 결집해 한기총을 결성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기총은 이후 정치적 보수주의의 선두로서 각종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보수적 입장과 통제 고수(출판영상물, 주5일제, 사학법 반대 등)를 이어갔고 보수정권으로의 회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 목사는 이에 대해 "한기총 결성 이후 보수주의화 된 교회는 자기 이해관계에만 밝고, 공공성에 대한 감각은 점차 빈약해져갔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2007년 피랍 사태(샘물교회 목사 등 23명 피랍, 목사 등 2명 피살)에서 보인 태도와 세습문제, 과세문제, 각종 스캔들 등이 누적돼 기독교인 전체가 결국 일반인 눈엔 부정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독교의 본원적 가르침인 '타인에 대한 사랑'이 아닌, '타인에 대한 정죄와 혐오'로 세를 불리는 모습을 지적하며 "영향력은 확대되었으나 공신력은 추락했고, 시민의식·공공의식에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목사는 마지막으로 교회의 물질주의와 성찰이 없는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작금의 교회는 말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말'의 종교"라며 이를 강화하는 교회의 내적 기제들의 변혁을 촉구했다. 
 
최 목사가 설명한 현 기독교회의 부정적 모습을 강화시키는 교회 내 기제는 ▲독점적인 상층 정치구조 ▲서열화된 교회 직제 ▲위계질서를 강화하는 예배 양식 ▲배타적 군림의 상징으로서 교회 공간 ▲차별의식을 조장하는 교회 생활언어와 성서번역본 ▲평신도들의 비주체성 등이다.

그는 이어 "신앙의 본질은 나와 다른 사람, 밖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라며 "메세지만 바꾸는 것이 아닌, '개독교'를 만든 교회 구조와 신앙풍토를 개혁해 복음의 본래 정신인 '타자를 위한 삶과 공공성의 구현 및 소통하는' 종교"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최 목사가 지적한 '개독교 화'의 원인(한기총·보수주의화·공공성상실·혐오)들은 90년대 이전 교회에선 쉽게 찾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지금처럼 눈에 띄게 우경화된 모습은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회 교인들의 정치성향을 정확히 수치화 할 수는 없다. 다만 90년대 이전에도 진보 성향의 기독교회가 소수였던 사실은, 현 기독교의 부정적 모습이 단순히 진보·보수의 양적 역학 관계만으로 설명할 순 없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그는 "일정 부분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의 일이라 생각하고 교회 현장에서 지도가 필요하다"며, "지금도 변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다수가 아니어도 긍정적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가능하다"고 결의를 다졌다.  

최 목사의 강연 이후 포럼 참석자들은 교회의 내적 기제들에 대한 극복 방안, 역학관계에 대한 검토 등 자유로운 발표·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최형묵 목사는 천안살림교회 담당목사이자 KNCC정의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 미국 복음주의를 모방한 한국기독교 보수주의, 그 역사와 정치적 욕망>, <한국 근대화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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