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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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에 가면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9.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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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순 시인 4번째 시집 출간





시 쓰는 경찰관 박경순 총경이 네 번째 시집 ‘그 바다에 가면’(리토피아 출판)을 펴냈다. 8년만에 나온 시집이다.
 
인천 출신으로 지난 1986년 대한민국 최초 여성 해양경찰관(순경)으로 임용된 박 시인은 역시 대한민국 여성 최초로 2017년 총경으로 진급해 2018년 8월부터 1년간 울진해양해양경찰서장으로 복무하다, 올해 7월 인천으로 복귀했다. 인천을 떠나 근무한 지 6년만이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경찰 생활을 하면서 1991년 등단한 이후 첫 시집 ‘새는 앉아 또 하나의 시를 쓰고’(1997년)와 ‘이제 창문 내는 일만 남았다’(2002년), ‘바다에 남겨 놓은 것들’(2011년)을 내놓았다. 다시 ‘바다’를 화두로 내놓은 4번째 시집 ‘그 바다에 가면’은 태안, 평택, 동해, 울진 등 해경 간부로서 지방 해안도시에서 근무하며 느낀 바다와 어촌, 해양경찰관의 애환 등을 시로 승화시킨 것들이다.
 
특별히 울진해양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울진 후포 및 영덕 등 바다로 부터 울려나오는 내면의 소리들을 표현해 낸 시들이 1부(9월, 후포의 밤바다에서 가을을 만나다)를 장식한다. '후포리 저녁' '후포에 겨울이 오면' '후포 아침' '후포 5일장'... 그리고 실종된 어부를 찾는 안타까운 마음, 업무 중 순직한 동료 경찰관에 대한 애절한 추모의 마음도 담아 내었다.

2부는 태안 연가, 3부 국수, 4부는 그바다에 가면. 모두 66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기다림은 행복하다

그대 만나러 가는
새벽 열차 기다림도 행복하고

긴 겨울 지나
목련 꽃망울 터트리는
봄 기다림도 행복하고

여름방학 일기 숙제
무사히 다 끝내
개학 기다림도 행복하고

봉숭아 믈들인 손톱
다 자라기 전
첫눈 기다림도 행복하고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아쉬움 없이 산 이승
이별 기다림도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축산 바다
 
아침 그물 놓으러
바다로 나간 남편은
끝내 살아오지 못하고
빈 배만 먼저 왔다

축산항 떠나
사랑하는 아내 위해
그물 던졌던
바다는,
아무런 진실도 알리지 않은 채
숨을 죽였다

내 일처럼
선뜻 나선 50척 고마운 어선들
그 애타는 마음
알까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살아서 만날 수 있었을 것을
비상 출동한
봄 바다에
그대 살리지 못한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박경순 총경(57)은 1991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하여 한국 수필 신인상, 2017년 여성1호상, 제27회 전국성인시낭송대회 최우수상, 세 번째 시집 ‘바다에 남겨놓은 것들’로 제24회 인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 박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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