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거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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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거리에 대한 단상
  • 전승용
  • 승인 2016.02.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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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전승용 /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주임교수
  
며칠 전 귀가 하던 중 집 앞 도로에서 밝게 빛나는 조명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이곳이 ‘류현진 거리’라는 것을 알리는 이정표였다. 동산중·고등학교를 주변에 류현진 거리가 조성될 것이라는 정보는 이미 지역 언론매체들을 통해 보도된바 있었다.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는 이와 같은 일련의 보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이 사업과 관련된 눈에 띄는 변화를 동네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집 앞 도로에 설치된 ‘류현진 거리’ 이정표를 발견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류현진 거리조성 사업’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인천광역시 동구청에서 발간한 「2015 주요업무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류현진 거리’가 조성되는 곳은 박문사거리에서 송림오거리까지 약 1.5km 내외라고 한다. 사업기간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이며, 사업목적은 동구 관내 초·중·고등학교 출신인 류현진 선수를 기념하기 위한 거리로 지정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시설물 설치하여 동구의 명소로 개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주요사업내용은 1.5km 구간을 총 6개의 구간으로 나누고 각 구간 별 테마를 설정하여 류현진 선수의 주요 활동상황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시설물들을 설치하는 것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류현진 거리’의 구간별 테마는 제1구간(180m) ‘야구장 가는 길’, 제2구간(433m) ‘야구장 이야기 길’, 제3구간(500m) ‘책 나눔 길’, 제4구간(175m) ‘학교가는 길’, 제5구간(172m) ‘꿈이 커져가는 길’, 제6구간(100m) ‘쉼터 길’과 같이 총 6개이다. 각 구간에는 표지석, 이정표, 야구관련 조형물, 류현진 선수의 성장과정 벽화 등 다양한 시설물들이 설치될 계획이다. 이외에도 예전 송림3·5동 주민자치센터가 ‘야구 체험관’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위해 동구청은 약 10억 원의 구비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류현진 거리 주요사업내용>
 
구분 테마 내용(시설)
류현진 거리 제1구간(180m) 야구장 가는 길 표지석, 이정표, 로프화단 등
제2구간(433m) 야구장 이야기 길 류현진 기념품 전시, 야구관련 조형물 등
제3구간(500m) 책 나눔 길 무료 책 나눔 거리부스 등
제4구간(175m) 학교가는 길 이정표, 로프화단 등
제5구간(172m) 꿈이 커져가는 길 야구선수의 성장과정 벽화
제6구간(100m) 쉼터 길 가로수교체 및 벤치설치 등 쉼터조성
구) 송림3·5동 주민자치센터 야구장 체험관 전시체험존(1,2층), 기념휴식존 등
소요예산 1,049,836,000원

-출처: 인천광역시 동구청, 「2015 주요업무계획」, p.97.
인천광역시 동구청, 「2015 관·학 협력 문화컨설팅 연구결과 보고서」, p.111.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니 필자의 동네에 조성될 류현진 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어 2014년부터 추진된 ‘류현진 거리’ 조성사업 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동구청은 2014년 10월 말 류현진 거리 조성계획(안)을 수립한 이후, 2015년 4월에는 거리 조성에 사용될 류현진 선수의 명칭, 조형물 등과 관련하여 류현진 측(A.SPEC)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약 4개월 동안 설계공모를 거쳐 업체를 선정한 후 2015년 10월부터 실시설계 용역이 착수되었다. 그리고 2016년 5월까지 각 분야별 공사를 착공할 계획이다.
 
그동안 추진된 현황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필자는 거리로 나섰다. 먼저 집 앞에 설치되어 있는 ‘류현진 거리’ 이정표에서 출발하여 송림3·5동 주민자치센터, 서림초등학교(정문), 동산중·고등학교, 박문사거리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출발 이후 가장 먼저 눈에 뜨인 시설물은 ‘류현진 거리’를 알리는 입간판이었다. 이 입간판에는 류현진 선수 사진 및 이력과 함께 류현진 거리 일대를 나타내는 지도, ‘류현진거리’, ‘새천년로’라는 도로명이 표기되어 있었다. 필자는 거리를 걷는 동안 이와 유사한 입간판을 두 개 더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30분 동안 걸었던 류현진 거리에는 아쉽게도 류현진 선수의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은 듯 했다. 필자는 계획서를 보고 류현진 거리가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찾아 갔는데 그 거리에는 류현진 선수의 커다란 사진이 있는 입간판과 도로명 표지판이 전부였다. 그리고 야구 체험관이 조성될 (구)송림3·5동 주민자치센터는 사람의 발길이 오래전에 끊긴 듯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송림3·5동 주민자치센터 부근 입간판 류현진 거리 이정표
  
   
 
야구 체험관으로 조성될 (구) 송림3·5동 주민자치센터 동산중·고등학교 담장
 

동구청에서 류현진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였던 2015년 3월, 인천광역시 남구 의 전통시장인 신기시장에 ‘인천야구 역사거리’가 조성되었다. 필자는 류현진 거리를 둘러 본 후 야구를 테마로 먼저 조성된 거리가 궁금하여 이곳을 찾았다. ‘인천야구 역사거리’는 신기시장 공영주차장 내 1층에 약 30m에 걸쳐 조성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인천 야구 100년사와 인천 야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명예의 전당과 SK 와이번스존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천 야구 100년사 전시물은 한국 최초의 야구단인 ‘한용단’을 비롯해 삼미 슈퍼스타즈(1982년), 청보 핀토스(1985년), 태평양 돌핀스(1987년) 등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의 자료까지 인천 야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연도별로 잘 정리해 놓았다. SK와이번스 존에는 SK와이번스 선수들의 핸드 프린팅을 비롯하여 유니폼, 야구공 등 선수들이 사용하는 각 종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기시장 인천역사 야구거리 인천 야구 역사 연표
 

‘인천야구 역사거리’는 전통시장인 신기시장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청년층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SK텔레콤과 업무협약을 맺고 조성된 곳이다. 직접 방문한 ‘인천야구 역사거리’는 그 규모나 추진배경을 류현진 거리와 비교했을 때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다. 특히 공영주차장 1층과 시장 골목에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외부에서 그곳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상당히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필자가 그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 ‘인천야구 역사거리’를 관람하러 찾아온 방문객은 없었으며, 청년층은 방문은 더욱더 찾아 볼 수 없었다. 또한 조성된 된지 일 년도 안 된 곳이지만 그 장소의 위치적 특성상 시장골목의 일부로 보일 만큼 ‘인천야구 역사거리’로서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해 보였다.
 
‘류현진 거리’는 신기시장에 조성된 ‘인천역사 야구거리’와 같이 송림시장과 현대시장과 인접해 있다. 그리고 야구역사존, 야구명예전당 등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된 ‘야구 체험관’도 곧 조성될 계획이기 때문에 류현진 거리와 신기시장의 ‘인천역사 야구거리’는 여러 모로 비슷한 점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동구청이 ‘인천야구 역사거리’에서 야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한다면 ‘류현진 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앞서 살펴본 동구의 주요업무계획서에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적극적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민과 함께하는 도시재생대학’등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인하대학교(문화경영학과)와 연계하여 문화컨설팅 연구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이처럼 동구는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민·관·학 협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토대를 착실히 다져간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에서 기념거리를 조성할 경우, 이용자의 요구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그 거리를 구성할 콘텐츠는 시대성이 제대로 반영되어져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원의 ‘박지성 길’이나 광주 ‘야구의 거리’ 등의 사례처럼 지역 주민들마저 외면하게 된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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