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지표가 뿌리를 내리려면
상태바
지속가능발전지표가 뿌리를 내리려면
  • 박병상
  • 승인 2017.06.15 0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지속가능발전지표? 어딘가 모르게 전문가 냄새가 난다. 어떤 평가의 근거가 되는 지표는 시민들이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게 대부분이지만 직장인의 처지라면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평가의 결과는 승진과 직결될 수 있으니까. 유엔이 각국 정부에 권고하는 지속가능발전지표는 어떨까?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는 여러 지표로 성과를 평가하고 공무원들은 그 결과에 민감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긴장하며 들여다보는 대부분의 지표는 본디 승진의 잣대가 아니다. 시민 또는 주민을 위한 정책이 얼마나 계획대로 수행되는지 살펴보려는 수단일 텐데, 지표에 구속력이 있으면 공무원은 성과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타깝게 지속가능발전지표는 그렇지 못하다. 공무원들은 그저 없어도 그만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그런지 공무원들은 지속가능발전지표를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관심이 없다.
 

정부에서 정책 수립을 위해 사용하는 지표는 대개 경제성장과 관계가 깊다. 경제성장으로 시민 또는 주민의 행복을 도모하겠다는 의미일 텐데, 자본과 기득권이 아니라면, 경제성장이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최근 희미해진다. 점점 역행하기까지 한다.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늘었지만 행복은 비례하지 않았다. 승용차가 이동시간을 줄였지만 친구와 만날 기회마저 줄었다. 주택 보급률이 높아진 만큼 노숙자가 늘었다. 어느새 석유는 고갈을 눈앞에 두었는데 지구는 더워졌고 방사능과 더불어 미세먼지가 늘었다. 인구는 턱없이 늘었는데 후손의 살아갈 공간은 대단히 협소해졌다.
 

지속가능발전은 오늘도 내일도 지속적으로 개발하자는 개념이 아니다. 다음세대의 생존 공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오늘의 욕구를 자제하자는 의미다. 경제성장은 자원이 무한할 때 지속될 수 있겠지만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분별없는 경제성장이 불러온 개발은 자연을 정화능력 이상으로 교란했고 삶을 위협하는 폐기물은 도처에 넘친다. 이제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지표는 행복을 반영하지 못한다. 다음세대의 행복을 생각하는 행정을 펴려면 지표를 바꿔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을 이끄는 지표를 유엔이 권고하는 이유가 그렇다.
 

세계적 목표로 인식하며 지속가능발전지표를 추진하는 환경부는 “국가 구성요소의 중심축인 사회, 환경, 경제, 그리고 제도 요소 가운데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확보하여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현재의 상황을 평가하는 수단”이라고 평가하지만 다른 정부 부서는 그 지표의 존재에 통 관심이 없다. 국제 정세에 밝은 똑똑한 전문가가 만든 지표일지라도 국가 정책에 구속력 있게 반영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가장 힘이 약하다고 자조하는 환경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50조를 기반으로 지속가능발전 지표를 만든다. 향후 20년을 계획기간으로 설정하고 5년 주기로 갱신하도록 규정한 지속가능발전지표는 중앙은 물론이고 지방도 제정할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지표에 따르는 평가와 실천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인천시에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속가능발전지표에 구속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평가에 등한시하는 공무원이 승진에 지장을 받지 않을 텐데, 인천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부평구는 지속가능발전지표를 설정했고 행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단체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거리가 있다. 지속가능발전지표가 기존 경제성장 위주의 지표를 대체하지 않고 추가되는 까닭에 실무 공무원들이 업무에 부담을 느낀다. 적극성이 없는 인천시는 물론이지만 국가 차원의 정책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렵게 마련한 지속가능발전지표가 단체장이 바뀌자마자 사장될 공산이 크다. 이후 개발 위주의 정책이 관행처럼 계속된다면 다음세대의 행복은 무너질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지표는 똑똑한 전문가의 몫이 아니다. 근사한 지표를 만들어 조례나 법으로 정비되어도 시민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득권은 다음세대의 행복보다 당장 발생하는 이익에 관심을 쏟는다. 기득권의 이해를 극복하려면 촛불과 같은 민중의 힘이 선도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지표의 구상부터 관심 있는 시민 또는 주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보장하며 민주적 절차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발전지표가 뿌리내리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다. 제정을 준비하는 인천시는 어떤 자세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