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모두 비정규직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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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두 비정규직 아닌가요?
  • 윤현위
  • 승인 2018.01.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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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고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의 오래된 희망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부분에 비정규직들이 있다. 그간 비정규직의 처우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되어 왔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었고, 너희만 힘들지 않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 우리 자식만 아니면, 혹은 그러니까 더 열심히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인식 속에서 개선하고 극복해야할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소 대상화된 문제로 후순위에 놓여있었던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문제가 그렇게 남의 일이냐고 묻고 싶다. 공항, 학교, 구청, 어린이집 등등 곳곳에 우리의 아버지, 친구, 동생 그리고 나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이제 과거에는 직장 중에 하나 기관 중에 하나였던 곳들이 ‘신의 직장’이란 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삶이 팍팍해졌고 예전보다 일이 훨씬 더 고되졌다. 실질임금은 떨어져가고 임금과 복지가 올라갈 가능성도 없는 고용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 기꺼이 그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비정규직은 다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하며 회사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사라진다. 조선업의 현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문제에서 쟁점이 되는 건 뭘까? 보통은 비용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든 사람을 정규직으로 하면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할 수 있냐고 항변한다. 이번 지면에서는 비용이 아니라 조금 다른 시각을 전하고 싶다.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외에도 ‘자격’의 문제도 존재하는 듯하다.

최근에 서울교통공사의 노조와 한국공항공사의 노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홍보물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연대하자고 손을 내밀던 모습은 모두 거짓말이었을까. 노동자라고 ‘모두 같은 노동자가 아니었을까’라고 말이다. 우리는 한국공항공사와 서울교통공사 모두 고용의 안정성이 높고 많은 연봉을 받는 기관이라고 알고 있다. 이 기관들에 정규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입사하기 위해서 대학 도서관에서 신림동에서 노량진에서 몇 년을 고생해가며 공부해서 합격한 사람들이다. 우리도 그 노력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런데 그 노력의 결과가 그 문을 통과한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차별하는데 기준으로 사용된다면 그 쏟아부었던 노력들이 온당한 노력이었냐고 묻고 싶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식적으로 신분제 사회가 아니지만 결국 신분제 사회로 가고 있다. 입사시험을 통과했다는 것이 업무에 대한 능력을 보장한다고 말 할 수 있는가? 반대로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고 해서 업무에 관한 능력이 낮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입사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정규직이 되는 체계는 기존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시험이라는 제도를 활용했을 뿐이지 그 자체가 공정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업무를 보는데 임금과 복지에 차별이 있는 사회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고 해서 취업일선에 있는 청년들이 맘 편하게 비정규직으로만 몰려 들겠는가? 필자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입사기수 몇 기, 누구 동기, 공채 몇 기 이런 식으로 해서 우리 사회는 발전했고 공정했다고 생각하시는지. 비정규직에게 특혜를 주자는 말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작업을 서서히 시행하자는 것이다. 흔히들 임금만 빼고 모두 오른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 현실인 사람들이 있다. 파견업체를 바꾸면 몇 년 전 임금을 주면서 같은 일을 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필자는 살면서 ‘너는 비정규직이니 가짜야’라는 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살아왔다. 우린 모두 죽는다. 세상에 인생이 정규직인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린 모두 비정규직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한다.

인구감소에 대한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이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인구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합계출산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한다. 아이를 적게 낳으니 당연히 인구가 줄 수 밖에...... 그러나 더 중요한 지점은 현재 인구감소의 문제는결혼을 한 사람들이 아이를 적게 낳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결혼 자체를 적게 해서 태어나는 신생아수가 줄어드는 현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년에 30만 쌍의 커플이 결혼하다가 이제 20만 대로 줄어든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비혼/독신 등의 단어를 언급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회에 입문하는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면 결혼을 꿈꿀 수 있는 상황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사이 양질의 일자리를 줄어들었고, 집값은 계속 올랐으며 사회적 지위와 지역에서 비교적 부유한 부모들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강원랜드 입사청탁비리사건’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자식들을 취직시켰다.

자신이 통과한 입사시험만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그 출발선에 있는 입시를 위해서 지금껏 우리가 그래온 모습처럼 사교육에 집안의 명운을 거는 삶을 계속 이어나가야한다. 그럼 거기에서 나올 비정규직이 된 아이들은 또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게 맞는지 한번쯤 다 같이 고민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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