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이 세상에 던진 마지막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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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이 세상에 던진 마지막 메시지
  • 박인규
  • 승인 2018.07.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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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KBS

세상이 즐겁고 행복한 일로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웬 어린아이 같은 감상인가! 이러한 감상은 이 세상을 자아와 잇닿은 곳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생겨나고 그 세상속의 일원으로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을 때 시작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환경이 나에게 이러 저러한 요구를 가하고 주변이 나를 이러저러한 모습으로 살도록 규정해 들어올 때 결국 내가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이 괴리되어 나타나면서 세상일이 결국 즐겁지 않게 되고 고민이 시작된다.

한 정치인이 허망하게 스러져갔다. 진보정치의 거목 노회찬 의원. 척박한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서 평생을 바쳐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늘 당당하게 주장하고 부당한 권력앞에 주저하지 않았던 올곧은 정치인이 평생 짊어져온 무거운 삶의 짐을 허망하게 아니 무겁게 내려놓았다. 그가 추구해온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차곡차곡 현실에서 쌓여가고 꿈꾸어온 진보정치가 한층 영글어 가는 이때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그의 정치역정과 삶의 모습이 다시 우리 정치현실에 물음을 던진다. 죽음을 앞둔 글에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고 주위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 자체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다.

불꽃같이 살아온 인생을 수놓은 수많은 좌절과 고통, 그 뒤에 찾아온 훌륭한 업적과 성취, 그리고 늘 멈추지 않고 평생 꿈꾸어온 진보정치가 이제 질적인 도약을 앞둔 시점에서 그에게 찾아온 시련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다시 거울 앞에 서게 했으리라. 그리고 살아온 역정을 돌아보게 했으리라. 그가 쌓아온 온갖 업적과 그에 따르는 명성이 아무리 크고 높더라도 그 속에 끼어있는 허물 하나가 본인에게는 그 어떤 명예와 영광과도 결코 바꿀 수 없는 부끄러움이었으리라. 공인으로서의 역할과 지위가 남달랐던 만큼 그가 져야할 책임도 그에 못지 않게 컸지만 그가 짊어져온 시민들에 대한 책임은 차고 넘치도록 다 했고 그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목숨과 바꿀 정도로 그 허물이 크지도 않다. 그런데 그 작은 허물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노회찬이다.

혹자는 그 어떤 훌륭한 정치인도 비켜가기 쉽지 않은 돈의 유혹과 우리나라의 고비용 정치현실을 지적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래서 정치자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를 근절하기 위한 온갖 대안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완치약은 없다. 그렇다고 이러한 노력이 부질없는 일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정치가 많이 깨끗해져 온 것도 사실이다. 이는 시민들의 정치의식 향상과 지속적인 제도 개혁이 낳은 결과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죽음을 바라보며 불법부당한 정치자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제아무리 촘촘하게 그물망을 쳐 놓아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문제의 출발도 그 해법도 정치인 자신에게 다시 돌아가게 된다. 깨끗한 사람은 정치하면 안되고, 정치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는 속설을 믿고 싶지도 않고 믿을 이유도 없다. 비록 크든 작든 현실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하더라도 노회찬 의원의 죽음 앞에서 이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노회찬 의원이 섰던 그 거울 앞에 모든 사람들이 서보아야 한다. 평소 그를 아끼고 사랑하고 존경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반대편에서 누구보다도 심하게 비판하고 대립했던 정치인들도 그가 세상에 던졌던 메시지를 스스로에게도 던져 보아야 한다. 그래서 작은 허물이라도 찾아내면 정말 처절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나서 다시 그 자리에 서야 한다. 이것이 온갖 특혜와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있는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한 정치인이 고귀한 생명을 던져서 외치는 고결한 주문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즐겁고 행복한 일로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을 앞둔 한 정치인이 결코 현실에서는 실현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좌절을 스스로에게서 가장 강렬하게 발견했을 그 순간에도 또다시 꿈꿔보았을 그 세상을 편안한 마음으로 저 세상에서 누리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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