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총회는 인천과 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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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총회는 인천과 무관했다
  • 박병상
  • 승인 2018.10.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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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2007년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는 공동 수상자로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선정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한 앨 고어는 세계를 다니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기를 줄기차게 강연했고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988년 UN이 설립한 IPCC는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는 단체로 각국 정부의 고위관료와 저명한 기후학자들이 회원으로 망라돼 있다.
 

가을이면 세계가 주목하는 노벨상을 제안한 스웨덴 국적의 알프레드 노벨은 평화상만큼 노르웨이에서 선정하길 희망했다. 국경을 길게 공유하며 역사적으로 잦은 마찰을 겪은 국가에 대한 배려였는데, 노벨평화상은 몇 차례 선정 실수를 해왔다. 결코 평화스럽지 않은 사람을 선정해 힐난을 받았던 거다.

   앨 고어에게 노벨평화상은 실수라기보다 과분했다고 비평가는 평가한다. 청중과 독자에게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설득력 있게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그가 제안한 대안이 고작 LED조명이라는데 실소를 자아냈기 때문이 아니다. 석유회사 주식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미국 평균 20배가 넘는 전기를 사용하면서 맥도날드 빅맥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무모함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쇠고기 패티 두 장이 들어가는 햄버거, 그런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는 몰랐다는 겐가?

   많은 비평가들은 앨 고어 수상에 실소를 금하지 못했지만, IPCC 수상 소식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급박한 기후변화를 억제하가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한 단체였기 때문이다. 그 단체가 지난 10월 1일부터 송도컨벤시아에서 제48회 총회를 개막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섭씨 1도 상승한 지구의 기온을 2100년까지 2.0도 상승 이내로 낮추자는 게 이제까지 IPCC의 제안이었다. 이번 총회는 상승폭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자고 모였다. 이를 위해 총회 기간을 하루 연장하면서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지난 6일 1.5도 이내로 상승을 멈추게 노력하자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허하다. IPCC의 합의가 각국의 정책결정 변화에 큰 영향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IPCC 총회에서 참고한 6000편의 과학연구는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해야만 한다고 요구한다.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낮추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 2018년 현재 기준이 아니다. 2010년 기준으로 45% 감축을 달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050년에는 아예 배출이 없어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리는 석유와 석탄이 제공하는 안락한 삶을 대부분 포기해야 할 텐데, 그럴 용의가 있는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최고급 신형 승용차 광고의 메카가 된 송도신도시는 갯벌을 매립한 곳이다. 그 공간에 으리으리하게 솟은 초고층빌딩들은 막대한 전기와 화석연료의 소비가 없으면 잠시도 건재할 수 없다. 그 복판에 최근 더욱 호화스럽게 증축한 송도컨벤시아에서 IPCC 총회가 개최되었다. 회의 현장에 초대받지 않았지만 숱한 경험으로 볼 때 회의에 참석한 회원들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와 주최 측이 제공한 고급 요리를 즐겼을 텐데, 그 때문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따지지 않기로 한다.

 

IPCC 총회 참석자들은 휘황찬란한 송도신도시가 갯벌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갯벌이야 말로 지구온난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자연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까? 누군가 그런 사실을 사전에 귀띔했을까? 그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송도신도시, 그것도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할 총회를 IPCC는 승인했을까? 승인했다면 IPCC 총회는 스스로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훼손하는 게 아닐까? 해안의 드넓은 평지이고 주변에 일부 갯벌이 남아 있다. 눈썰미가 있다면 송도신도시는 갯벌매립의 현장이라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건만, IPCC 총회는 그 곳에서 개최되었다.

 

문제는 인천이다. 정확한 규모를 알지 못하지만, 모르긴 해도 인천시는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했을 텐데, 인천시민 대부분은 IPCC 총회가 인천에서 개최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인천을 연고로 한 대부분의 언론마저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당연히 인천시민 대부분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낮춰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 인천시는 인천시 소재 환경단체의 활동을 지원하지 않았다. 관심이 높은 국제회의의 위상은 함께 참여하는 시민단체의 열기로 평가된다. 하지만 인천시는 시민의 세금을 시민단체에 할애하는데 인색했다. 그러므로 시민들은 이번 IPCC 총회의 합의에 관심을 기울일 기회조차 없었다.

   기후학자들이 기온 상승을 1.5도로 낮춰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절박하다. 후손의 생존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기구의 평균 기온이 2.0도 상승한다면 그 상승효과는 기온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과학적 연구가 명백한데, 우리는 절박함이 없다. 대한민국도 인천시도 없다. 그러니 인천시민도 없다. IPCC 총회의 만장일치 의결이 각국 정부는 물론, 총회 유치를 자랑한 인천시의 정책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니 참담하다. 차라리 인천시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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