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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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 최일화
  • 승인 2019.01.1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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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단] 최일화 / 시인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난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감상>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마다 새해가 오면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품곤 합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단체는 단체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호만 요란한 목표와 계획은 결국엔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차질 없이 목표를 실천해 나갈 때만 보람은 창출되고 발전은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꿈:박재만지난해 우리는 격동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국제정치무대에 전면 등장했고 남북미 삼각관계가 국제사회의 큰 이슈로 떠올랐지만 아직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금년 한 해도 북핵을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되고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큽니다. 우리 민족으로서도 남북공동번영과 통일의 기반을 닦는 민족의 숙원을 확고하게 할 것인지, 예상 밖의 상황으로 전개되어 모든 기대가 수포로 돌아갈지 엄중한 기로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할 때 우리는 내부 갈등의 요인을 해소하여 일체감을 가지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하여 일관된 방향으로 협력해 나아가야 합니다. 또 개인으로서도 선진국 시민답게 질서를 지키고 관용과 이해와 화합의 한 마음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시인은 따스하게 새해를 맞이하자고 합니다. 험난하고 각박해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합니다. 좀 더 착하고 슬기로워야 한다고 합니다.

지난 연말에 한 일간지에서 “2018년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면서 현대사에 굵은 족적을 남겼던 인사들, 너무 낯익어 우리 곁에 언제나 머물 것으로만 여겼던 많은 인사들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다시 그 이름을 불러 봅니다. 국악인 황병기, 달에 다녀온 우주비행사 존 영, 인천시장을 지낸 최기선, 과학자 스티븐 호킹, 배우 최은희, LG그룹 회장 구본무, 전 국무총리 김종필, 소설가 최인훈, 전 UN 사무총장 코피아난, 가수 최희준, 상원의원 존 매케인, 레슬러 이왕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배우 신성일, 미국의 전 대통령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음악인 전태관……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오늘 우리 곁을 떠나는 분들을 안타깝게 보내지만 내일엔 또 우리의 차례가 옵니다. 항상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죽음을 위하여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아름답게 세상을 사는 일은 공감하는 일이고 배려하는 삶이어야 하고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동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똘레랑스(Tolerance), 관용의 마음을 견지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 우리 모두 힘차게 출발하는 기해년 새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사진: 동양화가 박재만의 '꿈'
 
김종길(1926~2017) 시인. 영문학자. 시집『솔개』『해거름 이삭줍기』『해가 많이 짧아졌다』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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