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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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철학
  • 장현정
  • 승인 2019.01.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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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sky캐슬‘을 보며, 청소년기에 대하여 -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최근 'sky캐슬‘을 보게 되었다. 1-2회를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빠져들었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최근 뉴스에서 봤던 각종 입시관련 문제들을 상기하며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 청소년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 드라마가 그려내는 부모들은 우리들의 모습이다. 무관심한 부모, 권위적인 부모, 결과에만 목숨 거는 부모, 갈팡질팡 하는 부모, 끌려다니는 부모... 자신들의 열등감 때문에 세상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갖게 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편협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모습을 보노라면 부모의 균형 잡힌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잠든 금요일 밤11시에 방송하는 이 드라마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바로 부모들에게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학창시절에 학습이나 공부, 성적은 꽤 중요한 요인이다.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생활 전반, 진로에 영향을 준다.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공부를 잘 하면 좋고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좋고 더 지원해주고 싶다. 하지만 공부가 ‘제일’ 중요한가 묻는다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담실에서는 어린 아이부터 큰 아이들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다양한 어려움들을 다루게 된다. 사람이 살면서 위기나 좌절은 언제든 다가올 수 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부모들이 예상하지 못한, 예상할 수 없는 수많은 상황들 또한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그래도 유아기에는 부모의 힘이 절대적이라 부모님이 노력하면 빠르게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아이들도 상담으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아동기에 부모와 아이들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 부모 이외에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많아지고 친구관계 또한 중요해진다. 그래도 아동기까지는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듣는다. 야단도 칠 수 있고 혼도 낼 수 있다.
 
그런데 청소년기가 되면 아이들이 정말로 말을 듣지 않는다. 청소년기 친구관계 또한 부모의 개입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때때로 부모를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집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전혀 다르기도 하다. SNS, 게임 등 온라인 환경 또한 부모의 사각지대라서 이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개인정보나 저작권 관련 문제, 성문제, 사이버 따돌림 등의 사건사고도 많다.
 
때문에 청소년기에 어려움이 발생해서 방문하는 부모님들은 도와주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무력감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 아이를 돕는 방법을 모르겠고 마땅한 방법이 없거나, 아이가 부모의 의도에 저항하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아이와 부모와 어긋난 관계를 되돌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청소년기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부모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이다. 때문에 청소년기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마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은 모든 상담자들에게도 중요한 과제이다.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들은 상담자나 선생님, 어른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관계를 맺기가 매우 어렵다. 상담의 진행이 더디거나 애초에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겪을 수 있는 ‘진짜 위기’는 청소년기가 시작이다. 나는 상담자로서 때때로 그렇게 느낀다. 이후 아이들은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한다.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이가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튼튼한 마음으로, 건강한 몸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스스로의 어려움에 잘 대처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지 않겠는가? 때문에 성적이나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미경 강사님의 인상적인 말이 기억난다.
‘아이는 엄마의 정보력으로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굳건한 철학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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