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우체국에 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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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우체국에 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들
  • 윤현위
  • 승인 2019.06.0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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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인천우체국 옛 모습 - 출처: 인천광역시 공식 블로그>


필자는 얼마전 경인일보에서 인천우체국(공식명칭은 인천중동우체국이나 편의상 인천우체국으로 부르기로 하겠음)이 이전한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인천우체국건물에서는 2019년 5월 24일까지만 우편업무를 보고 5월 27일부터는 정석빌딩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이제 인천우체국은 현존하는 우체국이 아닌 과거의 우체국으로 남게 된다. 인천우체국 옆에는 의류 매장주차장이 있는데 필자는 그 매장을 이용하면서 항상 의아했다. 인천과 중구에서는 개항장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이 건물은 정작 칠이 벗겨져도 보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작년 재작년의 일이었는데 어쩌면 처음부터 건물을 보수할 의지가 없었나 보다.

경인지방우정청에서는 이 건물의 활용을 위해서 인천시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체국 홈페이지에 가보면 인천우체국에 대해서 친절한 안내문들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이라고 떠들지만 실상 말뿐이다. 대접은 푸대접이다. 1924년에 만들어진 이 건물이 제때 보수를 하지 않아 이런 안전등급 D가 나오게 놔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는 커다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이 건물을 사용하던 주체가 공간이 협소하고 일상업무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우리나라 우편에 관련된 우편 역사관이나 박물관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될 일이 아니었을까? 그래야 더 의의가 있지 않을까?

돈이 문제라면 인천시에서 매칭펀드로 가도 되고 우체국 입장에서 그 돈이 아까우면 다음에 클러우드 펀딩을 걸어서 시민들이 모금하면 된다. 이제 인천시민들의 역량이 그정도는 된다. 인천우체국의 역사는 인천만의 역사인가라고 묻고 싶다.

필자에게 이번 일은 우체국 입장에서 우리는 ‘이제 이 건물을 사용할 만큼 사용했고 이제 매각해도 아쉽지 않다’라는 속내가 읽힌다. 그렇지 않으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건물은 1924년에 세워진 역사가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장에 우편과 통신이 보급되던 당시의 상황을 품고 있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이 갖고 있는 진정한 가치는 사실 역사성이 아니다. 이 건물은 개항장 일대에서 거의 유일하게 박제되지 않은, 원래 기능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온 건물이라는데 있다. 다른 건물들은 해체되거나 용도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인천우체국은 그 기능을 잃지 않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우편업무를 해왔다. 단절된 역사가 아닌 역사를 이어오고 만들어오는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인천우체국 건물은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우정·우편사에서 아주 중요한 한 장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8호로 지정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는 모두 말뿐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내세워 도시재생을 지향한다거나, 과거가 살아 숨쉬는 미래 도시의 심장이란 말들은 모두 번지르한 말뿐이었다. 우체국 입장에서는 인천 원도심의 역사성은 자신들의 셈법에는 비중 있는 변수가 아니었고 인천이나 중구청 입장에서는 인천우체국은 자신들에게 관리 책임이 있는 건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현역으로 뛰고 있는 건물의 가치는 이러한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그렇게 은퇴하게 되었다. 건물이 오래되었어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가꾸어왔다면 석조건물이 닳아 없어지진 않을 텐데 그냥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인천우체국 최근 모습 - 출처: 인사이트 인천(http://www.insightincheon.com)>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일제강점기의 건물들을 활용해서 원도심 활성화를 시도하는 지자체들이 차고 넘친다. 그중에서 건축물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건축물을 본적이 있냐고 묻고 싶다. 있어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공무원 조직은 우선 자신들의 조직을 위해서 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우체국, 인천, 중구청이 모두 자신들의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저리 둔 게 아닐까 싶다. 보수비용을 시민들이 내는 조건으로 시민들에게 우체국을 돌려주는 건 어떨까 싶다.

이제는 이런 글쓰기도 지치고 힘들다. 이젠 더 잃을 건물도 없다. 우리는 지금도 입에 역사와 문화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살지만 필요하면 그때 그때 소중한 흔적들을 처리하면서 산다. 다음 칼럼에는 앞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인천우체국 근처의 올림포스호텔에 대해서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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