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일이요? 배고픈 늑대가 되지 않으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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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일이요? 배고픈 늑대가 되지 않으면 안 돼요.”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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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시민단체 릴레이 인터뷰-②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인천in]이 새롭게 기획연재 코너를 마련했다. 인천의 시민단체를 찾아 현재의 활동과 고민, 향후 계획 등을 나누는 일이다. 튼튼하고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비전을 듣는 시간. ‘건강한노동세상’에 이어 그 두 번째로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을 만났다.

 

# 올해 보건연대가 참여해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민생예산삭감반대비상대책위원회(이하 민생비대위)’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해야겠다. 어떻게 만들어진 단체인가. 또 어떤 일을 했나.

전국에선 없는 모델이다. 2009년 의사협회 같은 직능단체와 시민단체, 제도권단체가 모여 종사자의처우개선을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5년 동안 해왔는데 그 힘이 있었기 때문에 민생비대위에 2천여명이 참여할 수 있었다. 집회를 하면 1천명이상 나오는 원동력이 돼줬다.

인천시의 민생예산삭감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만들었다. 임금이나 복지 등 종사자들의 처우개선 등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 노력 덕분에 민생예산이 의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투쟁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현장과 교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천 복지계에서 이렇게 뭉친 게 처음이었다. 1천380만원의 모금액이 걷혔는데 5천원씩 받았으니 대략 2700여명이 도운 거다. 쉽지 않은 일이다. 40일간 1인 시위를 했다. 하루 3교대로 모든 시설기관이 세 바퀴씩 돌았다. 예산이 추가 배정되지는 않았지만 삭감된 예산은 복원했고, 인천시장에게 복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명분도 있고 올해 가장 훌륭하게 잘한 일이다.

 


#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2005년에 창립했다. 탄생 배경은.

환경운동단체, 복지단체는 많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복지와 보건을 통합한 단체는 우리밖에 없다. 초창기 멤버에 치과의사, 간호사 등이 다수 속해 있었는데 이분들이 보건복지 통합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많이 했다. ‘보건복지부’도 보건 따로 복지 따로지 않나. 기왕 새 조직을 만들거면 통합조직으로 하자고 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출발했는지 설명해주면 좋겠다.

일전에 이슈가 됐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저소득층, 최저생계와 관련된 생존권, 사회안전망 문제다. 우리는 그와는 좀 다른 보편적 복지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 위험, 노령문제 등은 소득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이 아닌 국가차원에서 지켜져야 한다.

‘잘 살아보세’ 형태의 발전국가 모델에서 벗어나 더 나은 복지국가를 꿈꾸면서 중산층도 두텁게 하고 소득의 공동분배를 지향하는 것을 ‘보편적 복지운동’이라고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게 복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기본 아닌가.

# 주로 하는 일은.

복지예산 확보 운동을 많이 한다. 자치구의 복지예산 비중이 50%가 넘는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넘어오면 지방자치, 지방분권, 또 재정분권문제 등으로 2할 자치밖에 하지 못한다. 지원 비율이 4할은 돼야 한다.

우리 단체에서 2009년에 처음 인천시의 재정위기를 경고했다. 2011년에 감사원이 그 사실을 증명하면서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때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만들었는데 인천시와 복지단체 쪽 모델이 됐다.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까지 이전했다. 시민 참여의 축인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만든 게 큰 성과 중 하나다.

그밖에 중소상인을 ‘워킹푸어(일하는 빈곤층)’의 시각에서 접근,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싸움을 했다. 월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중소상인이 70%나 된다. 요즘은 민생에 자영업자를 빼놓을 수 없다.

또 보건복지 통합 관련 공공의료 강화, 보호자 없는 병실 추진, 무상예방접종 운동 등을 한다. 공공의료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지원단은 서울과 인천밖에 없는데 조례가 만들어진 건 인천뿐이다. 공공의료보험, 참여예산네트워트, 중소상인 등을 도우면서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 힘든 점이 있다면.

일이 많아서 힘들다. 상근자가 세 명뿐인데 재정여건 때문에 더 뽑을 수도 없다.

# 그 외에 힘든 점은 없나.

왜 없겠나... 배고픈 늑대로 사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영혼의 자유가 있으니... 그마저도 없으면 못한다.

# 인천 시민단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바라는 점을 전해 달라.

‘아름다운재단’은 시혜적 복지에서 시민사회까지 파장을 넓혔다. 인천에도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이를 테면 환경단체나 여성재단 측이 중앙에서 지원받아 시민단체 상근자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 시민단체가 자본과 권력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돼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위축되지 않고 활동했으면 좋겠다. 힘들수록 서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한다. 요즘에 교육예산관련 연대 투쟁을 하고 있는데 공동대응 등으로 상호간 신뢰가 높아지길 바란다.

# 민생비대위 활동을 강조하셨는데 ‘민생’은 교육, 복지, 일자리, 문화를 모두 포함하는 건가.

범위는 설정하기 나름이다. 따지고 보면 민생 아닌 게 없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백성의 생활’인데 백성은 권위적, 통치적인 단어 아닌가. 작은 정치를 민생정치라 부르기도 하고... 아무튼 민생이란 단어도 오염됐다. 시민이라고 쓰면 된다. 보통 토목과 건축을 뺀 나머지를 민생 예산, 즉 삶의 질 예산이라고 한다.
 


# 단체 운영은 어떤가.

17명의 운영위원이 있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회원수는 대외비다.

상황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할 수는 없고, 시민단체마다 해당분야에서 얼마만큼 대중성을 갖느냐에 따라 운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중전, 대리전뿐 아니라 당사자를 대리로 세우는 일을 많이 하면 회원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대외적인 일도 하되, 보육교사, 사회복지종사자와의 투쟁으로 해당분야의 권익을 옹호하다보면 조직화되고 또 회원가입과도 연결된다. ‘회원 있는 시민단체’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 내년이면 연대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계획이나 비전이 있다면.

지역복지 운동을 좀 더 풀뿌리로 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나 복지기관을 서비스 전달 기관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로 족하면 안 된다. 지역소통기관(매신저) 역할이 중요하다. 복지기관을 오픈한다든지 지역축제를 시민단체와 같이 한다든지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사실 복지를 ‘내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영유아보육료, 기초연금처럼 나와 맞닿아야 관심을 갖게 된다. 복지국가를 만들려면 시민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복지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봐야하고 이런 것이 직접적인 교류 속에서 행해져야 한다. 시민을 복지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복지기관이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클라이언트만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10년비전위원회’를 구성해서 내년에 이런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 [인천in]이나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인천in]에서 보내주는 메일링서비스는 잘 받아보고 있다. 이따금 다른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걸 다뤘거나 이건 처음 보는데? 하는 게 있으면 따로 보관해둔다. 한 달에 몇 건은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행복하시냐고, 즐거우시냐고 물었다.

“물론이다. 그런 기쁨마저 없다면 버티지 못했을 거다. 아까도 말했지만 배고픈 늑대로 사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 우리 운영위원들도 그렇고 신뢰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혼자 하라고 하면 못한다. 동료들이 있으니까 하는 거다.”

 

[기획연재] 시민단체 릴레이 인터뷰
① 건강한노동세상 김철홍 대표
②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
③ 인천환경운동연합 강숙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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