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곳에 사람이 산다”
상태바
“아직 이곳에 사람이 산다”
  • 송은숙 임시기자단
  • 승인 2015.06.29 16:18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1차 열우물프로젝트-따뜻한 타일벽화 이야기
지난 27일 토요일, 오전 9시가 넘으니 부평구 열우물로 102번길 45번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4~6월 인천희망그리기, 거미동, 거리의미술이 공동주최하는 제11차 열우물길프로젝트 ‘따뜻한 골목 타일벽화 이야기’를 위해 모인 이들이다. 수도권에서는 물론 지방에서 올라오는 이도 있다. 20~50대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다양하고 선생님, 공무원으로 직업도 다양한 이들이 벽화봉사에 참여한다.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보니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
 
                                                         
 


지나온 시간을 그리다
 
“우리 팀은 이쪽에서 내일까지 타일벽화를 계속 하고, 서울·경기 거미동 팀은 타일벽화 마치면 옆집에도 도색해 주세요.”
 
이날은 4~6월 동안 진행되는 제11차 열우물길프로젝트의 마무리 단계이다. 구체적인 작업내용을 확인하고 팀별 장소로 이동한다. 먼저 그림을 벽을 청소하고 나서 그리고, 색을 칠하고… 뜨거운 날씨에도 작업이 쉼 없이 이루어진다.
 
이번 프로젝트는 타일벽화 작업이다 보니 벽화만 그리는 것보다 과정이 많고 까다롭다. 원하는 모양의 밑그림을 그린 다음 타일을 자르고 깨고, 타일접착제를 발라 벽에 붙인 다음 백시멘트를 반죽해 떨어지지 않도록 다시 덧칠한다. 25명 남짓의 자원봉사자들의 땀으로 빛바랜 사진 같은 이 동네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광양에서 금요일 밤에 올라왔다가 토, 일요일 벽화작업을 하고 월요일 새벽에 내려가요. 타일벽화는 처음 해보는데 다들 몸은 힘들어도 재미있게 해요.”
-페가수스(거미동)
 
“처음에는 주민들에게 그림을 그려서 깨끗하고 좋아 보이면 이것 때문에 재개발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며 핀잔도 많이 받았어요.”
-니나노(36·거미의미술)
 
“5년째 참여했는데,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워요. 주민들이 음료수도 사주고 챙겨 주시니까 이제는 어르신들 만나도 불편하지 않고,”
우지(27·인천희망그리기)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처음 참여했는데, 다음에 또 하고 싶어요.”
-피카소(거미동, 열우물길프로젝트 첫 참여)
 


팀별로 장소를 정해 벽화작업을 하는 동안 오가는 어르신들의 시선이 벽화에 멈춘다.
 
“아유~ 예쁘다. 나무네 나무!”
“왜 우리 집은 안 그려줘?”




언제였을까, 언제일까
 
빈집이 늘어가는 이곳에 사람들이 북적였던 것은 언제였을까. 다시 활기를 되찾을 날은 언제일까. 30~40년 된 빈집이 늘어나니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화재, 범죄 위험도 있다. 실제로 장마철이 되면 붕괴 위험이 높아 몇 차례의 주택붕괴 사고도 잇따랐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사업을 촉구하며 지난해 이곳에서 생활을 했고 주민대책위도 항의방문을 해왔지만 아직 이곳의 시계는 멈춰 있다.
 




당초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기간은 2006~2014년이다. 십정1동 216번지 일원에 공동주택 37개동 3048세대를 건축하는 것으로 2009년 11월 6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후 사업시행자인 LH에서 사업규모가 크고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며 계속 추진이 미뤄지고 있다. ‘얼마를 견딜 수 있을까’, ‘얼마를 더 견뎌야 할까? 싶은 게 주민들의 마음이다.
 
열우물 초입 구시장 자리에 있는 남도방앗간 주인어르신(67)의 말이다.
 
“이 동네 이야기를 해달라고? 저 언덕길 내려와서 시장 보던 데니까 동네 사람들이 다 모였지. 내가 스물 셋에 시집 와서 충청도에 이사 갔다가 여기로 왔으니까, 아이들 초등학교 때지. 처음에는 고춧가루만 빻다가 기계 들여서 떡도 하고… 여기서 40년 가까이 살았네. 재개발을 안 한다 했으면 집을 고쳐서들 살았을 텐데, 한다한다 해놓고 이렇게 방치만 해놓으니까 문제지.”



 
2002년에 처음 시작된 열우물길프로젝트도 이 동네의 형편에 따라 재개발 논의가 이루어지는 해에는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다시 지지부진한 해에는 프로젝트 진행하기를 반복했다. 1995년에 이사 와 이 동네에 작업실을 두고 열우물길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이진우 공공미술가(거리의미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이 일을 하느냐고들 물어요. 굳이 말하자면 두 가지네요. 첫째, 아직 이곳에 사람이 산다! 둘째, 우리 동네다!”
 
시계가 멈춘 이곳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 <가면>에서도 여주인공 부모가 하는 작은 식당이 있는 동네로 나온다. 이 오래된 동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밝은 색감의 벽화가 어우러지는 이 동네 풍경을 카메라로 담기 위해 오는 이들도 많다. 아직 이곳에 사람이 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진우 2015-07-03 22:14:30
열우물길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왕거미진우입니다.
좋은 소식을 기사로 올려주신 송은숙기자님과 실어주신 인천인닷컴에 감사드립니다.올해의 열우물길프로젝트는 다음카페 인천희망그리기와 서울경기거미동이 기꺼이 참여한 덕분으로 잘마쳤습니다. 모든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석이 2015-07-03 20:19:06
인천의 동피랑을 만드시는 멋진 분들의 노고에
넘숙연해지네요!^^

이태성 2015-07-03 13:13:30
동네가 바꾸는 모습 좋아요

장은숙 2015-07-03 12:36:01
세상에서 젤 멋쥔 사람들
세상에서 젤 멋쥔 그림들

그대들땜에 행복합니다~♥

열우물주민 2015-06-30 22:17:54
기사의 내용이라면 정말 멋진일이겠지요
그런데 이동네는 벽화도 좋고 그런데 빨리 재개발을 한다던가 하지 않는다던가
가타부타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