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의 별 밤을 고대하던 아이들,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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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의 별 밤을 고대하던 아이들, 엄마들
  • 문미정
  • 승인 2024.06.18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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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분교 꼬마 어벤져스의 마지막 일년]
(1) 달을 관찰하던 밤
2024년 6월 현재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 전체 학생 수는 유치원까지 포함하여 총 8명입니다. 내년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장봉도를 떠나게 됩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올해가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그 의미 있는 마지막 1년을 위해 장봉도에 사는 아이들과 젊은 엄마들이 이런 저런 모임을 만들고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섬 동네 아이들과 엄마들의 이야기를 지인 엄마의 글을 통해 인천in 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장봉의 여름 밤 하늘
장봉의 여름 밤 하늘(사진은 윤후, 지후, 윤지 엄마 홍미혜 촬영)

 

장봉을 지키는 꼬마 어벤져스의 첫 번째 이야기로 무엇을 삼을까 고민하다가 학교로부터 시작된 인연이니 학교에서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별보기 특별 강사로 애써주신 2023년 삼목초교 장봉분교 무궁화반 배상준 선생님의 이야기다.

2023년에 장봉분교에서 과학활동으로 천체 관측을 했는데 비바람이 몰아쳐서 영상으로 대체했던 기억이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남아 있다. 엄마들 사이에서 배상준 선생님은 배상운(雲) 선생님으로 통한다. 2023년에 제대로 된 천체 관측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시려 했는지 학교에서 2024년에 특별강사로 모셔주셨다.  5월 30일에 오신다는 것이다. 엄마들과 아이들 모두가 신이 났다. 별을 보는 것도 신이 났겠지만 작년에 담뿍 정이 든 선생님을 다시 만난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과 엄마들은 들떴다.

 

천관회 실내 수업1
천관회 실내 수업1
천관회 실내수업2
천관회 실내수업2(사진-홍지혜)

 

윤후, 지후, 윤지 네는 오랜만에 아이들이 다 모인다며 집에서 삼겹살 파티로 오프닝 행사를 준비해 주었다. 지인, 지유 네는 산양유를 가져왔다. 예은이네는 밭을 통채로 내주었다. 직접 키운 상추, 치커리, 쑥갓 등 채소를 아이들이 손수 따고 씻는 과정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할머니 찬스를 내주었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구름을 몰고 오신 배상준 선생님은 별을 볼 수 없어 첫날 수업에서 이론수업만 진행하시고, 아이들과 미니블럭 만들기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 하셨다. 그래도 이번에는 1차, 2차 두 번의 강의를 준비하셨기에 첫날 천관회를 날씨로 망쳤어도 아이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오랜만에 다시 오신 선생님을 보러, 별을 보러 학교에 모두 모인 그런 날이었다. 그날은 그날은 ‘망친날’이 아니라 ‘뭉친날’이었다. 학교 선생님들도 수업을 마친 후 생맥주집으로 뭉치러 가는 발걸음이 보기 좋았다.

 

천관회를 시작하기 전
천관회를 시작하기 전(사진-홍지혜)

 

그렇게 두 번째 강의 날이 왔다. 연이은 해안의 안개로 백령도에서도 계속 배가 안뜬다고 했던 그 주간이다. 필자는 전날부터 엄마들 단체카톡과 선생님께 '우리 별 못본다, 날짜를 바꿔야한다'고 성화였다. 아니나 다를까 배 선생님의 등장으로 안개도 다시 스물스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첫날보다는 날씨 상황은 좋았다. 그나마 달은 볼 수 있었던 여름 밤 하늘... ...

 

달 관측 모습
달 관측 모습
달 관측 중
달 관측 중(사진-홍지혜)

 

하늘을 보는 아이들
하늘을 보는 아이들

 

별을 보고 싶어했던 아이들은 별은 보지 못했지만 달은 실컷 봤다. 그날따라 초승달이 어찌나 이쁘던지...

어린 아이들이 하늘을 본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일이 아닌가!

도시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하늘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흔하지 않은 일인지....

차 조심하느라 길만 보고, 재미를 찾느라 핸드폰만 보고, 어쩌다 쳐다본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고, 가로등 불빛에 가려 흐려진 별빛과 달빛에 실망하기 일쑤라는 것을 말이다. 아이들에게 하늘의 원래 모습을 찾아주고자 자리를 마련하여준 학교측과 바닷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주신 배상준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이들이 별을 노래하게 해주신 것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주신 것에 감사하다. 각 학년에 한 명 또는 두 명 밖에 없는 이 장봉분교에서 아이들이 함께 서고 함께 놀지 못하면 너무나 외로운 곳이 바로 이 장봉이라는 섬이다. 마지막 남은 일년이 보다 알차고 의미 있을 수 있도록 엄마들은 자주 뭉치고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아이들도 함께...

 

천관회를 마친 후...
천관회를 마친 후...(사진-홍지혜)

 

배상준 선생님께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두 해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늘을 본 소감을 요청드렸다아래에 그 원문을 그대로 함께 전한다. 선생님의 별헤는 밤에는 늘 장봉이 함께 하기를....

 

< 장봉 천관회 소감 >

초등교사 배상준 -

2023년도, 학교 과학 행사를 준비하면서 섬에 과학 강사를 부르는 것이 힘들었다. 충분하지 않은 예산으로 배타고 들어오실 강사님을 찾기가 어려웠던 탓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도시학교에서 하지 못할, 장봉에서만 할 수 있는 행사가 무엇이 있을까? 강사가 없다면 내가 강사가 되어 과학 행사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 빛 공해가 없던 장봉에서 잘보이던 별이 떠올랐다. 대학시절 과학교육을 전공하며, 천체관측회를 진행하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래서 과학행사로 잡혀있던 예산으로 천체망원경을 샀다. 야심차게 강의를 준비하고 혼자 리허설을 해보며 또렷이 보이던 별과 달에 아이들이 신기해할 모습에 설레었다. 그러나 당일, 예상보다 많은 구름에 별도 달도 모습을 감추었고, 아이들도 나도 천체 관측을 하지 못해 아쉬웠었다. 그런 아쉬움을 남긴채 2024년에는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게 되어 더 이상 장봉에서 관측회를 못하게 된 듯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이러한 나의 아쉬움을 알고 계시던 장봉분교 권 부장님께서 올해 장봉 과학 행사로 한 번 더 천체 관측을 해보겠냐며 연락을 주셨다. 부름에 답하며 전년도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날짜도 2일로 나누어 이번에는 기필코 별을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관측회를 준비하였다.

이번에도 구름을 몰고 다니는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첫 번째 날에는 별도 달도 보이지 않아서 왜 이리 장봉의 하늘은 나에게 무심하실까 생각했다. 다행히 두 번째 날은 전 날보다 맑아서 기대했으나, 저녁에 안개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날씨였다. 그래도 학생들의 망원경에 대한 흥미와 열정 덕분인지, 달은 관측이 가능한 정도여서 달만 관측하기로 하였다. 망원경의 접안렌즈 가득 보이던 달의 모습에, 아이들은 신기하다며 몇 번씩 렌즈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요리조리 초점을 맞추기도 하였다.

처음으로 수업이 아닌 강의로 준비하여서 시도한 천체관측회다보니 미숙한 점도 많았을텐데 끝까지 집중하며 흥미롭게 듣던 학생들에게도, 세 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얼굴을 보여준 달에게도, 믿고 자리를 마련해준 장봉분교 선생님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2년 간의 배움과 실습으로 아이들이 조금 더 하늘을 바라보고 우주를 바라보며, 다양한 천체에 관심을 갖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장봉의 별헤는 밤을 그려본다.

 

그날, 그 어느 날 보다 예뻤던 달...
그날, 그 어느 날 보다 예뻤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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