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철길, 전설의 만석동 주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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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철길, 전설의 만석동 주꾸미
  • 유영필
  • 승인 2024.06.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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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15) 만수동 '우순임 원조 할머니 주꾸미'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자 주꾸미가 생각났다.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한겨울에는 새조개를 먹으러 충청남도에 있는 남당항에 가서는 사이드 메뉴로 주꾸미 샤브샤브를 먹고는 했다.

겨울에 먹는 주꾸미 샤브샤브는 필자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차가운 바닷물에서 잡혀 올라온 주꾸미는 그 살의 단단함이 대단해서, 씹을 때 쫄깃함을 맘껏 즐기게 된다.

봄이 되면 충남 장고항에 가서는 실치회와 주꾸미 샤브샤브를 먹고는 했다.

내 느낌으로는 봄에 먹는 주꾸미는 겨울철과 비교해 단단함은 덜하나 탱글탱글한 느낌은 더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약간 부드러워진 느낌과 단맛이 느껴졌었다.

오징어, 문어, 주꾸미 중에서 주꾸미가 타우린 함량이 제일 높다고 알고 있는 필자는 나른한 봄이 되면 피로회복 한다는 명목하에 주꾸미를 먹고는 했다.

 

 

친구에게 인천에서는 어디가 유명한 집인지 추천을 부탁했더니 이곳 만석동 우순임 원조 할머니 주꾸미를 알려주었다.

역사도 오래된 곳이고 지금은 할머니가 아닌 며느리가 이어받아 운영한다고 알려 주었다.

그리고 이 집은 주꾸미 볶음이 주메뉴라고 일러주었다. 주로 생물 주꾸미를 샤브샤브로 먹는 것을 즐겼던 필자는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다.

혹시 너무 맵지는 않을까? 주꾸미의 상태는 괜찮은 걸까? 등등 걱정이 생겼다. 그래도 60년 전통의 집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기는 했다.

세 명의 친구들과 약속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인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과거에는 상당히 거리가 어수선했던 곳으로 기억이 났으나 지금의 모습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운 추억의 철길
그리운 추억의 철길, 만석고가 위에서

 

육교 위를 걸어서 올라가 보니 철길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 손 잡고 기차 타고 서울을 가고 중학교 시절에는 전철 타고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났다. 학교 갈 때는 혼자 갔으나 하굣길에는 친구들과 뭉쳐서 동암역까지 와서 전철을 타고 집에 오던 추억이 아른거렸다.

나의 중학교 시절의 동암역 주변의 모습은 논밭이었기에 친구들과 개구리를 잡으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희생당한 개구리에게 사과합니다. ㅎㅎ) 지금은 온갖 건물로 뒤덮혀 있는 모습에서 과거의 모습은 찾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쩌다 근처를 지나게 되면 그 시절 친구들과 놀던 추억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잠시 후 세 명의 친구들이 다 모였다. 자리에 앉은 우리들은 이 집의 주메뉴인 주꾸미 볶음을 주문했다.

밑반찬으로 나박김치와 깍두기, 시금치 무침, 콩나물 등이 나왔다. 오랜만에 맛보는 나박김치가 나에게는 시원한 청량감을 주었다.

 

미나리 듬뿍 주꾸미 볶음
완성된 주꾸미 볶음

 

잠시 후 미나리가 얹어진 주꾸미 볶음이 나왔다.

고추장 양념에 양파와 미나리가 섞여 매콤 달달한 맛과 주꾸미의 쫄깃함이 나의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즐겁게 노는 느낌이었다.

샤브샤브가 나에게 신선함과 깔끔한 뒷맛을 선사했다면, 볶음은 세월의 흐름과 아주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떤 사람은 과거와 비교해 맛이 조금은 변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 말에 이견(異見)을 말해보고자 한다.

물론 한결같이 계속 그 맛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맛은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맛을 느끼게 해 주는 변신이라면 필자는 찬성한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고 하는데 6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번도 안 변하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람의 입맛도 세대마다 다를 거란 생각이 든다.

더구나 필자같이 처음 와본 사람의 경우는 과거의 맛을 모르기 때문에 현재의 맛이 좋으면 그 자체로 만족이다.

굳이 옛날하고 맛이 다르다는 말에 이상한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달라졌는지 아니면 본인 입맛이 세월의 흘러감에 변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내 앞에 있는 음식에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맛이라는 것은 철저히 주관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밑반찬과 소라

 

볶음을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소라를 주문했다.

아주머니께서 소라를 가지고 오셔서는 볶음의 꽃은 볶음밥이라고 말씀하셔서 우리는 공기밥 두 그릇을 부탁드렸다.

 

묘한 맛의 볶음밥
묘한 맛의 볶음밥

 

바다 향을 물씬 품은 소라를 먹다 보니 메뉴판에 눈길이 갔다.

간재미 매운탕이 눈에 들어왔다.

 

간재미 매운탕
간재미 매운탕

 

필자는 간재미 매운탕을 덕적도로 여름휴가 갔을 때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추억이 있다.

시원하고 깔끔한 그리고 간재미의 부드러운 감칠맛을 느꼈던 생각에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문하고야 말았다.

어떤 친구는 간재미 매운탕이 홍어 매운탕처럼 톡! 쏘는 암모니아 향이 자극하지는 않을까? 하며 걱정을 하기에 전혀 그런 맛이 아니니까 염려를 붙들어 매라고 했다.

잠시 후 간재미 매운탕이 나왔는데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장맛이 강한 찌개의 느낌을 받게 되어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몇 수저를 먹고 나니 실망감은 사라지고 깊은 맛을 느끼게 되었다. 장의 깊은 맛이 입안을 코팅시키는 느낌이었다. 구수한 장맛이 간재미의 부드러운 감칠맛을 더욱더 부각시켜 주는 듯했다. 조금 전의 모습은 어디 가고 이제는 국자로 국그릇에 퍼담아 후루룩 마시기까지 했다.

다른 느낌의 맛이기에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나중에는 그 맛에 길들여지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볶음밥이 나왔다. 약간의 매콤함과 고소함이 김 가루의 야릇한 비릿함과 섞여 수저를 놓을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밥을 더 달라고 할걸!!)

조금은 부족했던 나의 배가 드디어 찬 느낌을 보면서 역시 한국 사람은 밥이 들어가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어느 한 친구의 부인이 생각났다. 소고기를 많이 드시라고 밥을 따로 주문을 안 했었는데 식사가 다 끝난 후에는 밥을 안 먹어서 식사를 한것이 아니니까 다시 사야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웃게 되었다.

60여 년의 세월을 한 자리에서 이어져 오고 있는 이곳을 보고 있으니까 앞에 있는 30년 전통의 중화요리 집이 쉽게 보이는 나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30년이란 세월도 엄청난 시간인데 라는 생각에 새로 생기고 없어지고를 너무 쉽게 반복하는 요즘 세태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철길 건너편의 거리를 보고 있으니까 양옆으로는 동화마을과 중화요리 거리가 조성되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한산한 이 거리는 내가 어린 시절에 봤던 건물들이 아직도 있는 모습에서 감회가 새로웠다.

 

30년 세월의 중화요리집
30년 세월의 중화요리집
옛모습을 간직한 거리의 풍경
옛모습을 간직한 거리의 풍경

 

요즘은 진득히 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역사가 깊은 곳을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생기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수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 묻어나는 맛은 비록 개인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있을 수는 있으나 결코 그 맛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맛 즉 깊이가 있는 맛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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