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안중에 없는 도로 "생명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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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안중에 없는 도로 "생명 위협"
  • 이혜정
  • 승인 2011.10.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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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피해 다니기 일쑤 … 제도개선과 시민의식 변화 절실

 
인천시종합노인문화회관 주자창 앞길 모습

취재 : 이혜정 기자

'길'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사람이나 자동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간'. 태고 적부터 인류와 함께 발전한 길은 오솔길, 고샅길, 비탈길, 언덕길 등 작은 길과 현대에 이르러 자동차 이용으로 생긴 일반도로와 고속도로와 같은 큰 길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현대 도시에서 각종 길은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 편리함을 위한 자동차 등 각종 장애물로 인해 '인간 이동수단'인 보행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보행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길을 둘러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한다.


문학정보고등학교 버스정류장 위 사거리

지난 14일 오전 남구 문학동 문학정보고등학교 앞길. 버스, 택시 등 자동차와 보행자들이 함께 섞여 다니고 있다. 스케이트보드와 롤러브레이드를 타면서 바로 앞 버스정류장을 지나가던 두 아이는 비좁은 길을 아슬아슬 달려갔다. 버스 역시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속력을 내면서 내달렸다. 그 뒤를 따라 승용차들도 달렸다. 사람들은 도로인지 인도인지 구분이 안 가는 길을 자동차가 있는지 확인한 뒤 요리조리 피해 걷는다.

 

이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리적거린다는 듯 '빵빵' 경적을 울려댄다. 이에 놀란 보행자들은 저마다 이리저리 피하기 바쁘다.

간석동 인근 신명여고로 향하는 도로 모습. 보행자 안전을 '보장받기' 힘든 곳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인천지역 곳곳에는 보행로 설치가 미흡하거나 안전시설이 미비해 시민들이 늘 위험을 안고 다녀야 한다.

같은 날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남동구 간석동 일대 거리. 신명여고에서 인천광역시사회복지회관으로 향하는 길에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나가고 있다. 이 길  양옆에는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차량 한 대 지나갈 좁은 길이다. 한 전동휠체어 장애인이 조심스럽게 복지관으로 향하는데, 줄을 이은 많은 차량이 옆으로 비켜달라며 '빵빵' 크랙션을 울린다.

줄지어 있던 차량이 빠져나갈 때쯤 길을 걸어가는 한 할머니와 손자 옆으로 승용차가 지나갔다. 인천메트로 뒤와 노인문화회관 주차장 입구 건물 주변에는 인도가 마련돼 있지만, 그 중간 신명여고 앞 길가에는 보행로가 없다. 건물 일부 구간에 인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행공간이 매우 좁거나 시설이 미흡해 보행자 안전을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역시 보행자와 차량들이 섞여 다녀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 교통약자들이 길가로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교통노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 양옆에는 주자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어 주정차를 하는 도중 접촉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노인문화센터를 자주 이용하는 김모(75) 할머니는 "집이 가까워 주로 이 길을 이용하는데, 지날 때마다 차량들을 피하느라 걷다가 항상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요 아래 곳곳에 나 있는 길에도 차량들이 자주 다녀 사람과 차량이 부딪칠 뻔한 순간을 종종 본다"라고 말했다.

이곳 뿐만 아니라 지역에는 차도와 보행로를 분리하고 있지 않은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도로들이 대부분 차량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보행자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보행자를 위해 생활중심으로 도로를 설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흥철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현재 교통약자들을 위해 스쿨존이나 노인실버존 등 주요시설 인근에 보행자를 위한 제도를 마련했지만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보행자 중심이 아닌 차량 중심인 도로는 옳지 않은 만큼 당국에선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신설도로의 경우 보행자 중심으로 신중을 기하고, 기존도로에는 범칙금 강화 등 제도적인 강화를 통해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면서 "생명을 담보하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보행자를 우선으로 하는 교통교육을 통해 시민들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지역 구성원들이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가 잘 수립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함께 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남동구 간석동 내 한 도로

문학정보고 앞 인도는 두 명이 지나가기에도 버거운 길이다. 학교 앞을 지난 사거리에는 도로와 인도 구분이 전혀 없다.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젊은 주부, 할머니와 꼬마아이들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다니는 이 곳에는 각종 차량과 함께 한 길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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