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무료급식, 의료봉사...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도
동인천은 오랫동안 인천의 중심이었다. 교육과 상업, 문화, 교통이 몰려 있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주안, 부평, 구월, 연수지역으로 도시가 팽창되면서 구심점을 잃어 갔다. 2024년 8월 동인천의 모습은 사라져가는 과거의 영광을 추억으로나마 간직하려는 늙은 도시의 전형이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삶의 질에서 불이익을 받는 원도심은 도시 재개발의 구호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길은 멀어만 보인다.
그나마 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해 회색 도심에 색칠하는 안과 의사가 있어 다행이랄까.
동인천역 앞 옛 인형극장 건물에 있는 유밸안과는 ‘어반 밸런스’(URBAN BALANCE)를 의미로 이름 지었다.
배희철 원장(56)은 2003년에 신포동에서 개업한 뒤 2021년에 동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유밸안과를 내걸고 원도심 부활에 온 힘으로 풀무질하고 있다.
20년 넘게 동인천 일대에서 ‘빛’의 세계를 실현하면서 짬을 내 활동한 동인천 무료급식소 봉사는 배 원장뿐 아니라 전 직원의 몫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중단되면서 “나눔을 실천하면 삶의 풍요로움을 얻는다”는 그의 철학에 대한 실천은 다양한 형태로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 말에는 나눔에서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1억 기부클럽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십일조 개념으로 시작한 나눔과 배려에 대한 배 원장의 소신과 원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견해를 들어봤다.
- 신포동과 동인천 등 인천의 원도심에서 개업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정 이 궁금합니다.
서울 신림동에서 활동하다가 후배 소개로 동인천을 알게 됐어요. 신포동에서 안과를 개업하면서 한때 인천의 중심이었던 곳이 급격히 공동화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인천시의사회 중구지회 행사에서 피부로 느꼈어요. 진흥각 2층 홀 테이블을 가득 메웠던 회원들이 이젠 절반 정도입니다. 그만큼 의사들이 외부로 빠진 거죠. 문 닫은 병의원도 상당수고요.
- 꾸준히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주위에서는 어르신 환자가 많은 원도심이어서 병원이 성장하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많습니다. 틀린 평가는 아니지만 환자들과 맺은 약속이라고 할까요. 수녀님 부탁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참여한 무료급식과 진료 봉사도 이곳에 천착하게 된 이유인 거죠. 그러다 보니 환자도 늘고 병원 규모를 점차 커진 겁니다. 오랫동안 함께 해 준 직원들도 고맙고요. 처음에는 하루에 환자가 2~3명으로 암담했던 적도 있어요. 이젠 인천은 물론, 일산, 부천 등 외지에서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 안과 의사를 ‘세상을 보는 선물을 주는 사람’이라고도 하는데요, 봉사의 DNA는 어디에서 찾을까요?
어려서부터 교회 다니며 십일조도 하고 남을 배려하라는 아버님의 말씀 등 혼자가 아닌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의사가 되고 일찍부터 의료선교를 많이 다녔어요.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에 의료봉사를 갔는데 장비나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진료하느라 고생했지만 많은 보람을 느꼈죠. 비교적 간편한 장비가 많은 안과 특성 때문에 현지에서 개안수술까지 하는 참봉사 활동을 펼쳤던 것 같아요. 횟수를 거듭하면서 마음에 봉사의 씨앗을 심었다고 할 까요.
- 2023년에는 1억 기부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는데요.
작년 말에 인천 아너 소사이어티 173호로 가입했어요.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체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봅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제 전문의 3명이 함께하는 규모로 병원이 성장한 만큼 이웃에 대한 배려도 더 키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 진료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덕목을 꼽는다면 무엇이죠.
좋은 체력과 꾸준한 탐구심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몸이 안 좋으면 친절해지기 어렵고, 집중할 수 없어 연구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도 꾸준히 체력을 관리해야 합니다. 저는 달리기를 오랫동안 했어요. 뛰다 보니 철인 3종경기를 하게 되고, ‘트레일런’ 등 체력을 다지는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편입니다. 영종에서 ‘철인 3종 터프맨’ 대회를 열기도 했죠.
- 요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요, 눈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더울 때 땀이 눈에 들어가고 젖은 수건 등으로 자주 눈을 비비게 되면 감염에 취약해집니다. 땀을 막는 머리띠를 하거나 적절한 세안으로 눈에 직접 땀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은 눈 표면의 눈물막을 쉽게 말려서 파괴시킵니다. 눈에 직접 바람이 오지 않게 하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는 것이 좋습니다.
- 눈이 노화되면 백내장 증세가 나타나는데요, 치료법은 어떻습니까.
백내장은 마치 검은 머리가 흰머리 되듯, 알게 모르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정체가 투명도를 잃고 탁해져 가는 질병이죠. 아무리 버틴다고 하여도 결국 수술로 백내장을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대신 이식해서 보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인데요, 병원에서 백내장 진단받으면 레이저 노안백내장수술로 기능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시력의 질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 그동안 진료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를 꼽는다면 누굴까요.
무료급식소에서 봉사 진료로 인연을 맺게 된 고령의 남자 어르신인데요, 불우한 처지셨는데 눈까지 어두워 힘들어 하셨어요.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으시고 다음 날 안대를 떼어드리니 “희~~야!"하며 감탄하시더라고요. 한순간 피로감이 사라지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 나눔으로 ‘세상을 보는 눈’까지 실천하는 원장님의 계획은 어떤가요.
기독교적 배경에서 자라서인지 십일조와 재능을 주변과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습니다. 작고하신 아버님께서 항상 주변을 챙기라고 하신 말씀을 실천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웃과 함께 하겠습니다. 컴컴했던 동인천이 되살아나고 신도시에 비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어반 밸런스를 유지할 때까지 ‘유밸’의 역할은 지속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