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고장 잇따르는 인천... 25년 넘은 노후 승강기 전국 1위
상태바
승강기 고장 잇따르는 인천... 25년 넘은 노후 승강기 전국 1위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4.08.12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품 수급, 공사비 문제에 수리·교체 지지부진
관련 업계 “주민 인식, 현실적 제도 개선 필요”
지난 6월 5일 인천시 중구 항동7가 L아파트 엘리베이터 출입문에 승강기 운행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에 설치한 승강기의 노후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원도심을 중심으로 노후 승강기 관련 고장이 잇따르고 있지만 부품 수급과 비용 문제로 수리나 교체는 지지부진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인천에서 설치한 지 15년이 지나 정밀안전 검사 대상인 노후 승강기는 1만4353대다.

인천에 설치한 승강기는 총 4만7737대로 노후 승강기가 30.3%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중 설치 25년이 넘은 노후 승강기는 3,397대(7.2%)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행 법률이나 규정 등에는 특별한 노후 승강기 정의가 없지만 설치 15년이 지나면 3년마다 정기적으로 정밀안전 검사를 받고 있어 노후 승강기로 분류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최근 노후 승강기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990년 준공한 15층 규모 중구 항동7가 L아파트는 승강기 정밀안전 검사 탈락으로 지난 5일부터 16일간 승강기 24대 운행을 전면 중단해 608세대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 아파트는 부품 조달 문제 등으로 이달 중순에나 승강기 운행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으나 행정안전부가 고령자와 장애인 등 안전사고 발생을 우려해 조건부 운행 허용 방침을 세우면서 재가동 시기가 앞당겨졌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측은 이달 중순까지 공단에서 요구한 안전 부품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2001년 준공한 총 70세대, 15층 규모 미추홀구 주안동 K아파트는 부품 고장으로 지난 6일부터 승강기 운영을 중단했다.

 

K아파트 복도에 치우지 못한 싱크대와 주방가구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인천in
지난 9일 K아파트 복도에 치우지 못한 싱크대와 주방가구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인천in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측은 고장 당일 업체에 연락해 같은 날 늦은 오후 수리를 완료했지만 다른 부품에서 또다시 고장이 발생했고 현재까지 부품을 구하지 못했다.

해당 승강기는 2년 전에도 고장을 일으켜 멈췄다가 4일 만에 복구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노후 아파트 승강기는 장기수선충당금 부족과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수리·교체에 어려움을 겪는다.

L 아파트가 승강기 안전장치를 보강하지 못한 것은 아파트 주요 시설 교체나 보수에 사용하기 위해 매달 적립하는 장충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 측은 장충금을 쌓아오기는 했지만 지난해 옥상 방수를 위한 도장 공사에 먼저 사용했다.

올해 1월부터 장충금을 인상해 승강기 공사비는 마련했지만 제품이 노후한 탓에 수리는커녕 부품 조달부터 난항을 겪었다.

K 아파트는 부품 문제로 수리 일정을 잡지 못하자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승강기를 교체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지원금은 실제 필요한 금액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아파트 승강기 교체비는 1기당 5000만~8000만원 수준인데 관할 지자체인 미추홀구에서는 최대 2,000만원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이마저도 다른 아파트와 노후도, 세대수 등을 고려하는 심사 과정을 거치는 만큼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관련 지원금 사업은 연초에 시작해 현 시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K아파트의 경우 내년에 지원금을 신청해도 노후도와 세대수 등에서 다른 아파트에게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는 장충금 적립액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고 승강기 교체도 비용 문제로 꺼리는 편“이라며 ”승강기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민 인식 개선과 보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