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비쥬얼, 착한 가격, 뜻깊은 식사... 함박마을 '차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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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비쥬얼, 착한 가격, 뜻깊은 식사... 함박마을 '차이 하나'
  • 유영필
  • 승인 2024.08.2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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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18) 연수동 함박마을 '차이 하나’'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18회부터 인천의 외국 전문요리점을 찾아 연재합니다.

 

차이 하나 외관
함박마을 '차이 하나' 외관

 

여러 가지 이유로 몇 년 동안 해외여행을 가질 못해 상당한 아쉬움이 들어 친구에게 “혹시 인천에서 외국을 느낄만한 곳이 어디 없을까?”라고 물어봤더니 친구가 여러 곳을 소개해주었다.

멕시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음식점을 알려주었다.

이런 나라들의 음식을 인천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놀라웠다.

외국의 음식점들이 있다는 것은 인천에 그 나라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들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조금은 다른 맛이라고 느낄지언정 최소한 못 먹을 맛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기대 이상으로 맛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친구가 말해준 나라의 음식을 한 번씩 먹어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면서 묘한 기대감이 생겨서 그런지 일상이 조금은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마트
먼저 들른 함박마을 마트 아써르티(assorty)
너무도 착한 가격
너무도 착한 가격

 

그 첫 번째로 러시아 쪽 음식을 먹기로 했다.

며칠 후 연수동에 있는 함박마을을 찾았다. 공영 주차장에 주차한 일행 셋은 일단 아써르티(assorty)라는 마트에 먼저 들렀다.

아써르티라는 말은 러시아어로 모듬 또는 세트라고 한다. 아마도 여러 가지 제품을 판매한다는 의미인 듯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일반 마트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흥미가 생겼다.

진열장에 있는 제품들이 거의 러시아 제품이었다. 그리고 빵이 놓여있는 진열대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맛은 모르겠지만 일단 가격이 너무도 저렴했다. 필자가 아는 가격과 비교해 반값도 안 되는 듯했다.

처음 보는 러시아 제품은 구경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식사하고 와서 마트를 이용하려고 일하는 여자 점원에게 몇 시까지 문을 열고 있냐고 물었더니 말을 못 알아들어 많이 당황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외국에 온 건가? 라는 착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어눌한 한국말로 24시간 문을 연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말해준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함께 간 친구가 고려인 3세라고 일러주었다. 쉽게 보지 못했던 카레이스키 분들이 이곳에 다들 모여 살고 있었다.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다. 마트 안에 있던 손님들 대부분이 러시아, 중앙아시아 사람들이었다.

다시 찾을 것을 약속하며 밖으로 나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찾은 곳은 ‘차이 하나’라는 식당이었다.

이름으로만 보면 중국식당으로 착각 할 수 있었으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중국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러시아도 아닌 중앙아시아에 있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음식 전문점이었다.

실내의 낯선 장식들이 이상야릇한 느낌을 들게 해주었다. 왠지 이곳의 음식이 궁금해지고 기대되었다.

 

'차이하나' 실내
'차이하나' 실내
우리가 차지한 테이블
우리가 차지한 테이블

 

이국적 외모의 젊은 청년의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앉았다.

앞에 있는 메뉴판을 보고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영어나 한국말은 거의 없고 러시아계 언어만 쓰여있었다.

다행히도 음식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무사히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메뉴판

 

우리 셋은 일단 삼사와 홍차 그리고 만티를 주문했다.

삼사는 삼각형 모양의 빵 안에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는 것이었는데, 처음 본 맛이 과거에 먹어봤던 삼립 호빵(야채 빵) 맛이 느껴졌다.

1970에서 1980년대의 추운 겨울에는 거의 마트마다 호빵을 찌는 찜통이 놓여있었다.

어린 시절의 필자는 찜통 안에 단팥빵과 야채빵이 있었는데 거의 야채빵을 골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리 단팥이 싫었던지 지금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 시절의 야채빵 맛을 이곳에서 느끼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삼사
만티
홍차
홍차

 

이곳에서는 블랙티로 불리는 홍차는 한 주전자에 2000원이라는 가격에 놀랐다.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싼 가격에 실컷 즐길 수 있었다. (나중에 추가 주문했다.)

만티라고 불리는 만두는 과거의 신포우리만두를 생각나게 했다.

얇고 촉촉한 만두피에 육즙이 풍성한 고기만두가 떠올랐다. 만두피는 신포우리만두보다는 두꺼웠으나 만두소는 고기가 꽉 차 있었다.

우리나라 만두와는 반대의 모습이었다. 야채 약간에 고기가 꽉 찬 모습에서 그 나라는 야채 가격보다 고기 가격이 싸다는 말이 생각났다.

옆 테이블을 보니 청년이 혼자 와서는 만티 한 접시하고 샐러드로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테이블에서 만티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물론 아니겠지만 만티가 우리의 밥 같은 주식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만티를 보면서 가성비 최고의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샤슬릭(좌), 소갈비 찜 맛의 카잔 케밥(우) 

 

잠시 후 꼬치 요리인 샤슬릭이 나왔다.

소고기 꼬치와 양고기 꼬치 한 줄씩 나왔는데 사실은 메뉴판 그림에는 두 줄씩 보였길래 이거 하나 달라고 하면 두 줄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한 줄만 나오는 걸 보니 우리하고는 개념이 조금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양이 셋이서 나눠 먹기에 크게 부족하지는 않았다. 맛보기 정도로 먹기에는 충분했다.

필자는 소고기보다 양고기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소고기를 좋아했으나 이곳에서의 소고기는 향신료를 뿌려서 그런지 이상한 맛이 느껴져서 소고기 특유의 감칠맛을 느낄 수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향신료의 향이 덜 나는 양고기가 더 맛있었다.

그렇다고 향신료(아마도 쯔란인 듯했음)의 향으로 인해 못 먹을 맛이라는 건 아니고 단지 내가 아는 소고기 맛이 안 느껴져서 점수를 적게 준 것일 뿐 결코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후 카잔 케밥이 나왔다.

이 음식은 나오는 비쥬얼부터 놀라웠다. 양고기 찜 위로 삶은 감자와 토마토, 오이, 고춧가루가 뿌려진 양파가 얹어 나왔다. 그 위에 밀가루로 만들어진 난이 접혀있었다.

쫀득한 난을 손으로 찢어 그 안에 양고기와 토마토를 넣어 돌돌 말아 소스에 찍어 먹었는데, 양고기 찜의 맛은 마치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소갈비 찜의 맛이었다. 너무도 똑같은 맛에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으나 아마도 선조께서 우리의 양념 맛으로 만든 음식일 거란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1930년대 후반 스탈린은 고려인은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본인과 구별하기 위해 20만 명 이상의 고려인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주하는 과정에서 대략 25,000명 이상의 고려인이 사망했다고 하고 척박한 땅에서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온갖 고생을 했던 우리의 선조 고려인들이 소련 붕괴 후 1990년대에 다시 고향으로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를 생각하다 보면 이곳의 음식이 우리들의 입맛과 어느 정도 맞는 것이 결코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플레 맛의 소스(좌), 래표시카(우)

 

그나마 다르다고 느껴진 것이 요플레 맛의 소스에 고기나 빵을 찍어서 먹었다는 정도 외에는 큰 차이를 못 느꼈다.

마지막으로 이미 배가 불러서 조금은 걱정됐지만 맛보기로 국시를 주문해서 셋이서 나눠 먹었다.

 

선조를 느끼게 된 냉면 국시(좌), 카자흐스탄 맥주(우)

 

국시! 이름에서 보듯 국수였다. 그러나 그냥 국수는 아니었다.

면은 잔치국수에 나오는 소면이었고 고명으로 달걀 지단과 다진 소고기, 오이 등이 얹어있었다.

새콤달콤한 맛에 약간은 당황스러웠으나 몇 번의 젓가락질에 그 맛에 익숙해졌다. 더구나 냉면이었다.

국시라는 음식에서 선조들의 손맛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려고 했고 실제로 조금은 느꼈다. 그 맛은 조금은 달랐으나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차가운 냉면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오게 했구나 하는 생각에 선조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굴리라는 카자흐스탄 맥주는 수제 맥주 같은 진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중앙아시아 음식에서 필자는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맛과 분위기를 느꼈으나 그 반대로 어딘지 모를 친숙한 맛도 같이 느끼게 되었다.

아울러 음식에서 나오는 선조들의 느낌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가격 또한 너무 착해서 함박마을에 사는 사람들에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인천에서 살아오면서 처음 가본 함박마을에서의 추억을 며칠이 지나고 나서도 다른 친구들한테 말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정말 좋은 식사, 아니 뜻깊은 식사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주 후에는 후배하고 이곳에서 같이 식사를 했는데 후배도 나하고 같은 생각이었는지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이곳 차이 하나에서 식사를 했다고 했다. 부모님께서는 맛도 맛이지만 마치 외국에 온 느낌을 받으셔서 이곳에서의 식사를 한층 즐거워하셨다고 했다.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냈던 시간이 조금은 아쉽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하며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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