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센터 직영전환은 주민의 권리를 가로 막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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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센터 직영전환은 주민의 권리를 가로 막는 것"
  • 김정열
  • 승인 2024.09.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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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열 /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 센터장
 지난 8월 28일 시청 앞 애뜰광장에서 진행한 문화제 '마실가자'

 

보장된 주민의 권한

“주민은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지방자치법 제17조 1항의 내용이다. 대한민국은 표면적으로 지방분권과 자치를 지향하지만 실제 속내는 그러하지 못하다. 위에서 인용한 주민의 권리도 마찬가지이다. 조항으로는 그 권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에 관한 실제적 권한은 주장하기 힘들며, 이를 받아들여야 할 행정부나 대의기관인 의회도 명확한 이해가 없다. 심지어 행정부에서는 주민의 권리 따위는 안중에 없이 행정독주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날 여러 면에서 주민의 권리가 증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 현상이다. 여전히 주민의 자치, 주민의 행정참여는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행정서비스가 좋아지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주민의 권리가 다양하게 열거되어 있다. 가령 조례나 규칙의 개정과 폐지를 청구할 수 있다(지방자치법 19조, 20조). 감사청구권(지방자치법 21조)도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주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며(지방자치법 22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소환할 권한인 주민소환권한도 갖는다(25조). 하지만 이런 내용이 실제로 연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권한은 명시되어 있지만 그 실행력을 갖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다양한 마을과 그 활동을 지탱하는 법률적 테두리는 더 빈약하다. 관련 조례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법으로 제정되어 있지 못하기에 지방자치단체의 형편에 따라 그 범주 안에서 관련 내용들을 운용한다. 기본법이란 개념은 일반 법률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보다 최상위에 있는 법률을 의미하는데 그런 경우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를 만들어서 마을과 관련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조례는 언제든 필요에 따라, 편의에 따라 개정과 폐지가 가능하고,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고 하여도 그 내용을 시행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조례로 보장되어 있는 주민의 권한은 실재하지 않는다.

인천광역시는 마을과 관련한 조례를 가지고 있다.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조례”는 지난 2013년에 처음 제정되었고, 몇 차례 현실에 부응하며 개정해 왔다. 조례에서 말하고 있는 기본원칙은 “주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주민이 주도한다.”고 되어 있다(3조 2항). 그리고 “주민과 행정기관의 상호신뢰와 협력을 통하여 추진한다”는 조항도 있다(3조 4항). 제4조(주민의 권리와 책무)에서는 “주민은 누구나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할 권리를 가지며, 참여하는 주민은 스스로의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고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위하여 행정 수장인 시장은 “주민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적극 지원하여야 하며,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5조 시장의 책무)고 명시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대부분의 조례가 그렇듯 전체의 내용에 대하여 ‘행정은 이를 반드시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도 있다’는 말로 언제든 그만두어도 별 무리 없을 정도로만 규정하고 있다.

 

주민의 권리를 가로막는 행정

인천시(유정복 시장)는 주민들의 행정 참여 권한을 전부 무시하고 있다. 그간 운영되던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이하 마을센터)를 주민과 협의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행정에서 단독 운용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소위 직영센터로 운영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기능적 운영과 공모사업 중심의 운용에 관한 이야기일 뿐 주민들의 요구와 권한과는 전혀 무관한 일방적 처사에 불과하다. 본래 마을센터를 폐쇄하고 행정이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발상 자체도 문제거니와 그 내용을 마을의 주인이며 주체인 주민들의 의견은 묻거나 듣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까지 전체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조례에는 모든 것을 주민의 권한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인천시(유정복 시장) 행정은 조례의 형식적 문구조차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인천시청 앞에서 1인 시위하고 있는 김정열 센터장

 

마을센터의 직영운영이란?

행정은 그동안 수 십 년의 관행처럼 주민을 행정서비스의 수혜자로만 본다. 주민은 직접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고 때로는 어떤 의제에 관하여 논의 당사자로 나서길 원하는데 행정은 주민을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진행자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모든 것을 행정이 알아서 할테니 주민은 그저 여러 공모사업에 참여만 하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든 진행 과정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가치와 철학은 묻어두고, 심지어 주민은 그 어떤 논의 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고 참여할 구조조차 없는 행정독주의 형식에 순응하라는 것이다. 폐쇄 통보를 받고 마을센터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담당자에게 ‘주민의 행정 참여의 한 방법인 민간위탁을 중단하고 센터를 폐지하는 것과 관련하여 왜 당사자인 주민과 협의하지 않았는지?’에 관해 항의하였지만 이에 관한 행정의 태도는 벽과 같았다. 우리는 “인천광역시 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민간의 행정참여 기회를 확대”하려는 그 본연의 목적을 상기시키고, 한편으로는 마을공동체 관련 조례에 당연하게 명시된 주민의 권한을 이야기 했지만 이미 행정에서 ‘결정된 내용’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심지어 인천시는 ‘센터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말을 하며 “센터폐지 중단하라!”는 주민들의 구호를 무력화하려고 하였다. 인천시 행정은 주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센터의 유지와 공모사업을 위시한 마을사업의 유지로만 이해하는 듯 보였다. 주민들은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 즉 이런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주민과 논의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당사자로 서길 바라며, 나아가 주민의 권한 가운데 하나인 민간위탁 제도 안에서라도 행정참여 방식으로서의 ‘센터위탁’의 폐지를 반대하는 의미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에서 말하는 ‘직영 센터 운영’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센터의 기능을 행정에서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임기제 공무원을 선발하여 센터의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공간도 그대로 활용하고 다양한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란다. 더 효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다고 자평한다. 그런데 주민의 참여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 인천의 다양한 공동체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기능상의 센터 유지가 아니다. 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아예 주민들이 스스로 관련 정책을 만들고 점으로 존재했던 주민들을 선과 면으로 연결하는 모든 작업들이 중단되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처음에는 직영 전환을 주장하지만 어느 순간 슬그머니 센터가 사라지는 것이 그동안 타지역의 수순이다. 직영전환? 센터 유지? 대한민국 어느 시도(市道)에서 직영으로 만든 센터를 성의 있게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직영 센터와 주민참여? 과연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인천의 마을과 주민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당연한 주민의 권리가 무시되고 행정 편의대로 선심 쓰듯 ‘직영센터 운영’이란 그럴 듯한 대책을 말하지만 이는 주민의 참여가 무시되고 지속성은 담보할 수 없으며 심지어 1-2년 안에 인천의 자발적인 마을과 공동체를 고사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라면 이토록 완고하게 주민참여를 거부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주민들의 요구

행정은 언제나 주민들을 위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주민은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고 싶을 뿐이다. 주민이 직접 이 일련의 과정에 기꺼이 참여하려고 그 의사를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무시하는 것은 너무 오래 동안 관습적으로 행정편의, 혹은 행정독주의 시대를 살아온 까닭이다. 겉으로는 주민들이 번거롭지 않게 모든 것을 행정이 알아서 다 해주는 행정서비스의 확충으로 포장하지만 정작 ‘모든 권력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기본 원칙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주민들이 ‘센터 직영전환’을 반대하며 민간위탁의 유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주민의 권한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현실 안에서 그나마 주민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연결되며 더 살기 좋은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주민의 편에서 진행하는 기관의 존속을 염원하는 것이다. 주민은 스스로가 피곤하고 번거롭더라도 주인으로서 참여하고 그 모든 과정에서 주민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는 유일한 방식 가운데 하나인 민간위탁 센터의 유지를 원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이나 마을 관련 조례, 그리고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등에서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 주민의 권한이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민과의 대화나 동의 없이 행정 마음대로 정하고 주민은 그에 따라야 한다고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여 직접 그 내용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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