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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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에 불과하다
  • 박병상
  • 승인 2024.09.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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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인 9월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 9일, 85년 만에 가장 더운 9월 더위를 기록했다, 한데 다음날 그 기록을 깼고 하루 지나 다시 경신되고 말았다. 젊었던 1994년의 더위는 쉽게 넘어갔는데, 2018년 더위는 형벌 같았다. 올여름은 겁에 질릴 정도였다. 견뎌낸 게 다행이다. 다분히 에어컨 덕분인데, 기상청장을 지낸 과학자는 올여름이 가장 시원할 거로 전망한다. 나이 들어가는데, 견뎌낼 수 있을까?

최근 노르웨이와 영국 연구진이 우울한 소식을 전했다. 온실가스를 현재처럼 배출한다면, 20년 안에 70억 명이 위험에 빠진다고 경고한 것이다. 홍수와 가뭄, 사망률 증가와 농산물 부족, 그리고 생태계 교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희망적 기대도 덧붙였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면 고통받는 인구는 15억 명으로 줄어들 거로 보았는데,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고 인천시는 5년 앞당겨 2045년으로 선언했다. 과연 안전할까?

지난 9월 5일 인천 환경단체는 논평을 냈다. “인천시의 무탄소 연료 전환, 무탄소 연료는 하늘에서 떨어지나”라고 제목을 붙인 논평에서 시장 공약인 영흥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번복한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무탄소 연료’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부당함을 적시하면서, 실효성 없는 암모니아 혼소(混燒)는 물론이고 실현성 없는 수소 사용으로 미래세대에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일부 승합차에 주입하는 수소는 액화천연가스에서 추출한다. 그 과정에서 석탄보다 적지 않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일산화탄소와 알 수 없는 불순물이 나온다. 따라서 운행 중인 수소버스에 표기된 “친환경” 문구는 제거해야 옳다. LNG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따로 분리하면 온난화를 그만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분리한 온실가스를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분리할 방법은 아직 없다. 개발되더라도 막대한 에너지 소비가 필수이므로 실효성이 없다. 사용하고 싶으면 개발은 물론, 검증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

에너지는 전환할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발전소를 위해 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 손실되는 에너지는 실로 막대하다. LNG는 먼지가 없고 석탄보다 불순물이 적으므로 그 상태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 난방이나 주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LNG도 화석연료이므로 사용할수록 온실가스가 대기에 축적된다. 푸틴이 일으킨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공급가격이 급등한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가격이 안정적일 거라 믿을 수 없다.

우주와 바다에 많은 수소는 모으는데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발전용으로 활용할 수 없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을 전기로 분해하면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수소에서 얻는 양을 훨씬 초과한다. 태양광 발전으로 물을 분해한다면 친환경 수소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 양은 얼마나 될까? 태양광 전기는 그 상태로 활용해야 효율이 높다. 물을 분해해 얻은 수소로 전기를 생산할 필요가 없다. 태양광이 강한 호주에서 물을 분해하면 나을까?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작은 물질이다. 수소를 막대하게 안정적으로 저장해 우리나라로 운송할 방법은 현재 없다. 앞으로도 회의적이다.

호주는 석탄을 막대하게 수출하는 국가다. 호주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한다면 대형 선박으로 운송할 수 있다. 석탄과 암모니아를 섞어서 발전소에서 태우면 온실가스가 20% 정도 덜 배출되는데, 기후위기를 완화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따지면 의미가 없어진다. 발전 과정에서 다소 줄인 온실가스가 발전 이전 단계에서 더욱 배출되지 않던가. 수입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지만,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따지면 역시 의미가 없다. 문제는 암모니아는 자체로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이다. 사고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관리하는 비용과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7일, 강남대로에서 펼친 ‘기후정의행진’은 구호를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로 정했다. 기득권을 놓지 않고 몸에 밴 편의를 희생하지 않는 생활방식을 고집하면서 기후위기는 극복할 수 없다. 에너지 소비가 줄지 않는다. 기술로 찾지만, 소용없다. 제자백가처럼 내세우는 온갖 기술은 열역학법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인류는 열역학 범위 안에서 살아갈 따름이다. 기술은 거대할수록, 복잡할수록 요구하는 에너지가 많다. 탄소중립에 성공하더라도 15억 명의 인구는 고통을 받을 거라는데, 우리는 더욱 희생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우리는 현재, 과거의 어떤 황제보다 잘 먹고 풍요롭게 산다. 제 자식에게 고통을 물려주려는 조상은 없었는데, 작금의 세상이 계속된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수많은 관련 연구와 증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올여름 그 징후를 보았다. 눈앞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자식에게 고통을 떠넘길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 세상을 바꿔야 한다. 당장. 남은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무탄소”라는 허구로 시민 현혹하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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