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중 가장 큰 울림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입니다. 힘들어도 서로 기대고 사는 모습, 힘들어도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힘겹게 살아가느라 꾹꾹 눌러두었던 눈물을 왈칵 쏟습니다. 감격입니다.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송정림)에 나오는 두 가지 일화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야기 하나.
동창 모임이다. 한 친구에게 회비를 맡기자고 즉석에서 결정했다. ‘급한 사람은 써도 되고’ 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 친구가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시아버지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어려운 처지란 사실을 친구들이 알았던 것이다.
눈물을 머금으며 그녀는 동창들과 인사를 나눈다.
이야기 둘.
언니는 30년이나 된 아파트에 산다. 언니가 말했다.
“난 참 운이 좋은가 봐. 아침에 현관에 나가보면 열 번에 서너 번은 항상 9층에 엘리베이터가 서 있거든.”
9층에 사는 언니. 오래된 엘리베이터라 1층에서 올라오는 데도 한참 걸린다. 그런데 9층에 서 있다니 참 기뻤겠다.
어느 날 옆집에 사는 부부 약사와 함께 탔다. 언니가 “오늘도 운동 나가세요?”라고 물으니, “아침에 바쁘신 것 같아서 우리가 먼저 내려갈 때는 늘 9층으로 올려놔요. 타고 내려오시라고요.”
아! 십 년이 지나서야 그걸 알았다니. 언니는 미안함과 감사의 눈물을 쏟았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서로 기대고 살아가는 모습, 친구의 자존심이 상처받을까 봐 회비를 맡기며 회비를 써도 좋다는 동창들의 배려에서 우리 모두 감동합니다. 이런 감동을 많이 느낄수록 서로의 관계는 더욱더 아름답게 익어갑니다. 오래 살다 보니 옆집 사람이 몇 시에 출근하는지를 알고는 엘리베이터를 그 층에 맞춰놓는 배려,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바로 사랑이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연용호)에 눈물겨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집 담벼락에 매일 누군가가 낙서를 한다면 집주인으로서는 매우 불쾌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낙서이기에 그럴까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내가 할 일은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를 지우는 일이다. 서툰 글씨로 집 주소와 간단한 약도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아무리 깨끗하게 지워도 다음날 똑같은 글씨와 그림이 또 그려져 있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저녁 내내 망을 보기로 했다. 어둠이 깔리자 두 소년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형,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이거 보고 우리가 새로 이사 간 집을 찾아올 거라고 그랬지?”
“물론이지. 아빠는 집배원이셨으니까 금방 찾으실 거야.”
그날 이후 나는 그 낙서를 지울 수가 없었다.
제가 집주인이 되어봅니다.
어제 본 낙서와 오늘 본 낙서는 분명 똑같지만, 낙서를 바라보는 제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어제 본 낙서는 지저분한 낙서에 불과했지만, 오늘 본 낙서에서는 아이들의 아빠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때 그렇게도 지저분해 보였던 낙서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상대를 헤아리고 귀를 열면 상대의 짓궂은 행위까지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때 너와 나는 하나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