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문화 향수권은 어떻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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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문화 향수권은 어떻게 하고…"
  • 김도연
  • 승인 2010.03.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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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 '대정부 시위' 참여 문화예술단체 지원 제한
취재 : 김도연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인천시를 통해 인천문화재단에 '대정부 시위'에 참여한 문화예술단체들에 대한 기금 지원을 제한하고, 지원시 확인서를 받을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문을 전달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가 기획재정부 지침을 근거로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에 확인서를 요구해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꼴로 되고 있다.
 
인천시 관계부서는 상급기관 지침이란 이유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관련 문화예술단체는 확인서를 쓰면서까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해당 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각종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줄세우기를 종용하는 정부와 인천시를 비판하는 동시에 침해받은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수(享受)권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문화예술위 공문 일파만파

기금 지원과 관련해 문화예술단체에 확인서를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천시에 따르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는 지난달 5일 인천시에 '대정부 시위'에 참여한 문화예술 단체에 대해 기금 지원을 제한하고, 지원이 확정된 경우에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은 8일 문화예술위원회 기금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으로 넘어갔다.
 
인천문화재단에 따르면 공문에는 문예기금의 지원 지침을 3가지로 구분했다. 지원 사업을 접수하는 단계라면 심사 전에 확인서를 받도록 하고, 결정 단계일 경우 통보 전에 확인서를 받도록 했으며, 통보가 완료됐다면 예산을 지급하기 전에 확인서를 받도록 한 것이다.
 
확인서에는 "본 단체는 2008년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소속했으나 실제 불법 시위에는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향후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문예진흥기금지원금관리규정 및 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보조금 반환은 물론, 관련된 일체의 책임을 지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인천문화재단이 벌이고 있는 사업 가운데 문화예술위의 기금이 포함된 사업은 '문화예술지원사업 일반공모 지원 사업'이다. 문화재단은 문화예술위 공문을 받기 전인 지난달 5일 이미 153건 10억8천만 원에 대한 지원을 확정 발표해 세 번째의 경우인 예산 집행 전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인천문화재단은 대상인 A문화예술단체에 문화예술위 공문 내용을 구두 상으로 전하고 확인서 작성 여부에 대해서도 전달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받은 A문화예술단체는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A단체 관계자는 "접수에서부터 확정 단계에 이르는 동안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가 이제 와서 상급 기관의 공문을 이유로 확인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정절차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시위참여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문화예술단체의 사업은 향유자인 시민들을 위한 것인데 광우병대책위와 직접적인 연관성도 없는 문화예술 사업을 확인서 등으로 제한하려는 것은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수권을 박탈하는 행위이다"라고 말했다.
 
인천문화재단은 이미 언론에 소개된 내용과는 달리 해당 단체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문화예술위가 직접적으로 공문을 철회한다는 내용을 전달해 오지 않은 상태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인천문화재단은 문화부 장관의 입장 표명과 그동안의 파장을 감안해 확인서 요구 방침이 긍적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고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공문을 내려보냈다가 문제화해 유보한 상태로, 당초 의도는 불법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의 여부를 확인하려 했던 것일 뿐"이라며 "위원회 내부에서는 확인서를 받는 게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불 붙은데 기름 붓기

 
보조금 지원단체에 확인서를 요구해 파장을 키우고 있는 인천시.

이런 와중에 인천시는 기획재정부 지침상 보조금을 지급하는 문화예술단체에 대해 확인서를 받을 예정으로, 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천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초 기획재정부의 '2010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근거로 문화예술위의 내용과 같은 시위를 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에 대해 보조금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전달했다. 집행지침에는 '불법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 구성원이 소속단체 명의로 불법시위에 적극 참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의 경우 각 중앙관서의 장은 보조금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천시는 기획재정부의 지침과 문화예술위의 공문 내용을 근거로 각 실과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의 단체 선정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시 자치행정과는 B예술단체를 선정에서 제외했고, 문화예술과는 B단체에 확인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B예술단체는 지난달 말 총회를 통해 확인서를 거부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B예술단체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 확인서를 요구한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해당 단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팀을 구성해 성명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문제를 지적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인천시는 현재 시의 교부금을 받는 인천문화재단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문화재단도 시 산하기관이면서 시에서 교부금을 받는 입장이므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지침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인천문화재단 독립성 문제까지 불거져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이 인천시에서 받은 교부금은 37억 원으로, 재단 운영 외에 각종 사업 예산으로 사용됐다. 각종 지원 사업에도 교부금이 사용되는데 시의 입장대로 상급기관의 지침을 적용하면, 문화재단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어긋날 뿐 아니라 지원 범위도 지금보다 대폭 줄어 역할도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인천문화재단의 독립성 문제가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한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는 "인천시가 인천문화재단에 대해서도 기재부와 행안부의 지침을 적용토록 한다면, 이는 인천문화재단의 독립성과 연결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기반을 조성해야 하는 인천문화재단이 그런 지침을 받아들여야 하냐"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그렇게 하면 모든 문화예술단체들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예술위의 확인서 요구 공문이 몰고 온 파장은 인천문화재단의 독립성 문제로까지 불거지며 인천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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